몇년 전의 일이다. 경량 구스 다운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나와서 구매를 했다. 올라온 상품평을 읽어보니 그리 나쁘지 않았고, 이미 가격에 혹해서 어찌되었든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옷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좋은 옷을 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얼마 좀 지나지 않아 이 옷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가장 심각한 결함인 '털빠짐'이었다.


  사실 상품평 가운데 그 점을 지적한 글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글에는 그것이 약간의 털빠짐이라고만 되어있어서 나는 다운 점퍼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단점이려니 하고 넘겨버렸다. 만약 다음과 같이 써져 있었다면 나는 당연히 구매할 마음을 접었을 것이다.


  "이 옷 입고 외출했었는데요, 집에 와서 벗었더니 내가 토끼가 되어 있더라구요."


  그 상품평을 읽었을 때는 이미 옷을 사고 한참이 지난 뒤였다. 그 글을 읽으면서 혼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루종일 가봐야 웃을 일이 없다가도 그런 재기 넘치는 상품평이라도 읽으면 잠깐 동안은 즐거워진다.


  상품평들을 읽다보면 참고할만한 좋은 상품평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알파벳과 한글 자음과 모음을 제멋대로 무성의하게 적어놓은 끄적거림, 상품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엉망진창 식탁 풍경이나 집안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화분 사진 따위를 올리는 기묘한 악취미, 택배 회사와 기사에 대한 성토, 옷이나 신발 사이즈도 말하지 않고 그저 '잘 맞아요' 라고 써놓는 쓸모없는 글들이 넘쳐난다. 거기에다 호평 일색의 몇몇 상품평의 아이디를 다른 구매 사이트의 동일 상품 페이지에서 기막힌 우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물건은 사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오픈 마켓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는 상품평 외에도 고려해야할 점이 하나 더 있다. 판매자의 고객응대 자세이다. 언젠가 최저가 검색으로 나온 오픈 마켓 판매자에게 물건을 주문한 적이 있다. 일주일이 지나지 않도록 배송이 되지 않아서 무슨 일인가 했다. 상품 페이지의 질문 게시판을 살펴보니 배송이 늦는다, 왜 안보내냐 하는 불만글이 여러개였고, 놀랍게도 판매자의 답글은 하나도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 판매자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런 장사꾼에게도 '단골'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서 구매 자주 합니다. 최저가인 대신에 배송은 좀 느려요. 그점을 감수한다면 괜찮을 거에요."


  일주일 동안 물건을 보내지 않는 장사꾼은 좀 느린 게 아니라, 장사의 기본이 안된 사람이다. 즉시 구매를 취소했고, 그 일 이후로는 상품평과 함께 질문 게시판 글에서 판매자의 고객 응대 자세도 보게 되었다.


  상품평을 열심히, 주의깊게 읽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품을 구매해서 받아보고 난 뒤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교환, 반품의 지난하고 귀찮은 과정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로 비싸지 않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급적 많은 상품평을 검색해서 읽어보게 된다. 그렇게 이제까지 많은 상품평을 읽어왔는데, 내게는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상품평이 하나 있다.


  무슨 물건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떤 상품이 아주 좋은 가격에 올라왔고, 정말 살 것인가를 결정하려고 상품평을 읽어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품평을 읽자마자 나는 사려는 마음을 접었다.


  "사지마, 사지마, 사지마!"


  나는 그렇게 강력하고, 간결하며, 인상적인 상품평을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이 없다. 그 상품평을 쓴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순수한 절규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즉시 뒤로가기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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