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음성 메세지가 들어왔다...

에??내 캔디폰이 살아있긴 했네...외로워도 슬퍼도 결코 울지않던 내 폰이...그것도 최근 1년간 단 한번도 들어온적 없던 음성 메시지라니....야밤에 괴이한 일이로고...

아...정말이지 천신만고 끝에 메시지를 겨우 들었다...음성메시지란걸 들어본 게 언젠지 기억조차 희미해져서는 그걸 듣는 방법을 모르겠는거다...쿠엑...그렇다고 삼대 십년만에 걸려온 저 귀한걸 놓칠순 없고...가장 가까이에 있는 울집 나뭇꾼(?)은 자고 있고..(근데 저 인간 자나 깨나 대세에는 별 지장없었지 싶다...저 양반역시 끄고 켜고 받고 걸고..이 작업 외에 휴대폰의 용도란 없다고 생각하는 부류인거다...)어디 물어볼래도 이 야심한 밤에 전화해서 음성메시지 듣는 법을 물었다간 그나마 얄팍한 인간관계 쪽나지 싶어서 그냥 폰 살때 받은 설명서를 찾기로 했다...

이방 저방 이 서랍 저 서랍 뒤져서는 겨우 찾아냈는데....이번엔 비밀번호를 모르겠는거다...이런 뒌장...온갖 숫자 다 조합해도 도무지 아닌데...간신히 찾아낸 문구하나...출시 할때는 ****로 맞춰져 있다나??한번도 안해봤으니 당연히 그거겠지...

하여간 메세지 들어오고 50분만에 간신히 들어본 귀하신 말씀이란....

....아..(목소리가 살포시 떨려주시더라..) 또 1년이 흘렀습니다...생일 축하해요...이젠 내 마음대로 생일 축하할 자격도 없다는 걸 알지만....오늘이 가기전에 꼭 한번만 더 생일 축하해주고 싶어서 많이 망설이다..결국 이 방법으로 축하를 드려요...죽을 것 같은 시간이였지만...(하아...숨을 내쉰다...)...어떻게 지냈을까...잘 지냈겠지....**아...(한참 쉰다...) 잘 지내...그래도 그래도...잘 안 잊혀진다....하아....생일축하해...그리고 미안해...

덜커덩....(내 가슴이 내려앉는 소리...).....**은 내 이름이 아니다...그리고 결정적으로 난 2월생이다..이름이라도 나랑 같았으면...혹여나 행여나 알포인트에서 9개월 전에 보낸 메세지가 날아오나(헉...이 상상도 너무 오싹해서 맘에 안든다...)  의심해보겠지만...명백히 잘못 들어온 메세지다...

근데 왜 내 가슴이 순간 내려앉았나.....한밤에 외간 남정네의 목소리가 심히 근사해서 잠시 잠깐 내가 가명으로라도 **이란 이름을 쓴적이 있나 기억을 더듬었지만...연예인도 아니고 내가 가명따위가 있을리 있나..

어쩔까나...저 남자...엄청 망설이다 저 메세지 넣었을텐데...맘같아서는 당장 전화해서는...지금 거신 전화는 삑사리난 전화번호이니 다시 한번 눈에 불을 켜고 확인하셔서 똑같은 작업멘트를 반복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해 주고 싶은 맘 굴뚝같았지만....

근데...내 번호 개통되고 처음 몇달 여러차례 돈 내놓으라는 전화 받은적 있다...필시 이 번호 전 주인이 신용불량자 였으리라...혹시 저 메세지의 주인공이 애타게 찾는 **이가 카드깡이라도 신나게 하고서 어디로 잠적한 건가...아님..저 남자도 채무관계가 있을래나....(**이란 사람과 내 전화번호 전 주인이 동일 인물이라는 단서는 어디에도 없다...단지...내 맘대로 혹시나...해보는 거다...-_-;;)

어찌되었건...저 남자의 메시지는 가야할 본인에게 결코 가지 못할거다...난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을거니까....혹시나 지금은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만나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이 다시 이어질수도 있는 최후의 '사랑의 작대기'를 내가 끊어 먹고있는거나 아닌지 모를일이다....한편으로 생각하면 저 두 사람 결국은 인연이 거기까지 밖에 안되는 사람들이였는지도 모른다...저 남자가 고질적 수전증이 있어 곧잘 전화번호가 삑사리 나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꼭 걸어야하는 전화가 잘 못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내 경우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전화번호 띡띡 눌러대도 눌러야할 번호를 잘못 눌러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건 경우는 지금껏 손에 꼽을 정도다...하물며 저렇게 망설이다 번호 하나하나까지 손끝에 사무치게 건 전화가 잘못 걸릴 때에는 그건 두 사람이 더 이상 인연이 없다는 거 아닐까...

절대적 운명이나 숙명 혹은 운명적 사랑...같은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는 것에 콧방귀를 날려대며 인연도 노력에 따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운명론자이긴 하지만...적어도 인연이나 사랑에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그런 의미로 확대해석한다면...저 음성메세지 속의 근사한(!! 정말 목소리가 근사했더랬다....) 보이스의 주인공은 오늘 어쩌면 일생일대의 한통이 되었을지도 모를 전화를 적절치 못한 타이밍(적어도 다른 시간에 했더라면...저런 실수를 안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싶은데...아님...좀 이른 시간에 했음 내가 정정보도 했을수도 있는데....쩝..)에 하는 바람에 뜻하지도 않은 이름모를 아줌마에게 메시지를 '겐세이'(...) 당한거다~~~

한밤에 날아든..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메세지 한통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탐정놀이 하며 놀고있다...-_-;;

어쨋거나...안됐다...정말 목소리가 근사했는데....말이지....쩝....(왜 입맛을 다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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