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화욜 신새벽에 집을 나갔습니다… (덕분에 간만에 밤드리 노닐다 들어왔습죠..^^;;)

평소 그닥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를

술로 그럭저럭 매꾸는 위인인지라..오라는데 읍써요…당근…



그래도 과감히(?) 집을 나갔다...예비군 훈련 받으러.... 



냄편없는 며칠간을…

오매불망 서방님을 그리워하거나…

외로움에 지쳐쓰러져..독수 공방 기나긴 밤 허벅지에 대바늘을 고슴도치 같이 꽂고

울부짖고 있겠거니…남편은 그리 기대하고 싶겠지만..



아~~나는 정서적으로 퍽 안정되어 감을 느낍니다..

싱크대에 설거지를 기다리는 그릇들이 넘친 건 벌써 오래고…

일년에 한번이나 쓸까 말까 한 곰솥에다 라면을 끓여 먹다 못해

이제는 빨래 삶는 삼숙이까지 그 고유함과 독창성을 무시한 채

저기다..라면을 어떻게 좀 해볼까 생각 중이고…^^

빨래 산이 집 옆을 지나는 한줄기 거친 바람에 맥없이 무너지고..

동시에 세탁기 역시 묶은 빨래로 넘쳐나 뚜껑이 안 닫기며..

슈퍼 마리오처럼 집 안 여기 저기 깔려 있는 장애물들을

….하루하루 지나면서 난이도 파박 높은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더 늘어나고 또 규모도 더 커지는 장애물들을 너무나도

잘 피해 다닙니다..가끔 장애물 속에서 뽀오나스로

과자 쪼가리도 주워먹어감서…(그럼..HP 팍팍 올라갑니다..^^)

뽀오얀 먼지 위에 족적이 콱콱 찍힙니다..…

그간 없는 시간 쪼개가며 mame 게임에 매진한 결실이라고나 할 수

있을래나…..^^



어떻게 주부라는 여자가 그렇게 까지 하고 살 수 있냐고…하겠지만..

나란 사람..순도 99% 이상의 완전 타율형 인간 인겁니다…^^



책상에 엎드려 침으로 참고서 우굴쭈굴 하게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나의 여린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치던 친모(...)가 없었다면…

아마도 대학 문턱에도 못 갔을 것이며

음성변조의 달인 신이 내린 천의 목소리라 불리던 친구를

의도적으로 사귀는 행운이 없었다면…출석일수 미달로

등짝에 울 엄니 손자국을 고대로 닮은 굳은 살 화석을 생성해가며

들어간 대학을 하마터면 졸업도 못할 뻔 했다는…

비화의 주인공 인겁니다…

항상 뒤에서 엄청난 배후 세력이 조종해줘야만

겨우겨우 반이나마 사람 구실을 하고 살았다 기겁니다..



뭐..그렇다고 지금의 남편이 모종의 배후 세력이나..

아님 전면에 나서서 내 앞길을 선도해 줄만한 

2:8 가르마의 선도맨이냐…(결정적으로

헤어의 숫자적 문제로…2:8 가르마 같은 환상의 헤어 스타일은

꿈도 못 꿉니다…)

절대 그런것도 아닙니다..음해 세력이라면 모를까...

나 보다 더한 타율형 인간이지만…잔소리만은 입에 쫙쫙 붙어서

실전보다는 설전에 강한 스뽀츠 해설가 같은 인물인 겁니다..

휴일날 하루죙일 테레비 앞에 누웠다 일어나면…

장판 무늬 남편이 하나 더 생긴 줄 알고 껌떡 놀랍니다.

자기가 누웠던 그 모양 그대로의 자국을 남기며…

그 외 부분은 한치 오차도 없이 온갖 것들로 너저부운~~해져 있습니다..

그래놓구선…휴일도 제발 치워가면서 놀자~~라고 갑자기 선도 모드로

돌변하는 위선이 생활화된 가증스런 자인 겁니다…



그러하다보니…

빨래 삶는 통에 라면을 끓여 먹건 말건…

세탁기 뚜껑이 닫기건 말건…

어차피..언젠간 내가 할 일 들이긴 하지만…일단은

잔소리 하는 사이비 선도맨이 없으니….

타율형 인간의 정서는 마구마구 안정이 되어갑니다…



며칠 사람 사는 것 같이 살아보니(???)

아…자꾸만 결혼 생활이란 걸 작파(!!)하고 싶은 유혹에서

헤어나덜 못하고 있습니다…



새삼 주말부부…아니..월말 부부…

오~~이것도 부족해….

해외 그것도 오지 파견 근무라 견우 직녀처럼

일년에 한번 ..딸랑 일년에 한번… 만나는 부부가 갑자기

느무느무 부럽습니다… 






어제 오후에 온 전화…집에 온답니다요…

며칠 먹은 객지 밥에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던감..

팍~~팍~~ 철든 소리 해 싸코.. 

역시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야(아..안맞는 소리군요...)



…애들이랑 특별한 거라도 좀 사먹고 그러지…애들이 아빠 없다고

풀죽어 있고 그렇진 않어?? 



…특별한 신김치랑…색다른 찬밥이랑 먹었다…우짤래…   그리고 당신딸들이 배추냐..풀이 죽고 말고 하게..

….음..가면..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뭐..뼈다구 감자탕??또 그거 사줄라 그러지??



…야..그거 뼉다구 쪽쪽 빨면서 먹음..얼마나 맛난데…

밥에다 우거지 착착 감아먹어도 맛나고…





저 남자는 감자탕이 자기가 사주는 최고의 음식이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연애 할 때 우거지 와방 들어간 감자탕에 청하 이빠이 먹구선..

먹은 거 도로 확인 할 때(???) 엉겨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코로 우거지 가닥 안 나온것 만 해도 다행으로 알았습니다요...

(아앗…죄송합니다…워낙 너저분한 인간이라…)



에효…그래서 열나게 집을 좀 치웠다는…

도로..불안정한 정서로 돌아갔습니다..

청소는 청소기가 지 혼자 발발 돌아다니면서 다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책임지고 분류에서 맨 마지막 개키는 것 까지..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마지막 정리까지 맡아서 다 하고..

(참..집에 돌아온 기념으로 식기 세척기나 선물로

사가지고 오라고 그럴걸 그랬다...말이라도 한번 해 볼걸....)

모든 가전 제품들이 100% 인공지능 모드가 되는

그날은 도대체 언제 온답니까??

21세기 된게 언젠데..궁시렁..궁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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