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우리 아줌마 제위들에게 온돌 아랫목 혹은 찜질방스러운 지지를 받은 영화였지 싶다..

일단 유부들의 사랑이야기,그러면서도 머리끄댕이를 잡는다거나 대놓고 노골스럽게 비행어른(?)이

되는 천박함으로 일일연속극스러워짐을 싹~피해가는...세련된 사랑 이야기야..라는 말 한마디씩 할수

있게 해주면서도 결코...따분하지않을 소재를 다뤘었다...

 왕가위 작품 답지않게 바싹 마른 듯 하면서 맥빠진듯한 목소리..

별다른 감정이 실리지 않은 쿨~한 주인공의 독백과 왕가위

트레드마크인 스텝페인팅이 싹 빠져서인지 훨씬 보통 영화(?) 스러웠다..

게다가 이전 작품속의 인물들은..뭐라 해야하나...무라카미 듀엣(류와 하루키)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것 같은...

항상 도시적 소외와 고독을 말하고 어지간히 비루하고 심각한 자신들의 처지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런 끌끌..너네 이제 어쩐다니..란 생각이 일말 들지 않게...

결코 상처 따위 직설화법으로 드러내지 않고 결코 상처받은 자의 형상을 드러내지도 않고

그래서 저지르는 일탈들 또한  감정이 실리지 않고 자연스러워 일탈스럽게 보이지도 않으며

그야말로 쿨하게 처신하고 잽싸게 관객들을 자신의 그 쿨함에 물들여 당신들은 당신들..

나는 나...거리감을 유지하게 해주는 영원한 타자로 남아줌으로써 우리를 편케 해주는

배려심의 절정들이였다....

화양연화는 그 대척점에 있다고 해야하나...주인공들이 어찌나 심각한지..

(국수만 먹어도...국 한숟갈만 떠도...처량함과 심각함이 뚝뚝 묻어난다..)

기존의 왕가위 감독의 주인공들이 가진 '쿨함을 잊지마!!' 란 자의식은 애초에 없어서

자신들이 빠진 '배우자 불륜사건'에 절망하고 그 절망을 공감하다 서로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지만 그 사랑의 모습엔 결국에 자신들을 절망에 빠뜨린 그 빌어먹을 사랑과 닮아 있음에

더 깊은 절망을 느끼는 철저한 피해자의 모습을 한 초우 모완과 수 리첸.....

게다가 우리도 능히 저렇게 밖에 못할지도 몰라...공감이야..공감...

옹이구멍에 묻어버린 비밀이라니...앙코르와트 사원 담벼락에 얼굴 쳐박고 있는 미스터 초우의

뒷통수를 보라....뜨겁고 아픈 가슴을 삭히지 못하고 기어코 뱉어내야 치유가 됨직하나 그 어디에도

말하지 못할 내 사랑이라니....

저게 항상 쿨하기로 작정한 왕가위의 '핫'함의 한계일지 모르지만...그래서 은근한 '핫'함이 오래가는

영화였다...

 

광고회사에서 사기치기로 작정한 거다..2046을 화양연화의 속편이라 계속 떠들어 대는건. 

2046은 주인공 '초우'가 화양연화에서의 실연을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 실연의 한가운데 있는 2046호를

영화 제목으로 삼았을 뿐...화양연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는 아니다..

왕가위 필모그라피 쭉 읽어 내려갈때...화양연화 다음에 이 영화가 있다는 건...결국

화양연화에서 더 변화하지 못하고 다시 옛날의 왕가위로 회귀한 듯하다..

'초우' 선생은 더 이상 구멍속에 비밀을 묻어버리는...소심남이 아니다..

충격이 컸는지...더 이상 일케 안 살어라며 '아비'(아비정전의 장국영)로 환생해 ........

여자 후리기와 꼬시기의 개인기를 떨치고 다닌다.

그러면서 여전히 신문사 직원이며 생계를 위해 '화끈한 소설'을 쓰고 짬짬이 '2047'이란 소설을 쓴다..

(분명히 그 소설 제목이 2047 이라고 했다...호텔 사장 딸 왕페이 에게 소설을 보여주는데...

2047이란 제목으로 보여준다 했다...근데 시놉시스같은 걸 보면...2046이 초우가 쓰는 소설 제목이라

한다...영화보기 전에 알았으면 주의해서 확인해 보는건데...이것 때문에 또 볼 생각은 없고...

이후 영화 보실 분 유심히 듣고서 정확히 가르쳐 주시길...)

화양연화에서의 초우가 더 이상 아닌만큼...그는 더 이상 우리가 감정을 이입할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그가 그의 감정을 감추며 소설 속 탁의 입을 통해 아픔을 그것도 조심스럽고 은근하게 털어놓는 것처럼

나 역시 그보다는 더이상 2046을 행을 택하지 않는 탁에게서 더 아린 감정을 느낀다..

물론 탁은 다른 누구가 아닌 전작에서의 바로 그 초우 자신이 투영된 인물이긴 하다...

리첸에게 거부당하고 충격이 크긴 컸나보다...그의 소설 속에서 탁 역시...소심하고 안드로이드나 붙들고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특별히 허용된 온기에 위안을 느끼는...

그러면서 안드로이드와 교감하기를 원한다...

초우에게 리첸은 좀 오래되서 반응이 느린(타이밍이 맞지 않는) 안드로이드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혹은 초우가 그렇게 믿고 싶어하거나...

역시나 왕가위식 사랑의 모습은....

'사랑은 타이밍이다'라며 엇갈리기만 하는 사랑에 대해 건조하게 그냥 그뿐이야...라고

아플것도 안타까울 것도 없이 매일매일 우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자잘한 일상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여러가지 단편들을 툭툭 던지듯 펼쳐놓는다...

대략 타이밍 지지리도 맞지 않았던 여자들은...

수리첸 2(공리),루루 혹은 미미(유가령),왕징웬(왕정문),바이링(장지이)..(이상 나이 내림차순..)

그 누구도 서로의 타이밍이 항상 맞지않아 사랑의 합일점에 이르지 못한다...

그렇다고 안타까울 건 없다...이건..오늘 처음도 아니고 내가 처음도 아니다...

어느 시간에 있건 어느 공간에 있건....다들 상처가 있고...또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사랑의 모습은 '동사서독'의 그것을 그대로 닮았다...

유명한 애들이 떼로 나오는 영화답게 이러저리 시간을 뛰어넘고 공간을 뛰어넘고 좀 정신이 없다.

영화 본 날 내 컨디션이 무지 안좋아서 일수도 있겠고...

아님 이런 영화를 보기엔 내가 너무 나일 먹었나 싶기도 하고...하여간 좀 산만한 영화다..

너무 많은 이미지를 다루고자 해서 보는 사람 숨차고 힘들다...

게다가 공리도 왕페이도 유가령도....이런 말 우습게 들릴수도 있지만..

왕가위의 스타일리쉬한 영화에 나오기엔...좀 쓸쓸하게 나이먹은 얼굴들이 됐다..

중경삼림의 왕페이,동사서독의 유가령은 이제는 없었다.다만 장만옥만은 더 깊이를 더해가는

원숙한 아름다움으로 비록 서너 컷에 불과할 지언정 잊혀지지않는 이미지를 남긴다.

어리고 이쁜 장지이는 패션 화보에서 튀어나온 듯한 의상 퍼레이드로 눈을 즐겁게 해주긴하지만...

음....머릿속에 남지 않는 아름다움이라 해야하나..영화 전체 이미지보다 훨씬 옅은 향기밖에 풍기지를

못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 역이였지만...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영화보다 더 왕가위 스타일인건 영화음악이지 싶다..

적당한 오리지날...적당한 올드팝...을 딱 맞아떨어지게 배경으로 깔아줌으로써 구질구질 서술형

설명을 음악에게 맞긴다...

노르마의 정결한 여신(좋아하는 곡이다...일본남자와의 사랑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왕페이의 처지와도

퍽 어울리는 곡이다...이 곡 칼라스의 연주로 꼭!!들어보기 권장함!!!)이나 양조위가 뺀질~~하게

나타날때 마다 깔리던 단조의 왈츠 선율....장지이가 빤한 허세를 부리며 얼굴을 쳐들고 지날때

들리는 그 유명한 'Siboney' ...OST 한장 구입해서 그 호텔...애들마다 와서 담배 꼬나물던

그 발코니(로 보였는데...정확히 어딘지 모르겠다...하여간 간판 보이던..그 곳...)에서

나른하게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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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왈...네가 이 영화를 그렇게 느꼈다니...그날 컨디션 안좋은게 분명하다....

란다...난 분명 왕가위 감독의 코드가 좀 이상해진것 같은데....잘 모르겠다....

그래서 동사서독을 다시 보았다...음...여전히 사막이 내속에 들어와 서걱거리는 그 느낌..

가슴 한켠이 모래속으로 잠기는 듯한 그 느낌...그대로 였는데...역시..왕가위 감독이 좀 달라진게

분명해!!!

 

 

 


유명한 애들이 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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