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은 이미 왔다"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6ㆍ끝〉
  2006-04-14 오전 11:58:35
  톰 : 선생께서는 지원병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군대도 결국은 실패한 제국의 친위병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찰머스 :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농후합니다. 이미 우리 군부가 정부의 무능함을 참고 견디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제 말은 미군의 장교들은 그들의 귀중한 군대가, 베트남전쟁 이후 그토록 애를 써서 다시 일으켜 세운 군대가 이제 또다시 해체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일반 병사 모집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이젠 사관학교들도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글쎄,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군대가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바그다드 공격을 책임졌던 토미 프랭크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일 미국에서 9.11에 맞먹는 테러 공격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군부로서는 정부를 접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입니다. 다시 말해, 만일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하려 한다면, 어째서 조지 부시 같은 무능력자의 말을 들어야 한단 말입니까? 도날드 럼스펠드처럼 구시대적 인물의 명령을 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존 매케인을 빼고는 사실상 군대 갔다 온 의원이 하나도 없는 공화당 의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단 말입니까?
 

  
  저로서는 우리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체제는 이미 파탄이 났습니다. 야당에 정권을 주어봐야 CIA를 통제하지 못합니다. 군산복합체도 통제하지 못합니다. 의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없습니다. 정권을 바꿔봐야 시간끌기일 뿐이고,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겁니다.
 

  
  물론,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내가 틀렸다면, 당신은 매우 행복해질 것이고, 그렇다면 나를 용서할 수도 있겠지요. (웃음) 과거에도 우리는 행정권의 명백한 남용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링컨은 (전쟁을 이유로) 영장제도(habeas corpus)를 철폐했고,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행정명령이라는 걸 사실상 만들어냈습니다. 루즈벨트 이전 대통령들은 행정명령이란 걸 발동하지 않았습니다만 루즈벨트는 1000건이 훨씬 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그리고 네오콘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미친 장로교 목사 우드로 윌슨이 있지요. 또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2차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들에게 저지른 탄압(적성국가 출신이란 이유로 수만명을 강제로 집단 수용했음. 아버지 부시 때 사과하고 보상금을 지급: 역자)은 또 어땠습니까? 그렇지만 과거에는 행정권의 남용 이후에 반드시 (이를 바로 잡으려는) 반작용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행해진 잘못에 크게 우려했고, 이를 바로 잡은 것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반작용이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톰 : 그런 반작용이 없을 수도 있겠죠.
 
 

  
  찰머스 : 오늘날 체니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1973년의) 전쟁수권법(War Powers Act), 정보기관에 대한 의회의 감시 등등으로 인해 대통령의 권한이 크게 축소됐다는 겁니다. 이건 제가 보기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장인데, 왜냐하면 이 조치들은 닉슨행정부가 저지른 엄청난 헌법위반을 바로잡기 위해 취해진, 미약한 조치들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대부분의 조치들은 유명무실한 실정입니다. 예컨대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전쟁수권법을 정당한 법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의회 동의 없이 치러진 베트남전쟁 이후, 전쟁 개시의 권한이 의회에 있음을 규정한 법이 전쟁수권법임. 그러나 걸프전, 아프간전, 이라크전 모두 의회 동의 없이 시작됐음: 역자) 역대 대통령들은 마치 전쟁수권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 왔습니다. 전쟁을 하고 안 하고의 결정은 분명 의회의 권한인데도 말입니다. 법치국가라고요? 아닙니다, 미국은 법치국가가 아닙니다. 이젠 더 이상 아닙니다.
 
 

  
  톰 : 우리는 보통 소련의 붕괴로 냉전은 끝났고, 미국의 승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 중 하나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미국은 소련보다 훨씬 강력했기 때문에 자신의 빚을 다른 나라들에 떠넘길 수 있었고, 소련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붕괴(implode)했다는 겁니다. 제 질문은 이겁니다.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게 아닐까요? 어쩌면 미.소 두 수퍼파워 모두 저 유명한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있고, 다만 그 속도가 다를 뿐이며, 지금 우리는 미국의 붕괴를, 지연된 냉전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찰머스 : 저는 언제나 소련이 먼저 망할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가난했으니까요. 냉전의 종식에서 우리가 얻은 오만한 결론, 즉 미국이 승리했다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미국과 소련 모두 똑같은 이유들 때문에, 냉전에서 함께 패배할 것이라고 느껴 왔습니다. 제국의 과도한 팽창과 지나친 군사주의, 바빌로니아 이후의 제국들을 연구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지적해낼 수 있는 원인들이죠. 우리는 결코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높게 평가하지 않고 있죠.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어떠한 제국도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고르바초프 치하의 소련이 바로 그러한 유일한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톰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찰머스 : 저는 아직도 제국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노력은 〈블로우백(Blowback)〉이었지요. 이 책은 9.11 훨씬 이전에, 미국에 대한 엄청난 테러공격은 상상도 못했던 때에 시작됐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21세기 미국 외교정책의 문제들은, 저는 아직도 그러하다고 보는데, 20세기의 잘못들, 즉 중남미에서의 미국의 탐욕스러운 행동들과 베트남전쟁의 진정한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데서 비롯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제국의 슬픔(Sorrows of Empires)〉은 미 군사주의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미국은 어찌하여 똑똑한 동맹국가들, 그들 하나하나, 그리하여 모두를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는지, 어찌하여 세계의 미움을 받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는지를 곰곰 생각하고 있습니다. 탈레랑의 말을 빌자면 우리는 결코 만회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 거죠.
 

  
  그래서 저는 〈블로우백 3부작〉의 마지막, 〈네메시스(Nemesis)〉를 쓰기로 한 겁니다. 네메시스는 복수를 뜻하는 그리스의 여신입니다. 이 여신은 또한 지나치게 교만해진 자, 스스로에게 너무도 도취한 나머지 어떠한 신중함도 잃어버린 자에게 징벌을 가하죠. 이 여신은 언제나 한 손에는 저울을, 심판의 날을 뜻하죠, 다른 한 손에는 채찍을 든 무서운 형상으로 묘사됩니다.
 
 

  
  톰 : 네메시스가 우리 뒤를 쫓아 오고 있다?
 
 

  
  찰머스 : 아니, 네메시스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제 생각에 네메시스는 우리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그 때가 오겠죠.
   
 
 

찰머스 존슨/일본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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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장래? 파산 아니면 쿠데타"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5〉부시 행정부, 군사주의 벗어야
  2006-04-13 오전 9:27:34
  찰머스 : 조지 부시의 입장에서 보자면, 부시행정부는 그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이루고자 원했던 것을 모두 이뤄냈습니다. 우선 군사주의를 강력하게 진전시켰습니다. 대다수 미국인의 마음속에서 군부는 이제 미국사회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작동되는 조직입니다. 지배계급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주었고, 권력분립의 원칙을 가능한 최대한까지 파괴했습니다. 이것들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권력분립의 원칙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의회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인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미국의 시민들이 이 과업에 나서도록 만들 수 있을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시민들만이 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법원도 할 수 없고, 대통령은 필경 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파산하는 겁니다. 2001년의 아르헨티나가 그랬던 것처럼.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했던 나라가 하루아침에 가장 가난한 나라가 돼버렸습니다. 붕괴한 것이죠. 돈을 빌릴 능력도 상실했고, 사태를 통제할 능력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지난 90년대 자신들의 부패한 대통령들이 말도 안 되는 조언에 귀를 기울였음을, 멍청한 짓만 골라서 했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정상을 되찾았죠.
 
 

  
  톰 : 그렇지만 초강대국의 파산이라? 이건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상황 아닙니까? 대영제국이 퇴장할 때는 미국이 그 뒤에 있었습니다. 우리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요?
 
 

  
  찰머스 : 없습니다.
 
 

  
  톰 : 그렇다면 미국이 파산한다는 건 뭘 뜻하는 겁니까? 미국이 곧 아르헨티나는 아니잖습니까?
 
 

  
  찰머스 : 사태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갑자기 미국은 외부의 적선에 기대게 되겠지요. 미국의 무역적자는 이미 연간 7250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재정적자도 미국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죠. GDP의 6%가 넘습니다. 말도 안 되는 국방예산은 로켓처럼 치솟고 있고, 게다가 이미 이라크전쟁에만 5000억 달러를 쏟아 부었습니다. 그 돈 하나하나가 중국에서, 일본에서 온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미국시장에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그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겁니다. 그들이 '더 이상 미국에 돈을 빌려주지 말자'라고 결정하는 순간, 미국의 금리는 치솟을 것이고 주가는 폭락할 겁니다.
 

  
  지금 우리가 빌린 돈의 이자를 갚기 위해서만 하루 20억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등이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기로 하는 순간, 우리는 국내저축에서 이 돈을 충당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국내저축률은 마이너스입니다. 미국인들로 하여금 소득의 20%를 저축하도록 만들려면 금리 수준이 최소한 연 20% 이상이 돼야 하는데, 그 경우 엄청난 공황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우리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셨던 1930년대의 그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당시 우리는 아리조나의 시골에 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우리 집 뒷문을 두들기더니 "혹시 일거리가 있을까요? 급료는 필요 없고 먹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더랍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물론 있지요. 댁에게 일거리를 주고, 계란과 감자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이런 종류의 공황이 미국에서 한동안 지속될 겁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겠지만 미국보다는 빨리 회복할 겁니다.
  
 
 

  톰 : 그렇다면 선생께서는 중국, 일본, 유럽 경제가 미국과 함께 동반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없이도 잘 해나갈 수 있다,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찰머스 : 물론이죠. 이 나라들은 미국 없이도 잘 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톰 : 혹시 선생께서는 예를 들어 중국의 거품경제가, 특히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부문이 붕괴해서 그곳에서도 혼란이 초래되는 상황은 생각해 보시지 않았습니까?
  
 
 

  찰머스 :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정부를 원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중국경제가 궁극적으로 내수에 의존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면, 이들이 영원히 미국에 스웨터나 파자마 따위를 파는 것에 만족하지는 않겠죠. 물론 미국경제는 큽니다. 그렇지만 미국경제가 너무도 크기 때문에 우리가 없으면 세계가 굴러가지 못할 거라고 믿을 근거도 또한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무기를 빼고는 뭐 하나 제대로 생산하는 것이 없으니까요.
 

  
  언젠가 우리는 신중치 못한 생활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겁니다.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의 이른바 미사일방어기지에 아무 것도 맞히지 못하는 미사일 8기를 설치하기 위해 인프라를 포기하고, 건강보험도 포기하고, 교육까지도 방치한 그 어리석음에 대한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사실 미사일방어기지의 이 미사일들은 실험 결과 발사조차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톰 : 달러가 언제까지 국제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십니까? 최근 이란이 국제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는데….
 
 

  
  찰머스 : 그렇죠, 이란은 유로로 결제되는 국제석유거래소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나라가 그 계획에 동참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모든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경제학원론에 따르면 어떤 한 나라가 역사상 최대의 무역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경제체제가 평형을 되찾으려면 해당 국가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돼 있습니다. 이 말이 뭔가 하면, 달러화의 가치가 엄청나게 떨어져 어떤 미국인도 렉서스(일본 도요다사의 고급승용차: 역자)를 살 수 없고, 이탈리아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리어카에 달러를 가득 싣고 가야 된다는 얘깁니다.
  
 

  톰 : 최소한 CIA가 이탈리아에서 백주 대낮에 사람을 납치하는 것과 같은 고질병은 고치게 되겠군요.
  
 
 

  찰머스 : (웃음) 다른 건 몰라도 납치범들이 밀라노의 별 5개짜리 고급호텔에 묵지는 못할 겁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 증서를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습니다. 만약 달러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경우, 달러를 끝까지 갖고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잃게 될 겁니다. 당연히 누구든 달러를 먼저 버리려 하겠지요. 그렇지만 누군가가 달러를 버리게 되면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패닉을 유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1년 전,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 가량 되는데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외환보유액 중에 달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 같다,' 다시 말해 (달러를) 유로라든가, 심지어 두바이 화폐로 바꾸는 것이 낫겠다는 얘기지요. 즉각 패닉이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이 달러를 마구 내다 판 것이지요. 부시가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네들 뭐 하자는 거야?'라고 항의했습니다. 결국 한국은 한 발짝 물러섰지요. 지금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최근 미국의 젊고 똑똑한 경제학 박사들이 이러한 상황(미국의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도 달러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 역자)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는 희한한 논리를 잇달아 개발해내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런 겁니다.
 

  
  '세계 도처에 저축이 넘쳐나고 있다, 사람들은 돈은 많지만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미국에 빌려준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잡지 〈네이션〉의 매우 사려 깊은 경제전문 기자 윌리암 그라이더가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세계 최대의 채무자가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에 대해 돌아가면서 모욕을 주는 것은 아주 지각없는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이번 여름에 태평양에 4개 항공모함으로 구성된 함대를 보내 중국을 위협할 예정입니다. 태평양을 항해하면서 전투기를 띄우고, 크루즈 미사일을 몇 발 발사하겠지요. 이런 꼴을 보면서 중국이 '그래, 그럼 달러를 버리지'라고 얘기하지 말란 법이 있습니까? 물론 달러 투매로 중국 국내에서도 혼란이 초래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만일 중국이 달러를 버리기로 작정을 했다면 아주 미묘하게, 혼란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처리할 겁니다.
 

  
  도대체 이 행정부는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막대한 적자를 줄여야 할 판에 세금 감면 정책을 펴고 있으니 말입니다. 내가 아는 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들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이념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재정측면에서 책임 있는 정책, 즉 항공모함이라든가 기타 비생산적인 일에 돈을 쓰지 말자는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주의와는 정반대 편에 서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시행정부의 관리들은 과격파(radicals)라는 겁니다. 또라이들(crazies)이지요. 우리 모두는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대통령은 왜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며, 군부를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놔두고, 나아가 무슨 일만 생기면 군부에 의존하는 겁니까? 제2의 카트리나가 발생하고,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해도 군부에 기댈 겁니까? 이 모든 것이 마치 한 편의 코미디 같기도 하고, 또 고대 로마를 연상케도 합니다.
 

  
  만일 미국이 파산한다 해도 우리 국민들이 각성하지 못한다면, 제가 존경하는 한 작가가 언젠가 썼던 것처럼, "쿠데타를 간절히 바라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아마도 미국은 로마 공화정이 종식된 것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혼란과 무질서가 극에 달하면, 사람들은 한 사람의 영웅을 고대하게 됩니다. 대략 미합중국이 존속했던 기간(230년)이 지나고 난 후 로마공화국은 그러한 함정에 빠져 듭니다. 그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았고, 관리할 수도 없었던 제국을 우연히,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갖게 된 탓에 그들은 항상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져 듭니다.
   
 
  찰머스 존슨/일본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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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지 않을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4〉
  2006-04-12 오전 11:21:02
  : 지금까지 펜타곤의 2007년도 국방예산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 왔는데요….
 
 

  
  찰머스 :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현재의 국방예산이나 최근의 4개년 국방계획검토(QDR), 사실 여기에는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게 하나도 없지만, 어쨌든 이 두 가지 모두가 우리가 예전부터 해오던 것을 그저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세계 도처에 퍼져 있는 200여 개의 미군 전용 골프장이 잘 관리되도록 하는 것, 장군님이나 제독님들이 언제라도 알프스에 있는 미 육군전용 가르미쉬 스키장이나 서울과 도쿄에 있는 호사스런 미군 전용 호텔로 떠나실 수 있도록 제트기를 대기시켜 놓는 것, 이런 따위의 일들이죠.
 

  
  또 하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도대체 의회는 뭘 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의원들이 부패에 젖었기 때문인가요? 그것도 일부 이유는 될 수 있겠지요. 제가 사는 곳은 캘리포니아주 50선거구입니다. 지난해 12월 이 지역구 출신의 랜디 커닝햄 하원의원이 미 연방의회 역사상 단일사건으로는 최대의 부패사건을 고백했는데, 세출위 군사소위 위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방위계약을 성사시켜 준 대가로 롤즈로이스 승용차, 프랑스 골동품 등 240만 달러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심지어 펜타곤도 원치 않는 국방예산을 얹어주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언젠가 누가 말했듯이 이제 의회도 매우 값싸게 매수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커닝햄이 받은 뇌물은 240만 달러 상당이었지만 성사된 방위계약은 무려 1억7500만 달러였으니까요.
 

  
  미 군부는 이제 완전히 통제불능의 상태에 있습니다. 행정부의 일부로서 국방부는 (2차대전 후) 안보국가라는 미명 하에 팽창에 팽창을 거듭해 왔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펜타곤은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불렸습니다. 지금은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로 불립니다. 방어(Defense)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죠. 오랫동안 그렇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오늘날에는 이른바 '조국안보'를 위한 별도의 부서(국토안보부: 역자)까지 생겨났습니다. 도대체 그런 정부부서가 필요할까요. '국방부'도 마찬가지고요.
  
 

  커닝햄 의원이 자신의 부정을 고백하기 훨씬 이전에 저는 '군산인간(Military-Industrial Man)'이라는 칼럼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실었습니다. 이 칼럼에서 저는 당시 커닝햄 의원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을 적시하면서,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정치적 입지가 너무도 탄탄해 그를 쫓아낼 방도가 없다고 개탄했습니다. 이 칼럼이 실린 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는 독자 편지 2통이 왔습니다. LA 중심가인 34번 선거구에 사는 이 독자들은 커닝햄 의원 같은 사람이 자기 지역구의 의원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답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 일자리만 창출해낼 수 있다면, 알래스카에 있는 미사일방어기지의 미사일이 제대로 발사되든 땅으로 처박히든 전혀 관계치 않겠다는 겁니다. 예, 우리는 거대한 첨단 허수아비에 불과한 미사일방어망에 이미 1000억 달러나 퍼부었습니다. 미사일 방어를 위한 이른바 요격미사일이란 게 목표물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준장치조차 없습니다. 실험은 실패했고, 이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습니다. 미사일방어란 필시 이보다 훨씬 불길한 어떤 것을 호도하기 위한 명분임이 분명합니다. 미 공군력을 우주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 그들이 좋아하는 표현으로는 "(우주의) 전면적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를 추구하기 위한 허울임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파적 편견에서 바라보아서는 안 되겠죠.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나을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민주당은 결코 그런 적이 없으니까요. 민주당도 공화당만큼이나 열심히 군대를 팽창시켜 왔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야수(beast)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오늘날 이 야수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보죠. 미국 헌법의 기초한 제임스 매디슨에 따르면, 정보를 얻을 권리는 다른 모든 권리를 가능케 하는 권리입니다. 이 권리가 없으면 다른 모든 권리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가 없다면 권리장전(Bill of Rights)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미 오랫동안 이 나라에는 비밀주의가 판을 쳐 왔지만 부시 행정부 들어 그 정도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가 훨씬 악화되고 있습니다. 존 애시크로프트가 법무장관이 되고 나서 한 일은 정보공개법에 의한 정보 접근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입니다.
 

  
  펜타곤의 눈 먼 돈(black budget)의 규모는 부시 행정부 들어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행정부 바깥의) 누구도 이들 프로젝트의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마이클 헤이든 전 국가안보국(NSA) 국장 같은 제복을 입은 군인이 의회에 나와 증언을 하는 광경은 제게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이한 진풍경으로 보입니다. 언젠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이제까지 NSA가 영장 없이 도청한 사례가 최소한 몇 건이나 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십니까? "저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였습니다. 약 1년전 국방정보국(DIA)의 국장인 제이코비 제독에게 '미국 정부는 아직도 아메드 찰라비에게 매월 34만 달러씩을 지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그의 대답 역시 "대답하지 않겠습니다"였습니다.
 

  
  이런 지경이 되면 상원의원 한 명 쯤은 즉각 일어서서 "연방보안관, 저 자를 체포하시오"라고 외쳐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거, 의회모독죄 아닙니까?
 
 
 

  
   : 의회가 그토록 멸시를 받아 마땅한 이유도 있다고 말씀하시고 싶은 거죠?
 
 
 

  
  찰머스 : 물론 그렇습니다. 이 친구들이 왜 그토록 뻣뻣해졌는지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1977년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리차드 헬름스가 의회에 대해 거짓증언을 한 중대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아옌데 대통령을 축출한 칠레의 군사쿠데타와 미국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미국이 이 쿠데타를 속속들이 기획하고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헬름스는 집행유예 형과 약간의 벌금을 물고 랭글리에 있는 CIA본부로 돌아왔는데 직원들로부터 그야말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우리들의 영웅이다!', 이거죠. 그는 자랑스럽게 정보기관의 비밀엄수 원칙을 지킨 겁니다. 대통령의 사병(私兵)인 이 정보기관들, 이들에 대해서 우리는 속수무책입니다. 그들의 모든 행동은 비밀입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예산의 어느 한 항목도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 군부 역시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변질돼 가고 있지 않습니까?
 
 

  
  찰머스 : 그렇습니다. 저는 징병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쉽게 조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조국을 지키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나라를 지켜야 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긴 합니다만, 적어도 시민군은 군사주의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군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입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관이 유능한지, 전략이 제대로 세워졌는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전쟁이 정당한 전쟁인지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베트남전쟁 때처럼 군인들이 정부의 거짓말에 속아서 전쟁에 참여하게 됐다고 믿게 된다면 미국의 군대는 해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사병들이 상관들에게 얼마나 들이댔던지 크라이튼 아브람스 장군 같은 이는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그것을 베트남화(Vietnamization)라고 부르든 뭐라고 부르든, 실제로 일어난 상황은 그랬습니다. 현재 이라크의 상황도 그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간신문을 펼쳐 보면 미군 당국은 이제 4등급 장정도 군인으로 징발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심각한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말입니다. 이들은 결국 총알받이밖에 되지 못할 겁니다.
 

  
  미국은 지금 부자가 아닙니다. 2005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자그마치 7258억 달러나 됩니다. 기록이죠. 1년 만에 무려 25%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제대로 된 공산품 하나 만들지 않고, 이따위 전쟁이나 하면서, 쓸모없는 무기들만 잔뜩 생산해가지고는 사회가 오래 지탱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공화당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수석 보좌관을 지냈던 허버트 스타인이 한 유명한 말이 있죠.
  
  "지속되지 않을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Things that can't go on forever don't.)"
 
 
 

  
   : 우리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했군요.
   
 
 

찰머스 존슨/일본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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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났다. 그 적은 바로 우리였다"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3〉
  2006-04-11 오후 4:04:07
   : (이라크, 아프간 등의) 전쟁예산은 포함된 게 아니죠?
 

  
  찰머스 : 물론 포함되지 않은 겁니다! 행정부에 앉아 있는 저 사람들은 우리들을 꼬드겨 매우 환상적인 군사장비들을 만들게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주 유명한 지적이 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콜린 파월 장군에게 이런 말을 했다죠.
 

  
  "귀하가 항상 말하는 그 기똥찬 무기들, 그런데 그 무기들을 사용할 수 없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다는 겁니까?"
 

  
  글쎄요, 그 무기들을 지금 당장 사용하려고 하면 그 사람들은 당장 1200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말할 겁니다, 아마!(웃음)
 

  
  그런데 문제는 공식 국방예산도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방예산계획서는 록히드 마틴의 F-22 전투기와 같은 무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F-22 개발은 미 국방역사상 최대치의 계약액을 기록한 프로젝트죠. F-22는 스텔스 전투기인데 사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신무기입니다. 저들은 또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추가로 건조하고 싶어 합니다. 이건 그저 해군 제독들의 장난감일 뿐이죠.
 

  
   : 우리가 젊었을 때는 펜타곤의 예산낭비에 관한 기사들이 상당히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1개에 100만 달러나 되는 몽키스패너 등등….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언론보도조차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찰머스 : 그것은 언론이 펜타곤의 품위 있고 정상적인(?) 회계관행에 완전히 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 등에 소요되는 진짜 펜타곤 예산을 뽑아본 적이 있는데 자그마치 2조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무기를 구매하기 위해 빌린 국채에 대한 이자만도 수십억 달러에 이릅니다. 무엇보다도 펜타곤은 퇴역군인 복지에 관한 예산을 정직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한 올해 공식예산은 680억 달러인데, 이는 실제 필요예산보다 훨씬 적은 것이 분명합니다. 1차 걸프전 이후 연금 등을 신청해서 받고 있는 퇴역군인의 그 엄청난 숫자만 고려해도 그렇습니다. 퇴역군인들에게 약속했던 혜택의 상당 부분을 취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릴 것이 거의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트라이케어(Tricare)란 게 있는데, 이는 퇴역군인 및 그 가족들에 대한 정부보조 건강보험제도입니다. 2007년도의 관련 예산은 390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벌써부터 엄청난 상승세로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도널드 럼스펠드, 잘난 척하는 이 이데올로그도 최근의 국방예산에는 완전히 두 손을 다 든 것 같습니다. 단 한 항목도 삭감되지 않았으니까요. 모든 무기개발이 통과됐습니다. 럼스펠드는 '군사력 변환(고가의 중무기 대신 경량화, 지능화로 미군을 신속기동군화한다는 전략: 역자)'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우리는 이미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도대체 왜 새로운 무기개발에 돈을 써야 하는 겁니까? (럼스펠드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미국의 신무기개발 중독증은 심각하다는 의미: 역자) 게다가 (펜타곤의 국방예산 외에) 에너지부도 핵무기개발을 위해 2006회계연도에만 185억 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 펜타곤 외에 다른 부서에서도 국방예산을 쓰고 있다는 말씀이시죠?
 

  
  찰머스 : 그렇습니다. 이것은 에너지부의 예산입니다.
 

  
   : 그러니까, 펜타곤 예산 외에 숨겨진 국방예산이 상당히 많다?
 

  
  찰머스 : 그렇습니다, 대단히 많습니다! 저는 미 국방예산의 전체 규모를 연간 7500억 달러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펜타곤의 공식예산이 4400억 달러 정도, 여기에 이라크전쟁 등을 위한 예산이 연간 1200억 달러, 이는 펜타곤 회계책임자인 티나 존스가 계산한 것인데 현재 한 달에 68억 달러씩 쓰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또다른 항목들이 추가되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퇴역군인 관련 예산입니다. 특히 중증 부상자, 베트남전쟁 시기만 해도 전사자로 처리됐을 이들 중증 부상 군인들의 생명 유지 및 건강관리에 들어갈 비용이 엄청날 거라는 얘깁니다. 베트남전쟁 때라면 이들은 대부분 전사자로 처리됐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존재는 부시 행정부에게도 너무도 당혹스러운 것이라 정부는 이들을 한밤중에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본국으로 송환시킵니다. 존 머사라는 하원의원이 있죠. 퇴역 장교이기도 한 이 사람은 펜타곤이 한다고 하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무기개발이라도 무엇이든지 밀어주는 바람에 방위산업 역사상 가장 우호적인 정치인이라는 평판까지 들었던 의원인데, 최근 퇴역군인들을 위한 병원을 드나들더니 정신을 조금 차렸습니다. 공개적으로 이라크전쟁에 반대한 거죠. 저로서는 놀랍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톰의 어머니도 만화가였던 걸로 알고 있지만, 어머니와 내가 같이 좋아하는 월트 켈리라는 만화가가 있습니다. 그 분의 만화 중에 유명한 구절이 있는데 뭔지 아십니까? "적을 만났다. 그 적은 바로 우리였다"입니다. 지금 우리 상황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요?
 
 
   
 
  찰머스 존슨/일본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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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은 나치의 길을 가고 있다"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2〉
  2006-04-10 오후 2:55:57
   : 본래의 주제로 돌아와서, 선생께서는 제국을 발견하셨고….
 

  
  찰머스 : 그 제국은 개념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제국이란 식민지를 갖고 있는 나라라고 정의를 내리지요. 하지만 분석적으로 보면 제국이란 외부로 헤게모니를 투사해 다른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이익이 어떻게 되느냐와 상관이 없이 우리들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종류의 제국일까요? 미 제국의 단위는 식민지가 아닙니다. 군사기지이지요. 이것은 제국의 개념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예외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로마제국 시대 중동지역에 있었던 주요 군사기지의 숫자를 쉽사리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오늘날 이 지역을 군사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기지 숫자와 거의 같습니다. 38개지요.
 

  
  군사기지의 제국, 이는 미 국방부도 인정하고 있다시피 세계 도처에 700개 이상의 군사기지를 두고 있는 미 제국의 논리를 가장 잘 설명해내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군사기지들이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기지들을 당초에는 장래 있을지도 모를 전쟁에 대비한 전략적 목적으로 확보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우리는 결코 그 군사기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게임의 법칙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사람들로 하여금 전쟁을 하게 만드는 건 오만입니다. 미 해병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오키나와에 주둔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2차대전 최후의 격전이었던 오키나와전투에서 그들이 치른 희생이 그러한 자격을 부여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제국의 개념이, 반드시 군사기지의 제국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들 부시의 시대에 네오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매우 빨리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고는 매우 놀랐습니다. 제국이란 말을 자랑스럽게 사용한다는 것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랬지요, 미국의 건국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미국인은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반제국주의적이라는 것을 늘 자랑으로 생각해 왔고, 독재적 방법으로 다스리려는 왕을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러한 전통은 제 생각으로는 (19세말의) 미-스페인전쟁까지가 고작이었습니다. 그 이전부터 미국은 제국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 선생이 쓰셨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이 군사화돼 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일종의 외다리 제국이 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찰머스 : 그 부분이야말로 미 제국의 앞날에 매우 불길한 징조입니다. 대부분의 제국에도 군사력은 필요합니다만 우리의 경우에는 군사주의(militarism)가 모든 것의 중심이 돼 있습니다. 군사주의란 국가방위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나아가 정치적 목적을 위한 무력의 행사를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생활의 방식, 부자가 되고 편안해지기 위한 생활의 방식입니다. 제가 확실히 말하건대 미 제1해병사단은 이곳 캘리포니아에 주둔하는 것보다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약간 좋은 정도가 아니라 차원이 다르게 좋습니다. 소련군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이후에도 무려 5년 동안이나 동독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았습니다. 가난한 러시아로 돌아가기보다는 독일에 머무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을 그들을 알았던 거죠.
 

  
  대부분의 제국들은 군사적 측면을 은폐하려 합니다. 우리의 문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군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군을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그나마 제대로 작동되는 조직으로 바라봅니다.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외치는 말, "우리 군을 밀어주자"라는 말처럼 위선적인 말도 또 없습니다.
 

  
   : 미국의 국방예산이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이라는 데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찰머스 : 제국의 특징 중 하나는 제국이 우리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파고드느냐 하는 겁니다. 사회가 제국에 의존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전의 제국들, 로마제국이나 대영제국, 일본제국 등은 로마 시민, 영국 시민, 일본 시민들이 잘 살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기 제조와 판매가 우리 삶과 매우 깊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미국의 주요 무기 제조업자는 이제 4개, 즉 보잉과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루만과 제너럴 다이내믹스밖에 없으며 이들 무기제조 기업들이 가능한 한 많은 주, 많은 지역구에 엄청난 계약을 (즉 일자리를) 나눠주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 합니다.
 

  
  지금 국방예산이 이 나라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어떤 합리적 군사목적으로도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을 정도로 국방예산의 규모는 무시무시하게 커져 버렸습니다. 현재 미국의 국방예산은 전세계 국방예산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작고, 가장 가난한 두 나라 때문에 거의 질식지경에 이르러 있습니다. 침공당하기 전 이라크의 GDP는 루이지애나주와 맞먹을 정도였습니다. 아프간은 분명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입니다. 그런데도 이 두 나라가 미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군사적으로 보면, 미국의 국방예산은 전혀 일관되지 못하며 합리적이지도 못합니다. 물론 국방예산이 우리 산업에 대한 보조금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특히 무기가 그나마 아직도 미국기업이 효율적으로 생산해내는 몇 안 되는 공산품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미국의 무기산업은 엄청난 수출산업이죠. 다른 게 있다면 민간기업이 아니라 펜타곤이 외국정부에 대한 대외군사판매라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죠.
 

  
  물론 이것은 자유기업이 아닙니다. 4개의 거대한 방위산업체가 단 하나의 고객을 위해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가사회주의입니다. 미국 어느 대학의 어떤 경제학 강의에서도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미국의 경제가 운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공황을 벗어나기 위해 케인즈가 제기했던 방식, 즉 경기순환에 저항하며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대폭 늘이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지금 이 나라는 군사기지 폐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집단적 신경증을 앓습니다. 그리고 이는 정치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이곳 샌디에이고의 미 해병 군용비행장 폐쇄 가능성이 제기되면 온 도시가 들끓는 것과 마찬가지로 뉴잉글랜드 포츠머스에 있는 미 해군조선소 폐쇄에 대해 그곳 주민들이 들고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미군기지를 '자신들의' 기지로 생각합니다. '너희들이 어떻게 감히 우리 기지를 빼앗아간단 말이냐!' '국회의원은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되찾아 와야지', 이런 식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미국의 군사주의, 미 군사제국주의의 가장 병적인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군대 없이 살아나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마약에 중독되듯이 군대에 중독됐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군대가 없으면 미국경제는 지탱되지 못할 것이고,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시무시한 일이죠.
 

  
  나아가 이러한 미국적 상황의 역사상 전례들은 더욱더 무시무시합니다. 군사적 케인즈주의의 가장 극명한 전례, 즉 막대한 군비수요에 의해 불황에 빠져 있는 경제를 살려내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은 대표적인 선례는 바로 독일입니다. 기억하십니까, 아돌프 히틀러가 총리가 된 1933년 이후 5년동안 히틀러는 현대의 천재 중 한 명으로 추앙받았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일자리를 되찾았죠. 이러한 업적은 전적으로 군사적 케인즈주의, 즉 나치당과 독일산업계 간의 동맹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히틀러의 방식이야말로 진짜 케인즈주의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부 재정지출에 의한 수요자극으로 공장을 다시 열게 되면 이는 곧 노동조합, 즉 노동자 계급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겁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 계급을 강화시킬지도 모를 정부정책을 두려워하기 마련이죠. 노동자 계급이 혁명적으로 변화할지도 모르니까요. 실제로 20세기에는 그런 사례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아직도 볼세비즘이라고 하면 놀라자빠지죠. 어느 정도는 아직까지도 그러합니다.
 

  
  우리가 미국경제에 대해서 해놓은 일은 히틀러가 독일경제에 대해 한 것과 대단히 유사합니다. 지금 미국은 엄청난 숫자의 전투기와 기타 무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1991년 마침내 소련이 붕괴됐을 때, 미국이 느껴야 했던 당혹감을 잘 설명해 줍니다. 우리는 냉전을 종식시킬 수가 없었던 겁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정을 매우 빨리 깨달았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일찍부터 냉전의 추동력은, 특히 미 냉전전략의 핵심인 국가안보회의문서 68호(NSC)의 정당성은 대공황시대를 실제로 살아본 중년 이후 미국인들의 분명한 이해, 즉 미국경제는 자본주의적 자유기업이라는 기반만으로는 지탱할 수 없다는 데 대한 명백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안보국가(national security state)'의 길을 택한 지 불과 20년만인 1966년에 미국은 자그마치 3만2000개나 되는 핵탄두를 보유하게 된 겁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 해에 미국의 핵탄두 보유는 역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는데 이는 도대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지금도 우리는 9960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2007년 펜타곤의 국방예산도 도대체 말이 되지가 않습니다. 자그마치 4393억 달러라니 말입니다.
 
 
   
 
 

찰머스 존슨/일본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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