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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장래? 파산 아니면 쿠데타"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5〉부시 행정부, 군사주의 벗어야
  2006-04-13 오전 9:27:34
  찰머스 : 조지 부시의 입장에서 보자면, 부시행정부는 그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이루고자 원했던 것을 모두 이뤄냈습니다. 우선 군사주의를 강력하게 진전시켰습니다. 대다수 미국인의 마음속에서 군부는 이제 미국사회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작동되는 조직입니다. 지배계급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주었고, 권력분립의 원칙을 가능한 최대한까지 파괴했습니다. 이것들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권력분립의 원칙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의회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인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미국의 시민들이 이 과업에 나서도록 만들 수 있을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시민들만이 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법원도 할 수 없고, 대통령은 필경 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파산하는 겁니다. 2001년의 아르헨티나가 그랬던 것처럼.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했던 나라가 하루아침에 가장 가난한 나라가 돼버렸습니다. 붕괴한 것이죠. 돈을 빌릴 능력도 상실했고, 사태를 통제할 능력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지난 90년대 자신들의 부패한 대통령들이 말도 안 되는 조언에 귀를 기울였음을, 멍청한 짓만 골라서 했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정상을 되찾았죠.
 
 

  
  톰 : 그렇지만 초강대국의 파산이라? 이건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상황 아닙니까? 대영제국이 퇴장할 때는 미국이 그 뒤에 있었습니다. 우리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요?
 
 

  
  찰머스 : 없습니다.
 
 

  
  톰 : 그렇다면 미국이 파산한다는 건 뭘 뜻하는 겁니까? 미국이 곧 아르헨티나는 아니잖습니까?
 
 

  
  찰머스 : 사태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갑자기 미국은 외부의 적선에 기대게 되겠지요. 미국의 무역적자는 이미 연간 7250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재정적자도 미국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죠. GDP의 6%가 넘습니다. 말도 안 되는 국방예산은 로켓처럼 치솟고 있고, 게다가 이미 이라크전쟁에만 5000억 달러를 쏟아 부었습니다. 그 돈 하나하나가 중국에서, 일본에서 온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미국시장에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그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겁니다. 그들이 '더 이상 미국에 돈을 빌려주지 말자'라고 결정하는 순간, 미국의 금리는 치솟을 것이고 주가는 폭락할 겁니다.
 

  
  지금 우리가 빌린 돈의 이자를 갚기 위해서만 하루 20억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등이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기로 하는 순간, 우리는 국내저축에서 이 돈을 충당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국내저축률은 마이너스입니다. 미국인들로 하여금 소득의 20%를 저축하도록 만들려면 금리 수준이 최소한 연 20% 이상이 돼야 하는데, 그 경우 엄청난 공황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우리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셨던 1930년대의 그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당시 우리는 아리조나의 시골에 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우리 집 뒷문을 두들기더니 "혹시 일거리가 있을까요? 급료는 필요 없고 먹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더랍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물론 있지요. 댁에게 일거리를 주고, 계란과 감자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이런 종류의 공황이 미국에서 한동안 지속될 겁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겠지만 미국보다는 빨리 회복할 겁니다.
  
 
 

  톰 : 그렇다면 선생께서는 중국, 일본, 유럽 경제가 미국과 함께 동반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없이도 잘 해나갈 수 있다,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찰머스 : 물론이죠. 이 나라들은 미국 없이도 잘 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톰 : 혹시 선생께서는 예를 들어 중국의 거품경제가, 특히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부문이 붕괴해서 그곳에서도 혼란이 초래되는 상황은 생각해 보시지 않았습니까?
  
 
 

  찰머스 :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정부를 원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중국경제가 궁극적으로 내수에 의존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면, 이들이 영원히 미국에 스웨터나 파자마 따위를 파는 것에 만족하지는 않겠죠. 물론 미국경제는 큽니다. 그렇지만 미국경제가 너무도 크기 때문에 우리가 없으면 세계가 굴러가지 못할 거라고 믿을 근거도 또한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무기를 빼고는 뭐 하나 제대로 생산하는 것이 없으니까요.
 

  
  언젠가 우리는 신중치 못한 생활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겁니다.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의 이른바 미사일방어기지에 아무 것도 맞히지 못하는 미사일 8기를 설치하기 위해 인프라를 포기하고, 건강보험도 포기하고, 교육까지도 방치한 그 어리석음에 대한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사실 미사일방어기지의 이 미사일들은 실험 결과 발사조차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톰 : 달러가 언제까지 국제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십니까? 최근 이란이 국제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는데….
 
 

  
  찰머스 : 그렇죠, 이란은 유로로 결제되는 국제석유거래소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나라가 그 계획에 동참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모든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경제학원론에 따르면 어떤 한 나라가 역사상 최대의 무역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경제체제가 평형을 되찾으려면 해당 국가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돼 있습니다. 이 말이 뭔가 하면, 달러화의 가치가 엄청나게 떨어져 어떤 미국인도 렉서스(일본 도요다사의 고급승용차: 역자)를 살 수 없고, 이탈리아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리어카에 달러를 가득 싣고 가야 된다는 얘깁니다.
  
 

  톰 : 최소한 CIA가 이탈리아에서 백주 대낮에 사람을 납치하는 것과 같은 고질병은 고치게 되겠군요.
  
 
 

  찰머스 : (웃음) 다른 건 몰라도 납치범들이 밀라노의 별 5개짜리 고급호텔에 묵지는 못할 겁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 증서를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습니다. 만약 달러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경우, 달러를 끝까지 갖고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잃게 될 겁니다. 당연히 누구든 달러를 먼저 버리려 하겠지요. 그렇지만 누군가가 달러를 버리게 되면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패닉을 유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1년 전,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 가량 되는데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외환보유액 중에 달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 같다,' 다시 말해 (달러를) 유로라든가, 심지어 두바이 화폐로 바꾸는 것이 낫겠다는 얘기지요. 즉각 패닉이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이 달러를 마구 내다 판 것이지요. 부시가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네들 뭐 하자는 거야?'라고 항의했습니다. 결국 한국은 한 발짝 물러섰지요. 지금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최근 미국의 젊고 똑똑한 경제학 박사들이 이러한 상황(미국의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도 달러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 역자)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는 희한한 논리를 잇달아 개발해내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런 겁니다.
 

  
  '세계 도처에 저축이 넘쳐나고 있다, 사람들은 돈은 많지만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미국에 빌려준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잡지 〈네이션〉의 매우 사려 깊은 경제전문 기자 윌리암 그라이더가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세계 최대의 채무자가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에 대해 돌아가면서 모욕을 주는 것은 아주 지각없는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이번 여름에 태평양에 4개 항공모함으로 구성된 함대를 보내 중국을 위협할 예정입니다. 태평양을 항해하면서 전투기를 띄우고, 크루즈 미사일을 몇 발 발사하겠지요. 이런 꼴을 보면서 중국이 '그래, 그럼 달러를 버리지'라고 얘기하지 말란 법이 있습니까? 물론 달러 투매로 중국 국내에서도 혼란이 초래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만일 중국이 달러를 버리기로 작정을 했다면 아주 미묘하게, 혼란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처리할 겁니다.
 

  
  도대체 이 행정부는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막대한 적자를 줄여야 할 판에 세금 감면 정책을 펴고 있으니 말입니다. 내가 아는 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들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이념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재정측면에서 책임 있는 정책, 즉 항공모함이라든가 기타 비생산적인 일에 돈을 쓰지 말자는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주의와는 정반대 편에 서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시행정부의 관리들은 과격파(radicals)라는 겁니다. 또라이들(crazies)이지요. 우리 모두는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대통령은 왜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며, 군부를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놔두고, 나아가 무슨 일만 생기면 군부에 의존하는 겁니까? 제2의 카트리나가 발생하고,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해도 군부에 기댈 겁니까? 이 모든 것이 마치 한 편의 코미디 같기도 하고, 또 고대 로마를 연상케도 합니다.
 

  
  만일 미국이 파산한다 해도 우리 국민들이 각성하지 못한다면, 제가 존경하는 한 작가가 언젠가 썼던 것처럼, "쿠데타를 간절히 바라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아마도 미국은 로마 공화정이 종식된 것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혼란과 무질서가 극에 달하면, 사람들은 한 사람의 영웅을 고대하게 됩니다. 대략 미합중국이 존속했던 기간(230년)이 지나고 난 후 로마공화국은 그러한 함정에 빠져 듭니다. 그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았고, 관리할 수도 없었던 제국을 우연히,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갖게 된 탓에 그들은 항상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져 듭니다.
   
 
  찰머스 존슨/일본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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