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 본래의 주제로 돌아와서, 선생께서는 제국을 발견하셨고….
찰머스 : 그 제국은 개념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제국이란 식민지를 갖고 있는 나라라고 정의를 내리지요. 하지만 분석적으로 보면 제국이란 외부로 헤게모니를 투사해 다른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이익이 어떻게 되느냐와 상관이 없이 우리들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종류의 제국일까요? 미 제국의 단위는 식민지가 아닙니다. 군사기지이지요. 이것은 제국의 개념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예외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로마제국 시대 중동지역에 있었던 주요 군사기지의 숫자를 쉽사리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오늘날 이 지역을 군사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기지 숫자와 거의 같습니다. 38개지요.
군사기지의 제국, 이는 미 국방부도 인정하고 있다시피 세계 도처에 700개 이상의 군사기지를 두고 있는 미 제국의 논리를 가장 잘 설명해내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군사기지들이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기지들을 당초에는 장래 있을지도 모를 전쟁에 대비한 전략적 목적으로 확보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우리는 결코 그 군사기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게임의 법칙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사람들로 하여금 전쟁을 하게 만드는 건 오만입니다. 미 해병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오키나와에 주둔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2차대전 최후의 격전이었던 오키나와전투에서 그들이 치른 희생이 그러한 자격을 부여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제국의 개념이, 반드시 군사기지의 제국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들 부시의 시대에 네오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매우 빨리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고는 매우 놀랐습니다. 제국이란 말을 자랑스럽게 사용한다는 것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랬지요, 미국의 건국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미국인은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반제국주의적이라는 것을 늘 자랑으로 생각해 왔고, 독재적 방법으로 다스리려는 왕을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러한 전통은 제 생각으로는 (19세말의) 미-스페인전쟁까지가 고작이었습니다. 그 이전부터 미국은 제국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톰 : 선생이 쓰셨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이 군사화돼 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일종의 외다리 제국이 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찰머스 : 그 부분이야말로 미 제국의 앞날에 매우 불길한 징조입니다. 대부분의 제국에도 군사력은 필요합니다만 우리의 경우에는 군사주의(militarism)가 모든 것의 중심이 돼 있습니다. 군사주의란 국가방위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나아가 정치적 목적을 위한 무력의 행사를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생활의 방식, 부자가 되고 편안해지기 위한 생활의 방식입니다. 제가 확실히 말하건대 미 제1해병사단은 이곳 캘리포니아에 주둔하는 것보다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약간 좋은 정도가 아니라 차원이 다르게 좋습니다. 소련군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이후에도 무려 5년 동안이나 동독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았습니다. 가난한 러시아로 돌아가기보다는 독일에 머무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을 그들을 알았던 거죠.
대부분의 제국들은 군사적 측면을 은폐하려 합니다. 우리의 문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군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군을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그나마 제대로 작동되는 조직으로 바라봅니다.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외치는 말, "우리 군을 밀어주자"라는 말처럼 위선적인 말도 또 없습니다.
톰 : 미국의 국방예산이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이라는 데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찰머스 : 제국의 특징 중 하나는 제국이 우리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파고드느냐 하는 겁니다. 사회가 제국에 의존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전의 제국들, 로마제국이나 대영제국, 일본제국 등은 로마 시민, 영국 시민, 일본 시민들이 잘 살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기 제조와 판매가 우리 삶과 매우 깊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미국의 주요 무기 제조업자는 이제 4개, 즉 보잉과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루만과 제너럴 다이내믹스밖에 없으며 이들 무기제조 기업들이 가능한 한 많은 주, 많은 지역구에 엄청난 계약을 (즉 일자리를) 나눠주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 합니다.
지금 국방예산이 이 나라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어떤 합리적 군사목적으로도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을 정도로 국방예산의 규모는 무시무시하게 커져 버렸습니다. 현재 미국의 국방예산은 전세계 국방예산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작고, 가장 가난한 두 나라 때문에 거의 질식지경에 이르러 있습니다. 침공당하기 전 이라크의 GDP는 루이지애나주와 맞먹을 정도였습니다. 아프간은 분명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입니다. 그런데도 이 두 나라가 미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군사적으로 보면, 미국의 국방예산은 전혀 일관되지 못하며 합리적이지도 못합니다. 물론 국방예산이 우리 산업에 대한 보조금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특히 무기가 그나마 아직도 미국기업이 효율적으로 생산해내는 몇 안 되는 공산품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미국의 무기산업은 엄청난 수출산업이죠. 다른 게 있다면 민간기업이 아니라 펜타곤이 외국정부에 대한 대외군사판매라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죠.
물론 이것은 자유기업이 아닙니다. 4개의 거대한 방위산업체가 단 하나의 고객을 위해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가사회주의입니다. 미국 어느 대학의 어떤 경제학 강의에서도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미국의 경제가 운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공황을 벗어나기 위해 케인즈가 제기했던 방식, 즉 경기순환에 저항하며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대폭 늘이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지금 이 나라는 군사기지 폐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집단적 신경증을 앓습니다. 그리고 이는 정치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이곳 샌디에이고의 미 해병 군용비행장 폐쇄 가능성이 제기되면 온 도시가 들끓는 것과 마찬가지로 뉴잉글랜드 포츠머스에 있는 미 해군조선소 폐쇄에 대해 그곳 주민들이 들고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미군기지를 '자신들의' 기지로 생각합니다. '너희들이 어떻게 감히 우리 기지를 빼앗아간단 말이냐!' '국회의원은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되찾아 와야지', 이런 식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미국의 군사주의, 미 군사제국주의의 가장 병적인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군대 없이 살아나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마약에 중독되듯이 군대에 중독됐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군대가 없으면 미국경제는 지탱되지 못할 것이고,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시무시한 일이죠.
나아가 이러한 미국적 상황의 역사상 전례들은 더욱더 무시무시합니다. 군사적 케인즈주의의 가장 극명한 전례, 즉 막대한 군비수요에 의해 불황에 빠져 있는 경제를 살려내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은 대표적인 선례는 바로 독일입니다. 기억하십니까, 아돌프 히틀러가 총리가 된 1933년 이후 5년동안 히틀러는 현대의 천재 중 한 명으로 추앙받았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일자리를 되찾았죠. 이러한 업적은 전적으로 군사적 케인즈주의, 즉 나치당과 독일산업계 간의 동맹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히틀러의 방식이야말로 진짜 케인즈주의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부 재정지출에 의한 수요자극으로 공장을 다시 열게 되면 이는 곧 노동조합, 즉 노동자 계급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겁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 계급을 강화시킬지도 모를 정부정책을 두려워하기 마련이죠. 노동자 계급이 혁명적으로 변화할지도 모르니까요. 실제로 20세기에는 그런 사례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아직도 볼세비즘이라고 하면 놀라자빠지죠. 어느 정도는 아직까지도 그러합니다.
우리가 미국경제에 대해서 해놓은 일은 히틀러가 독일경제에 대해 한 것과 대단히 유사합니다. 지금 미국은 엄청난 숫자의 전투기와 기타 무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1991년 마침내 소련이 붕괴됐을 때, 미국이 느껴야 했던 당혹감을 잘 설명해 줍니다. 우리는 냉전을 종식시킬 수가 없었던 겁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정을 매우 빨리 깨달았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일찍부터 냉전의 추동력은, 특히 미 냉전전략의 핵심인 국가안보회의문서 68호(NSC)의 정당성은 대공황시대를 실제로 살아본 중년 이후 미국인들의 분명한 이해, 즉 미국경제는 자본주의적 자유기업이라는 기반만으로는 지탱할 수 없다는 데 대한 명백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안보국가(national security state)'의 길을 택한 지 불과 20년만인 1966년에 미국은 자그마치 3만2000개나 되는 핵탄두를 보유하게 된 겁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 해에 미국의 핵탄두 보유는 역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는데 이는 도대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지금도 우리는 9960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2007년 펜타곤의 국방예산도 도대체 말이 되지가 않습니다. 자그마치 4393억 달러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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