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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라이크 베컴 - Bend It Like Beckha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국에 다녀 온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런던은 유색인종들 천지라고 하더군요. 특히 인도계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만든 거린더 차다도 인도계 영국인 여성 감독이라고 들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제스(파르민더 K.나그라)도 정통 인도계 영국소녀입니다. 그런데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이 소녀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남자 뺨치는 축구실력을 타고난 것이죠.
하지만 제스가 여자 축구 선수가 되어 그토록 좋아하는 베컴처럼 멋진 프리킥을 날릴 기회를 만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여자는 그저 남자 잘 만나 시집 잘가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엄마와 뛰어난 크리켓 실력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의 벽에 막혀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던 아버지를 설득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제스는 너무나 축구를 하고 싶지만 스스로 자신의 벽을 뛰어넘을 만한 용기는 없는 인도계 영국소녀일 뿐입니다.
그런 제스에게 우연히 기회가 찾아 옵니다. 여자 축구 선수인 줄스(키라 나이틀리)가 공원에서 남자애들과 어울려 공을 차고 있던 제스를 보고 팀에 들어올 것을 제의합니다. 팀의 코치인 조(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제스의 자질을 한 눈에 알아 보고 팀에 합류시킵니다. 물론 제스는 집에 차마 사실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제스의 실력은 일취월장, 어느덧 줄스와 함께 팀의 주축이 되고 좋은 우정도 키워갑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제스의 몰래축구는 가족들에게 들통이 나고 부모님의 강한 반대로 축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마침 제스는 사려 깊은 코치 조에게 끌리는데 줄스도 조를 좋아하고 있던 터라 우정에 금이 가는 일이 벌어집니다. 제스가 베컴처럼 벽을 넘겨 멋지게 휘어 차기엔 앞을 가로막고 있는 수비수의 벽이 너무 높고 견고해 보입니다.
제스는 벽을 넘겨 멋지게 프리킥을 날릴 수 있을까요 ?
이 영화의 내용은 진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성장-좌절-극복-성공 스토리는 너무나 흔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는 언제 봐도 즐겁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일이니까요 ! 이 영화도 역시 재미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뻔한 얘기를 유쾌하게 풀어간 점이 돋보입니다. 심각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가벼운 톤으로 처리한 것도 좋았고 경쾌한 편집으로 지루할 수 있는 얘기를 보완한 것도 좋았습니다. 영국에 살지만 인도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할려고 하는 부모 세대와 변화해 가는 자녀 세대의 갈등과 화해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엇보다 여주인공 제스와 줄스가 너무 예쁩니다. 남자 주인공 조도 잘 생겼고요. 풋풋한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 꿈과 열정이 보기 좋습니다. 군데군데 스며있는 영국식 썰렁유머도 재미있습니다. 한 가지 아쉽다면 제목과는 달리 베컴이 코빼기만, 그것도 아주 멀리서 잠깐 보여준다는 점입니다만 영화가 재미있어서 용서했습니다.
영화의 원 제목은 "Shooting"이 아니고 "Bend"인데 사전을 보니 "구부리다"는 뜻이 있네요. 표면적으론 베컴의 프리킥처럼 "구부려" 휘어 차라는 의미인데 Bend는 "자신의 의지로 남을 굴복시키다", "전념하다,기울이다"는 뜻도 있어서 "자신의 의지를 자신의 꿈에 전념하여 나를 가로막고 있는 모든 것들을 굴복시키라"는 의미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의지가 약해졌다고 느낄 때 나를 둘러싼 벽이 너무 높고 견고하게 느껴질 때 이 영화를 보고 멋지게 휘는 프리킥 한 번 날려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