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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6
토마스 만 저자, 홍성광 역자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요즘 같은 시대에 '토마스 만'을 읽는다는것은,
왠지 너무나 따분해 보인다.
시대적 배경도 그렇거니와,
요즘엔 잘 사용하지 않는 장황한 묘사들과,
미묘하며 자세한 심리의 서술등은,
요즘처럼 모든게 급속히 변해가는 시대에,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테니까.
그런데,
난 이런소설들은 무척 좋아한다.
"재미있다."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아마
"좋아한다"라고 표현해야 할게다.
읽으면서 나또한 심하게 따분해 하는 경향을 보였으니까.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은 제목이 보여주듯이,
부덴브로크라는 성을 가진 한 가족의
4대의 걸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역사는,
한 가족의 성향이 어떻게 변하여 가는지를,
그리하여 최종에는 결국 파멸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뒤에는 이 가족의 역사는 독일시민계급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하지만,
사실 난 그런건 잘 모르겠다.
브덴브로크가의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근면, 성실, 절약, 일에대한 열정만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이렇게 말한다면, 무척이나 몰인정한 사람들이 연상되겠지만,
그렇다기 보다는,
"시민계급"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때 느껴지는
가치를 연상하면 될것이다.
할수 있는한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 벌고, 번만큼 쓰고,
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면,
자신의 계층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희망.
반면에
사랑과 감상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엄격하게 배제되기 마련이다.
2대에 등장하는 고트홀트는 아버님의 의견에 반해,
사랑하나만을 바라며, 결혼을 했다가 집안으로부터 내처짐을 당한다.
반면 사랑보다는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해 나가는 장은,
그 집안의 든든한 후계자가 된다.
또 3대에 등장하는 크리스챤은 예술적 기질과 감성을 가지는 바람에,
하는사업마다 말아먹고,
결국은 형 토마스로부터도 배척당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삶을 이어간다.
반면 토마스는 브덴브로크가 사람들의 정신적 기치를
잘 지키며 살아가지만,
그의 내면안에는 그런 성향 말고도 다른 성향이 상당 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의 모든 행동들은 위선이 되고,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그는 점점 지쳐만 간다.
게다가 토마스의 아들이며, 4대로 등장하는 하노는
감상적이며 예술적 성향만을 지니고 태어나
결국 어린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그들 가족에게 감상적인 성향은, 몰락의 지름길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토마스 만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하노와 같은 상황에서
성장했다고 한다.
실업가였던 아버지와 예술적 기질이 다분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끝임없는 내적 갈등을 경험했을것이다.
아마 그런 내부적 갈등이,
그가 살아가던 시대상황과 맞물려 이 작품을 탄생시켰을 거라고
추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오랜만에 읽어본 클래식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