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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평점 :
장애아의 아빠는 항상 우울한 표정이어야 한다. 십자가를 지고, 고통의 마스크를 써야 한다. 장애아의 아빠는 웃을 자격도 없다. 웃는다는 것은 최고로 눈치 없는 행동일 테니까 말이다. -48쪽
만일 그를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동정을 하는 것도 애써 아이들이 장애아란 사실에 눈감고 '아이들이 예쁘군요.'라고 말하는 것도 그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아마도 나는 침묵만을 지킬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어조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장난스럽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장애아란 사실을 아는 순간,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보며 슬퍼하는것 또한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모든일에 영민하지 못한 나는 그래서 침묵외에 다른 방식을 생각해 낼 수가 없다.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인거라고 얘기들 하지만, 머릿속에 지푸라기가 가득 담긴 아이들의 부모들에게는 편함과 불편함을 떠난 고통과 슬픔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그들은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아갈 테고, 남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자신들이 패배자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인식조차 없이 살아갈테지만 그들의 부모들에게는 평생을 마음의 응어리가 될 수 밖에. 하지만 그는 그 슬픔과 고통은 그대로 오롯이 묻어 두고, 이 책에 자신의 상황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또 때로는 시니컬하게 표현한다.
아빠 어디 가?
고속도로를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알라스카로 가지. 가서 백곰을 쓰다듬어 주자꾸나. 그리고 백곰한테 잡아먹히는 거야.
버섯을 따러 간단다. 독버섯을 따서, 그것으로 맛있는 오믈렛을 해먹자꾸나.
수영장에 가자. 가서 제일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자. 물 한 방울 없는 풀장으로 말이야.
바다에 간단다. 몽셍미셸에 가지. 가서 움직이는 모래 위를 걸어다니자꾸나. 그러다 모래 속에 둘 다 빠져,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야.
태연하기만 한 토마는 계속해서 묻는다.
"아빠, 어디 가?" - 12쪽
아, 더이상 무슨 얘길 해야 할지 정말로 나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