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는 일본어의 언어공간에 누적되어 형성된 일종의 합의consensus 라기보다 공통의 ‘선입견‘이다. 이러한 공기가 일본어 화자 개인의 머릿속에서 발생하는 각각의 의문과 논리적 사고를 수시로 덮어쓰기 하기 때문에 모두가 근거도 없이 동일한 ‘이미지‘를 공유하게 된다.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은(학력, 직업경력, 교양과는 관계없이 대부분의 일본인이 그러하지만), 그에 반하는 사실을 지적받으면 판에 박은 듯이 "이미지와 다르다"는 감상을 내비친다. 그리고 "이미지와 다르다"라는 말은 "그러니 상대하지 말아야겠다"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 P109

사실이 준 충격이 오히려 과거의 실수를 계속해서 정당화하려는 욕구를 불러일으켜 잘못된 방침에 얽매이는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다. (중략) 현재 일본에서 ‘보수‘를 자칭하는 개인과 집단은 "아무리 사실에 반하더라도 공기를 계속 믿겠다"라는 ‘공기 보수‘의 결의를 굳히고 있다는 점에서 뜻을 함께하고 있는 것 같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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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앞으로 일본이 쇠퇴일로를 걷게 된다면 가장 큰 책임은 재정 및 금융정책의 실수에 있다. 일본 경제의 쇠퇴를 자연 현상으로 간주해 포기하려고 하는 일본쇠퇴론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P82

미래의 세계 경제는 노동자의 머릿수가 아니라 사람들의 두뇌 수준이 한 나라의 GDP와 기업의 수익을 결정하는 ‘두뇌자본주의‘로 전환될 것이다. - P83

결국 인공지능(범용인공지능) 등의 범용목적기술을 활용해 먼저 생산 활동의 변혁에 성공한 국가가 차세대 ‘패권국가(헤게모니국가)‘가 될 것이다. - P88

기술적 실업이 두려워 범용인공지능의 연구개발을 게을리한 국가에는 한마디로 미래가 없다. - P89

 19세기에 영국을 비롯한 구미 국가들이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상승노선을 걸었지만, 반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은 정체노선을 걸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은 상승노선에 편승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구미 국가들에게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 ‘저개발화‘가 진행되어 오히려 가난해졌다. 이렇게 세계는 풍요로운 지역과 가난한 지역으로 갈라졌다. 이렇게 갈라진 갈래를 경제사 용어로는 ‘대분기 Great Divergence라고 부른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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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농경혁명 이후의 전쟁은 권력자의 계산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권력자는 전쟁을 할 이유가 있었겠지만, 병사는 전쟁을 할 필연적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전쟁은 무력을 가진 집단이 주변 약소집단으로 쳐들어가 토지를 빼앗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에서 패한 집단 사람들을 노예로 삼아 세력을 확대하는 유형일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 권력이 지배하는 영토가 평균적으로 확대되어 거대한 제국이 출현했다. 일반인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결정된 전투로 인해서 갑자기 병사로 징집되거나 느닷없이 쳐들어온 군대에 죽임을 당한다. 대개 평화롭게 살아가던 수렵채집 생활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확실히 불행해졌다. - P66

싼 노동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노동인구가 많을수록 좋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 정권은 세계자본주의의 앞잡이가 되어 세계자본주의에게 봉사하는 일만 생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아베 정권이 "저출생이 진행되면 일본은 소멸한다. 원자력발전을 중단하면 에너지 부족으로 생활이 불가능해진다"고 국민을 협박하며 세계자본주의의 연명을 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가 또는 국민을 지킨다는 표어 아래 실은 국민과 함께 일본이라는 나라를 세계자본주의에 팔아넘기기 위한 정교한 속임수가 진행되고 있다. - P69

모든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을 제외하면 수만 년 전에 최대 1만 명 정도였던 사람들의 자손이다. DNA의 99.9퍼센트가 동일해 거의 클론에 가깝다. 일본인이라는 생물학적 인종은 존재하지 않는다. - P71

일본에서 인구가 감소한 이유는 여성이 육아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계자본주의와 그 앞잡이 정치권력이 아무리 육아는 훌륭하다는 환상을 강요해도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여성은 간단히 속지 않았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자원의 양이 동일한 경우 인구가 적을수록 1인당 이용가능한 자원의 양이 증가한다.
솔직히 저출생은 개인의 행복에 확실하게 공헌할 것이다. 개발도상국 여성도 지금은 아이를 많이 낳고 있지만 머지않아 육아는 줄이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 P71

산업용 로봇의 가격이 내려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용보다 저렴해지면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다.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 기업은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구매하는가?‘다.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는 노동자들이다. 노동자의 절반이 직업을 잃으면 제품을 구매하는 손님이 격감한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어려움에 처하고 노동자는 극빈자가 되어 굶어죽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사회는 대단히 혼란스럽고 위험해질 것이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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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싫어하는지‘, ‘불가능한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일종의 국민적인 ‘병‘입니다.
전쟁이나 경제공황이나 자연재해는 모든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높은 확률로 위기가 예측되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국민성‘은 ‘일반적인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위기입니다. ‘위험 요소는 우리 의사와는 상관없이 외부에서 찾아오지만, ‘위험 요소의 도래가 예측되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는 집단적 무능력은 우리 스스로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 P15

 지구환경이 지속가능한 상태까지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은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일입니다. 인구 감소 그 자체를 마치 ‘나쁜 일‘처럼 취급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납니다. 모든 선진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앞으로 인구 감소 국면에 접어듭니다. 22세기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포함한 전 세계가 저출생과 인구 감소 국면을 맞이합니다. 이것은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먼저 이 사실을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P16

일본인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여 다양한 계획을 준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당히 기이한 일본인의 민족지誌적 습관입니다. - P18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연성에 불과합니다. 개연성의 전망에 주관적인 희망을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앵글로색슨 문화권의 지성인이 생각하는 ‘상식‘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상식이 아닙니다. 일본의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일어날 확률이 낮은 파국적 사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가 일본의 전통입니다. - P20

막상 파국이 도래하면 사회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책임자는 누구냐?"며 비난조로 책임의 소재를 추궁하는 인간은 없습니다.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파국으로 치닫는 편이 개인적인 책임을 면할 수 있으니 ‘이득‘이라는 것이바로 ‘패배주의가 패배를 불러온다‘는 논리의 이면에 숨겨진 계산입니다. - P23

지금도 일본의 지도층은 인구 감소가 어떤 ‘최악의 사태‘를 초래하며,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지금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비관적인 미래를 생각하면 사고가 정지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은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근거 없는 이상행복감에 가까운 망상에 빠져 있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판단할 뿐입니다. - P26

전국지의 소멸은 일본 사회의 국민간 의사소통과 합의 형성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소멸을 어떻게 연기할 것이며, 전국지가 소멸된 이후에 그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국민 여론을 위한 토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는 대단히 중요한 국민적 과제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과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전국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자신들의 업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현실을 보도하지 못하고, 분석하지 못하고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매체가 다른 업종의 고용 상실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보도하고 있다는 사고방식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P37

경제활동은 인간이 사회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사회적 성숙을 지원하는 기능이 없는 활동은 아무리 많은 금액, 아무리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오가더라도 엄밀한 의미의 ‘경제활동‘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금융경제는 이미 경제활동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P43

인간이 그 안에서 ‘생기‘를 공급하는 체계,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참가자들에게 인간적인 성숙을 요구하는 체계, 주변 사람들이 참가자를 ‘좋은 사람‘, ‘성실한 사람‘, ‘자기가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체계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체계, 이것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체계입니다. 동의하는 사람은 적을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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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전체에서 제일 와닿는 부분이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우리가 삶에 대해 분명하게 알 수 없을 때는 우리 몸이 아직 건강한 상태다. 하지만 삶에 대해 분명히 알게 되거나 분명한 앎에 가까워질 때, 우리 몸과 생명력은 이미 서산에 지는 해와 같아져 있다. 늙은 천리마가 마구간에 누워 있으나, 여전히 천 리를 달리고 싶어한다. 그래도 역시 지는 해의 붉음에 불과하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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