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은 ‘연재체‘라는, 기존의 종이책 장르 소설과 전혀 다른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연재체‘는 웹소설이 매일 한두 화씩 차례로 업로드되어 독자를 만나는 방식 때문에 형성되었습니다. 이것은 옛날 설화인(說話人)이 정기적으로 청중을 모아 놓고 이어 가던 이야기를 글로 적음으로써 생겨난, 고대 소설의 ‘장회체‘(章回體)를 연상시킵니다. 그렇습니다. 웹소설은 현대의 장회체 소설입니다.
지당하신 말씀!
무엇이 번역가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지 물어보면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탁월한 외국어 실력이라고 답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거꾸로 ‘외국어에 간섭받지 않는 능력‘이라고 답하겠습니다.-pp.29
저는 모국어 감각이 단지 언어적인 것만이 아니라 언어 사용에서 언중(言衆)의 전반적인 문화 취향까지 고려하는 능력이라고 봅니다.-pp.34
내가 발란데르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자신감 없고, 정답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계속 옆으로 새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던지고 있다는 것.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그래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손을 놓아버린다면 자신이 지키고 싶은 어떤 가치를 저버리는 것이기에, 차마 놓아버리지 못하는 마음.-pp.547, 옮긴이의 말
가족들이 똘똘 뭉쳐 있던 오래된 사회를 해체하면서, 가족을 대신할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 결과로 나온 커다란 외로움은 우리가 치러야만 했던 예상하지 못했던 대가였다. 어쩌면 우리가 그걸 무시하기로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pp.334
이따금 자신의 모습은 오목거울이면서 동시에 볼록거울이기도 한 어떤 거울에 비친 이미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했다. 사람들은 표면에 비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pp.26-27
"이렇게 큰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가정부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왜 그렇게 생각하지?""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남자가 청소한 것과 여자가 청소한 건 달라요. 어떻게 다른지는 묻지 마세요. 그냥 다르니까."-pp.101
저한테 기자 일을 알려준 사람이 스반베리였습니다. 그 사람이 기자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했어요. "먼저, 진실을 찾아서 땅을 파들어가는 부류가 있지. 구덩이 안에 들어가서 먼지를 뒤집어써가며 삽질을 하는 거야. 그런데 그 위에서 파낸 흙을 다시 메우는 다른 부류들이 또 있단 말이지. 늘 그 둘 사이의 싸움이야. 지배력을 향한 제4계급의 영원한 시험이라고나 할까. 어떤 언론인들은 사태를 까발리고 폭로하기를 원하고, 다른 이들은 권력의 심부름이나 하면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감추는 걸 도와주는 거야."-p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