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원인은 천연에 반항한 인간의 세공이다. - P72
재난이 닥쳤을 때 지역, 사회, 국가의 ‘본성‘이 드러난다. 강점과 약점, 그리고 각 개인의 삶과 죽음을 드러낸 대지진은 전쟁에 필적할 정도로 강렬하게 우리에게 물었다. "너희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또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느냐?" - P72
전쟁의 시대를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쟁이 끝난 후, 어떤 식으로든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진을 겪은 사람들이 재해 이후를 살아가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부흥이란 바로 새로운 인생의례를 살아가는 것이며, 혹은 새로운 인생의례를 살아내려는 의지이다. - P79
대지진은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그 여파는 10년이고 20년이고 이어진다. 새로운 인생의례에도 대지진의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진 관련사‘라는 비극만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한신 · 아와지 대지진은 지진으로 인한 죽음이 뿌리 깊은 사회 문제임을 보여준다. 가설주택과 공영주택에서 일어나는 이재민의 고독사만 해도 한 해 1000명을 웃돈다. 지진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은 이 죽음까지 제대로 기록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지진 관련사에는 천재지변뿐 아니라 초고령화 사회와 지역 커뮤니티의 주택 · 의료 같은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 P80
국가와 행정은 피해 지역 주민의 불행을 가능한 한 줄이고 지역과 주민이 창조적 부흥을 향해 가는 데 필요한 재정, 서비스, 인적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현실에 맞게 법제도를 정비하고 지속적으로 섬세한 지원을 이어갈 의무가 있다. 한신 · 아와지 대지진의 교훈이 동일본 대지진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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