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왔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이다.
폭스콘 직원과 같은 노동자들에게 죽음의 활용은
우리가 살아왔음을, 사는 동안 절망만을 안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일 테다.
-2010년 5월 27일, 한 중국 노동자의 블로그 - P15

많은 사람이 갖고 싶어 하는 글로벌 메가 브랜드제품이라는 미국의 성공 스토리 그늘에 제품을 생산하는 대다수 중국 노동자의 삶과 복지, 그리고 공장생활의 매개변수를 결정짓는 애플과 폭스콘의 관계가 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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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훑어보면서 알 수 있는 것은, 레이건 대통령 이래 4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위대한 미국을 되찾자‘는 프로젝트가 계속 수행돼왔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그 프로젝트가 실패를 거듭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트럼프 정권이 등장하면서 ‘위대한 미국의 회복‘은 단순한 슬로건에 그치고, 대통령의 캐릭터와 맞물려 농담처럼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 P272

공산권과의 대결이라는 큰 틀의 구조가 있었기에 미국은 일본을 비호해야 했고, 일본 역시 그 구조 아래서 대미 종속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이 구조를 파괴하는 일에 일본은 적극적으로 가담함으로써 ‘공산주의를 최종적으로 타파한 위대한 미국‘을 실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 P276

고 있다. 일본의 전후 부흥과 발전은 그 자체가 미국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전후 세계 여러 나라의 대일 배상 청구를 억제했고, 한국전쟁 특수로 일본이 재건의 발판을 마련토록 했으며, 자국의 시장을 개방했고, 무엇보다 평화 헌법으로 군사력 보유와 행사를 규제당하는 일본에 주일 미군이라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핵우산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이 경무장 경제 우선이라는 국책 노선(요시다 독트린)을 채택할 수 있게 해주었다. - P280

대미 종속 현상을 합리화하려는 이런 언설들은 단 하나의 진실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쓸데없는 잡담일 뿐이다. 그리고 그 단 하나의 결론이란 실로 단순하다. 일본은 독립국이 아니며, 독립국이고자 하는 의지조차 갖고 있지 않은데, 심지어 이러한 현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P284

존 포스터 덜레스는 전후 대일 지배의 요점을 ‘메이지유신 이래 형성돼온 미국과 유럽을 향한 일본인의 콤플렉스(열등감)와 아시아 민족들에 대한 인종주의를 이용하는 것‘으로 봤다. 즉, 미국과 유럽의 반열에 들고 싶다는 콤플렉스, 아시아에서 오직 자신들만이 근대인이라는 차별 감정을 잘만 활용하면 일본인은 미국에 종속되는 한편 아시아에서 계속 고립될 것이라고 덜레스는 내다봤던 것이다. - P290

결국 미국이 전후 일본인에게 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자유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다른 아시아인들을 차별할 권리‘였을 뿐이다. - P290

헌법론 차원에서 말한다면, 근본적인 모순은 헌법의 조문과 자위대의 존재 사이가 아니라 헌법과 미일 안보 체제 사이에 있다. 전자의 모순은 후자의 파생물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즉, 전후 일본이 헌법 9조를 지닌 ‘평화국가‘라는 사실과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세계 최대 협력자라는 사실이 모순이라 인식되지 않은 채 기묘한 공존을 계속해온 것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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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제적 지위 상승이 첫 번째 특징으로 지적한 ‘국체의 불가시화‘에 공헌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세 번째의 공통점으로 당장 지적해야 할 점은 국체의 불가시화‘는 ‘국체의 청산 내지 무효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불가시화함으로써 국체는 한층 더 강화되고 사회적으로 깊숙이 침투했다. - P216

일본은 가장 큰 힘을 지녔던 시기에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상상력이 결여돼 있었으며, 따라서 무기력했다. 일본은 가장 풍요로울 수 있었던 시기에 너무 빈곤했는데, 바로 그 빈곤에 국체를 통한 국민통합의 한계가 드러나 있었다. - P218

어떤 의미에서 대미 종속은 실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여러 현실에 대한 추상 앞에서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시선으로 보면 현대 일본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는 모두 제각기 다른 외양을 띠고 있으며, 제각각 개별적인 대처 개선이 요구될 뿐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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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체제 쪽에서 ‘대미 종속 일변도에서 벗어나 일본의 독자적인 국제적 입지를 모색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권력 쪽에서 이를 ‘말도 안 되는 탁상공론‘이라며 문전박대하는 패턴이 형성됐는데, 그 패턴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P185

그때 군중이 폭발시킨 분노는 조약 개정의 이런저런 구체적 내용에 대한 것이었다기보다, 기시 노부스케라는 전전과 전쟁 당시의 군국주의를 상기시키는 캐릭터와, 더욱이 그 인물이 미국과의 사이에서 매개자가 돼 대미 종속 체제를 강화하고 영구화하려 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불러온, 거의 생리적인 혐오감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중략)
기시에 대한 혐오, 안보조약 개정에 대한 혐오는 각기 ‘전전의 국체‘와 ‘전후의 국체‘에 대한 혐오였던 것이다. - P189

그들에게 쇼와 천황은 예전 대일본제국 제국주의의 상징임과 동시에 전후에도 군림함으로써 재건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었다. 그것을 살해하는 것은 "일제의 역사, 일제의 구조 총체에 대한 뒤처리를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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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권 교체기 때마다 새롭게 등장한 실력자와 기존의 천황 간에 이루어진 협력이다. 장차 권력을 손에 넣고자 하는 실력자는 권위의 원천인 천황을 폐하고 그 자신이 모든 권력과 권위를 독차지하는 대신, 어디까지나 천황의 조정이 설정한 관위를 획득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려 했다. - P168

정이대장군의 일은 ‘이적(오랑캐)‘을 토벌하는 것이다. 그리고 맥아더는 평화주의자인 천황에게 억지로 전쟁을 시작하도록 강요한 전쟁광 군인들을 굴복시켜 천황을 그들의 포위로부터 구출해냈다. 이렇게 생각하면 (맥아더와 천황의) 회견 장면은 쇼와 천황이 맥아더를 정이대장군에 임명한 순간이 되는 셈이다. 전쟁광 군인들이 재판에 넘겨져 처벌받은 뒤 그를 대신에 ‘이적‘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공산주의자였다. 그 위협으로부터 천황을 지키는 것이 쇼군의 임무다. - P170

자기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고 절대적 존엄을 인민에게 요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이 천황에게 머리를 조아림으로써 천황을 신격화하고, 그것을 인민에게 강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래서 그들은 천황의 옹립을 자기들 마음대로 하면서 천황 앞에 머리를 조아렸고, 자신이 머리를 조아림으로써 천황의 존엄을 인민에게 강요했으며, 그 존엄을이용해서 호령을 했다. - P175

미국은 국체호지의 신화를 만드는 데 협력하면서 (천황 숭배), 그것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천황 모독)을 은폐했다. 한편 민주주의자로 전향한 일본인들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열렬히 지지하면서(천황(미국) 숭배), 이미 살펴봤듯이 그 실체가 국민주권과는 동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았다(천황(미국) 모독). - P176

전후 이른바 친미 보수 지배층은 (중략) 대미 종속 레짐 = 안보 국체를 천양무궁의 것으로 호지하려 하는데, 그것은 미국식 민주주의의 이념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복종하기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그들의 현실적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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