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군중이 폭발시킨 분노는 조약 개정의 이런저런 구체적 내용에 대한 것이었다기보다, 기시 노부스케라는 전전과 전쟁 당시의 군국주의를 상기시키는 캐릭터와, 더욱이 그 인물이 미국과의 사이에서 매개자가 돼 대미 종속 체제를 강화하고 영구화하려 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불러온, 거의 생리적인 혐오감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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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에 대한 혐오, 안보조약 개정에 대한 혐오는 각기 ‘전전의 국체‘와 ‘전후의 국체‘에 대한 혐오였던 것이다. -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