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훑어보면서 알 수 있는 것은, 레이건 대통령 이래 4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위대한 미국을 되찾자‘는 프로젝트가 계속 수행돼왔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그 프로젝트가 실패를 거듭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트럼프 정권이 등장하면서 ‘위대한 미국의 회복‘은 단순한 슬로건에 그치고, 대통령의 캐릭터와 맞물려 농담처럼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 P272

공산권과의 대결이라는 큰 틀의 구조가 있었기에 미국은 일본을 비호해야 했고, 일본 역시 그 구조 아래서 대미 종속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이 구조를 파괴하는 일에 일본은 적극적으로 가담함으로써 ‘공산주의를 최종적으로 타파한 위대한 미국‘을 실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 P276

고 있다. 일본의 전후 부흥과 발전은 그 자체가 미국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전후 세계 여러 나라의 대일 배상 청구를 억제했고, 한국전쟁 특수로 일본이 재건의 발판을 마련토록 했으며, 자국의 시장을 개방했고, 무엇보다 평화 헌법으로 군사력 보유와 행사를 규제당하는 일본에 주일 미군이라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핵우산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이 경무장 경제 우선이라는 국책 노선(요시다 독트린)을 채택할 수 있게 해주었다. - P280

대미 종속 현상을 합리화하려는 이런 언설들은 단 하나의 진실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쓸데없는 잡담일 뿐이다. 그리고 그 단 하나의 결론이란 실로 단순하다. 일본은 독립국이 아니며, 독립국이고자 하는 의지조차 갖고 있지 않은데, 심지어 이러한 현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P284

존 포스터 덜레스는 전후 대일 지배의 요점을 ‘메이지유신 이래 형성돼온 미국과 유럽을 향한 일본인의 콤플렉스(열등감)와 아시아 민족들에 대한 인종주의를 이용하는 것‘으로 봤다. 즉, 미국과 유럽의 반열에 들고 싶다는 콤플렉스, 아시아에서 오직 자신들만이 근대인이라는 차별 감정을 잘만 활용하면 일본인은 미국에 종속되는 한편 아시아에서 계속 고립될 것이라고 덜레스는 내다봤던 것이다. - P290

결국 미국이 전후 일본인에게 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자유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다른 아시아인들을 차별할 권리‘였을 뿐이다. - P290

헌법론 차원에서 말한다면, 근본적인 모순은 헌법의 조문과 자위대의 존재 사이가 아니라 헌법과 미일 안보 체제 사이에 있다. 전자의 모순은 후자의 파생물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즉, 전후 일본이 헌법 9조를 지닌 ‘평화국가‘라는 사실과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세계 최대 협력자라는 사실이 모순이라 인식되지 않은 채 기묘한 공존을 계속해온 것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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