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선전은 1343만 8800명의 상주인구, 2조 6927억 900만 위안의 GDP, IT 제조업과 창업, 혁신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거대도시로 변화해왔다. 중국 내륙으로부터 수많은 인구가 꿈을 찾아 선전으로 몰려들었고, 선전 시민은 시진핑의 중국몽보다 훨씬 앞서 ‘선전몽‘을 꿨다. - P237
선전과 홍콩은 서로를 비추는 창과 거울로서, 자본주의 세계와 사회주의를 절충하는 시험대이자 밀접하게 연결된 이중 도시로서 발전해왔다. - P237
도시 재생을 통해 아름다운 터전을 가꾸고자 하는 뤄팡촌 촌민들의 꿈이, 낙후된 성중촌 생활을 통해 선전 생활의 근거지를 마련해왔던 이주민들의 꿈을 부수면서 진행된다는 점은 중대한 문제다. 촌민, 집체, 기업이 힘을 모아 도시 재생을 추진하는 뤄광촌의 현재 모습 어디에도, 뤄광촌에 실제 거주하는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른바 외지인구의 목소리는 담겨 있지 않다. 2019년 현재, 1만 8천 명의 뤄팡촌 인구에서 호적 인구는 1949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인구는 현지 호적을 갖고 있지 않다. - P255
하이징에는 늘 온갖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동네가 곧 철거된다는 소문은 세입자들에게는 오랜 원수와도 같았습니다. 저는 선전에서 지내는 동안 여러 활동에 참여하거나 현장을 관찰한 경험을 필드 노트에 기록해 왔는데, 아마 제 필드 노트 제목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소문‘일 거예요. - P266
그런데 아무리 새로운 소문이 등장해도 세입자들은 대책을 세우거나 하이징을 떠나려고 하지 않더군요. 언젠가는 우선 퇴거 지역과 분기별 계획 이행 시기까지 포함된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그럴듯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종종 왕래하던 가게 주인들에게 혹시 이번 소문은 진짜가 아니냐며 운을 띄워도 봤는데, 대부분 적어도 3년, 아니 5내에는 절대 철거가 이뤄질 수 없다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 P267
재개발에 대한 소문과 기대가 이렇게 활개를 치는데도 사람들은 철거가 한참 뒤에나 이뤄질 거라고 계속해서 점치더군요. 설령 재개발이 이루어지더라도 어차피 개개인은 윗선의 결정이나 큰 시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하는 말도 자주 들었습니다. 이처럼 개인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보편적인 사고방식이 필연적으로 예견된 철거라는 미래를 어떻게든 미루고자 하는 태도로 이어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269
예전 같았으면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죽음이라는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고 부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재개발과 잇단 퇴거로 인해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곳에서, 무기명의 죽음이라는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 거죠. 생사의 끝자락을 매일 걷는 체험은 아칭 언니처럼 사회적 · 경제적 자본이 취약해 물리적·사회적 기동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는 피할 도리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의 상대적 불가피성을 보건대, 점점유령화되는 하이징을 견뎌내고 목격하는 과정은 이미 자본주의 중국 사회와 현대 도시 사회의 구조적인 폭력을 답습하고 있었습니다. - P274
왜 이렇게 비이성적이고 잔인한 마법사 사냥이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존속해왔을까요? 인류학자들은, 마법witchcraft이 기존의 사회적 관계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난해하고 불길한 사건들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즉 마법사 사냥은 도대체 누가 마법을 부려 사람들을 해하는가, 혹은 공동체에 죽음을 불러오는가를 밝히는 과정인 셈이죠. - P279
애초에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난해한 문제를 규명하는 작업인 만큼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힘들다 보니, 마법사를 사냥할 때에는 대체로 소문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때때로 마법사 사냥은 그 시작과 끝에 폭력, 심지어는 죽음을 동반합니다. 개인의 생사가 몇 마디 말에 갈릴 수도 있는 위험한 과정인 거죠.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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