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니즈는 끝이 없다고 생각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니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절대적인 니즈로, 주위 사람들의 상황이 어떻든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둘째는 상대적인 니즈로, 그것을 충족하면 주위 사람들보다 우위에 서고 우월감을 가질 수 있을 때만 필요하다고 느낀다. 상대적인 니즈는 타인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어서 확실히 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전체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한층 더 위를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니즈는 그렇지 않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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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사회‘에서 ‘인간성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사회‘로 전환시켜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고원사회를 온화하고 정의와 위안으로가득 차 있는 사회 활기 있고 감성 풍부한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경제성 본위에서 인간성 본위로 반드시 전환해야 한다. - P98

최근 20여 년 동안 사회에서 이루어진 혁신이 대부분 기존의 ‘돈 버는 시장에 혁신을 도입해 극히 일부 사람만 더 벌어들이는 시장으로 바꿨을 뿐,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공헌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격차 확대라는 사회 문제를 빚어낸 원흉이 되었기 때문이다. - P104

중요한 점은 전체의 파이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제2차 산업혁명과 오늘날 디지털 혁명의 가장 큰 차이다. 기술 혁신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20여 년 동안에 나타난 수많은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실제로 경제성장률 둔화 곡선을 반전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효과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기술 혁신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창조되기보다는 생력화와 기계화로 노동 수요가 감소하고 실업률이 높아져 소득 격차가 벌어짐으로써 빈곤이 만연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 P105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이나 행복도와 생활 만족도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데 이들 혁신이 사회에서 실제로 활용됨에 따라 오히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던 역 매표소 직원이나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원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이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기계화되기쉬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노동시장에서 보수가 높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적으며, 기술 혁신으로 인해 실직할 때마다 조건이 더 나쁜 일자리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기술 혁신이 실현될수록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것이다. - P109

오늘날 공산주의가 이데올로기로서 쇠퇴한 이유는 이데올로기 자체의 매력이 없어졌다기보다 그 이데올로기를 성립시켰던 ‘자본의 희소성‘이라는 제약 조건이 해소됨으로써 사상 자체의 의미가 상실되었다는 이유가 크다. - P113

사회적 요청이 보편성 높은 문제에서 보편성이 낮은 문제로 옮겨가고 문제의 질‘이 물질적인 부족을 해결하는 데서 정신적인 굶주림을 해소하는 것으로 전환된다면 옛날의 공룡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대기업은 환경 등과 부조화를 일으키면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세상에서 필요없어질 것이다.
반면에 그의 반대편에서 보편성이 낮은 개별적 문제에 대처하며 필요한 대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소규모 집단과 조직 또는 다양화된 정신적 가치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인과 집단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 P116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금전적 대가야말로 모티베이션의 원천이다. 경제 합리성 한계곡선의 바깥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금전적 보수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현재 잔존하는 ‘희소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경제 합리성과는 별개의 모티베이션을 발동시켜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뜻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뒤에서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모티베이션의 원천으로 삼을 만한 것은 인간성에 기인한 충동밖에 없다. - P124

게다가 성장하는 사회는 더욱 깊은 의미에서 풍요로운 사회와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회는 재화를 생산하는 사회이기 이전에 특권을 생산하는 사회다. 그리고 특권과 빈곤의 사이에는 사회학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필연적인 함수가 존재한다. 어떤 사회에서도 빈곤을 수반하지 않는 특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자는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성장은 그 사회적 논리로 보아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구조적 빈곤의 재생산에 의해 정의된다.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그 신화와 구조> - P135

물질적 욕구 불만이 해소되었다는 것은 인류 전체에 기쁜 일이지만, 국소적으로는 곤란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비즈니스란 항상 ‘문제 발견‘과 ‘문제 해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므로 문제가 없어지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하나의 아이디어로 ‘인위적으로 문제를 만들어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미 만족하고있는 사람들에게 ‘아직 이게 부족하지 않아?" 하고 부추겨서 갈등과 결핍의 감각을 불어넣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냄으로써 게임 종료‘를 늦출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마케팅의 본질이다. - P136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수요의 포화를 늦출 수 있을까? 여기서 1970년대 세계적인 규모의 광고 회사인 덴쓰(DENTSU)에서 마케팅 전략을 입안하는 데 사용해온 <전략 10훈>을 참고해보자.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더 사용하게 하라
2. 버리게 하라
3. 낭비하게 하라
4. 계절을 잊게 하라
5. 선물을 하게 하라
6. 세트로 사게 하라
7. 계기를 만들어라
8. 유행에 뒤떨어지게 하라
9. 부담 없이 사게 하라
10. 혼란스럽게 하라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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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선진국 가운데 일본만이 경제 성장의 반열에서 뒤처졌다고 여기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 수치는 경제성장률의 저하가 국가별 경제 정책의 우연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 끝에 이루어진 문명화, 즉 물질적 생활 기반의 완성으로 인해 발생한 숙명적인 사태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 P53

모든 국가의 GDP는최종적으로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산출되는데, 각국의 통화를 달러로 환산할 때 환율을 기준으로 해 달러로 환산하느냐 아니면 물가 수준(구매력 평가)을 기준으로 환산하느냐에 따라 10% 이상 차이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GDP 성장률이 0.5%만 오르락내리락 해도 법칙을 떨지만, 애초에 GDP 란 그러한 미미한 차이의 논의를 감당할 수 있는 하드 데이터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합의된 방침‘에 따라 각국의 통계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골라낸 수치로, 말하자면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 P55

우리가 해야 할 일은, GDP를 산출하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더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를 논의한 뒤에 그렇다면 무엇을 측정해야 그 달성 정도를 측정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일이다. 경제학자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가 이런 종류의 논의를 꺼리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렇게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논의 과정에서는 전문가로서 권위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58

‘신규 대졸 사원 일관 채용‘ ‘연공서열‘ ‘종신고용‘ 같은 고용 형태는 무한히 계속되는 성장을 전제로 하고 있어 오늘날 일본 기업을 둘러싼 상황과는 명백히 모순을 보인다. 이들 시스템이 구축된 것은
‘내년에는 경제가 두 자릿수 성장을 이룬다‘는 전제가 당연시되던 1950년대다. - P75

우리가 판단의 근거로 삼는 수많은 도덕과 규범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수단화한다는 사고방식을 전제로 하며, 이 사고방식은 미래를 완성하기 위해 역사가 진보한다 또는 내일은 오늘보다 분명히 좋아진다는 확신을 기저에 두어야 비로소 합리화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규범과 가치관의 근거는 와해되고 만다. - P93

슈밥은 ‘고원사회의 고도를 이 이상 더 높이려 하지 말고 이 고원사회를 우리에게 더욱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간관과 사회관이 필요하다. - P94

근대부터 계속되고 있는 상승 포물선의 관성 안에서 무한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을 당연한 전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성장이 끝나버린 고원 상태의 사회는 자극이 없고 정체되어 매력 없는 세상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본질적인 과제가 있다.
진짜 문제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니라 경제 이외에 무엇을 성장시켜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빈곤한 사회 구상력이며, 또한 경제 성장을 멈춘 상태를 풍요롭게 살아갈 수 없다고 여기는 우리의 빈곤한 마음이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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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 현재,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려면 새로운 땅, 즉 미개척지를 발견하든지 이미 있는 물건을 고철로 만들고 새로운 물건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세계 구석구석까지 시장화되어 미개척지가 사라진 오늘날, 경제 성장의 여지는 ‘지금 있는 물건을 얼마나 파괴하고 새로운 물건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요. - P7

구매는 그 브랜드가 말하는 가치에 대한 동조이고, 콘텐츠의 수용은 지적 취향에 대한 선언이며, 특정인물 팔로우하는 것은 연대에 대한 증명이 되니 이 행위들은 결국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세상에 천명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있다‘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는 거죠. 이런 행위를 종합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나의 모든 것이 나를 설명하는 메시지가 됩니다.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 P13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과거의 노스텔지어(nostalgia)에 사로잡혀 이미 끝나가는 ‘경제 성장‘ 게임에 굳이 연명과 소생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고원에 도달했음을 서로 축하하면서 새로운 활동을 도모해 ‘안전하고 편리하며 그저 쾌적하기만 한 세상에서 ‘진정 풍요롭고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사회‘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 P21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계속 경제적 성장을 해온 끝에 생존을 위한 물질적 기본 조건의 획득이라는 인류가 오랫동안 소망해온 꿈을 실현하고 이제는 대다수 사람이 대체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즉 옛날 사람들이 유토피아로 꿈꾸던 세상에 가까운 사회를 구축했다. - P43

일본인은 ‘잃어버린 ○○년‘이라는 표현으로 거품경제가 꺼진 후의 몇십 년을 자학적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대체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그 잃어버렸다는 것이 ‘경제적 일등국이라는 자부심‘이라면 그것을 회복시킨다고 해서 뭐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1980년대 후반 거품 경제에 들떠 물건의 좋고 나쁨도 모르는 벼락부자 근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부동산과 미술품, 명품을 사들여 전 세계적으로 빈축을 샀던 일본인이 ‘경제적 동물 (economicanimal)‘이라고 모멸적인 야유를 받았던 부끄럽고 창피했던 기억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 P44

우리 대부분이 관여하고 있는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라는 게임에는 본질적인 파탄, 게임이 끝나면 폭발하는 시한폭탄이 내장되어 있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사명을 설정할 것을 강력히 추구하면서 사명이 달성되는 것은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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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가리키는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무언가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무언가가 너무나 중요한 나머지 당연히 항상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져서 그것을 말로 논의할 필요 자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 P279

우아함에 대한 이런 생각은 또한 사실주의의 발전을 막있다. 전통적인 일본의 미학에서는 예술이 추하거나 혹은 우아하지 않은 사물로부터 아름다움을 구현해낸다는 개념이 없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다루지도 않는다. 일본 예술이 주목하는 것은 그보다는 귀족과 부자들에게 친숙한 우아함이다.
따라서 일본 미학과 그 산물에 반영된 현실에는 논밭이나 농부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특수한 효과를 위해 예외적으로 포함하는 경우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자연은 거기 포함되어 있다. 자연의 묘사는일본의 예술과 미학에서 다루는 주요한 주제가 되었다. 하지만 일본 예술에 등장하는 자연은 편집되고 축약되었으며, 일본 미학과 예술의 대부분을 규정하게 된 규칙들을 충실하게 따른 나머지 ‘자연‘을 암시했다고 하는 편이 나올지도 모른다. - P284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은 자신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언젠가 사라지고 만다는 생각을 애써 회피하며 한평생을 보낸다. 오직 몇몇 시인만이 그 사실을 직시한다. 그리고 그결 기념하고 찬양하는 것은 아마도 일본인들뿐이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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