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 현재,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려면 새로운 땅, 즉 미개척지를 발견하든지 이미 있는 물건을 고철로 만들고 새로운 물건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세계 구석구석까지 시장화되어 미개척지가 사라진 오늘날, 경제 성장의 여지는 ‘지금 있는 물건을 얼마나 파괴하고 새로운 물건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요. - P7

구매는 그 브랜드가 말하는 가치에 대한 동조이고, 콘텐츠의 수용은 지적 취향에 대한 선언이며, 특정인물 팔로우하는 것은 연대에 대한 증명이 되니 이 행위들은 결국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세상에 천명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있다‘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는 거죠. 이런 행위를 종합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나의 모든 것이 나를 설명하는 메시지가 됩니다.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 P13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과거의 노스텔지어(nostalgia)에 사로잡혀 이미 끝나가는 ‘경제 성장‘ 게임에 굳이 연명과 소생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고원에 도달했음을 서로 축하하면서 새로운 활동을 도모해 ‘안전하고 편리하며 그저 쾌적하기만 한 세상에서 ‘진정 풍요롭고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사회‘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 P21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계속 경제적 성장을 해온 끝에 생존을 위한 물질적 기본 조건의 획득이라는 인류가 오랫동안 소망해온 꿈을 실현하고 이제는 대다수 사람이 대체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즉 옛날 사람들이 유토피아로 꿈꾸던 세상에 가까운 사회를 구축했다. - P43

일본인은 ‘잃어버린 ○○년‘이라는 표현으로 거품경제가 꺼진 후의 몇십 년을 자학적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대체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그 잃어버렸다는 것이 ‘경제적 일등국이라는 자부심‘이라면 그것을 회복시킨다고 해서 뭐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1980년대 후반 거품 경제에 들떠 물건의 좋고 나쁨도 모르는 벼락부자 근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부동산과 미술품, 명품을 사들여 전 세계적으로 빈축을 샀던 일본인이 ‘경제적 동물 (economicanimal)‘이라고 모멸적인 야유를 받았던 부끄럽고 창피했던 기억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 P44

우리 대부분이 관여하고 있는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라는 게임에는 본질적인 파탄, 게임이 끝나면 폭발하는 시한폭탄이 내장되어 있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사명을 설정할 것을 강력히 추구하면서 사명이 달성되는 것은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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