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이야기할 때 흔히 ‘부자 도시‘ 라는 전제를 기정사실로 삼고 그 안의 모순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홍콩을 영광스러운 ‘동양의 진주‘로 대상화하지만 내막은 골병뿐이다. - P332

홍콩은 현재 경제 불평등이 매우 심각하다. 지니계수는 0.54를 기록하고 있고, 극빈층은 전체 인구의 7분의 1을 차지한다. 이는 세계의 여느 대도시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오늘날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 P333

경제 호황기 국제도시 홍콩은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사는 아름다운 도시처럼 묘사됐다. 나 역시 그런 선입견을 갖고 홍콩에 왔다. 하지만 어떤 풍경들은 이 도시의 발전과 저항 모두 인종적으로 분열된 채 지속되어 왔음을 느끼게 한다. 이런 분할은 홍콩에 남아 있는 식민지 잔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방해한다. 완전하지 못한 탈식민지화의 후과를 7분의 1에 달하는 극빈층, 홍콩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동남아 출신 여성이주 가사 노동자가 떠안은 것 같다. 특히 모국의 성차별과 불평등, 빈곤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여성이 홍콩의 모순을 온전히 떠안고 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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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상업화된 메가시티의 시민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생활양식과 소비문화 속에서 살아간다. 크리스마스가 아닐지라도 화려한 상품들이 늘 넘쳐난다. 크리스마스 특수보다 더 심각한 풍조는 내버려두고 크리스마스만 통제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기독교 확산을 거북하게 여겨 탄압하는 행위와 맞닿아 있을지 모른다. - P237

사회학자 양칭상은 역사와 생활의 분리에 따른 역사의식의 결여를 바링허우의 특징으로 규정한다. 바링허우의 성장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들의 삶이 역사와 대면했던 것은 쓰촨성 대지진이나 베이징 올림픽 등 단기간에 불과했다. 스스로 바링허우이기도 한 양칭상은, 자기 세대가 표면적인 역사에 높은 열정을 갖고 일시적으로 역사적 존재감을 찾으면서도 그 일시성 때문에 허무주의적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또 바링허우는 역사성이 배제되고 탈정치화된 일상에서만 생활한다고 평가한다. 그는 이런 현상을 ‘역사 허무주의‘라고 부른다. 가령 바링허우는 어떤 사태를 철저하게 대상화된 시선으로 희화화하는데, 이런 시선은 자의적이고 임의적일 뿐만 아니라 별다른 목적이 없다고 한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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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중국이 공산당 일당독재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사회주의자나 마르크스주의자라면 할 말을 하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에서 이념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향하는 민간 사회주의자가 다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 10년간 유토피아, 깃발넷, 노동자넷, 동방홍망 등 좌파 소그룹들이 크게 발전하면서다. - P202

2013년 3월, 12차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 정권 초기의 상황은 학생 활동가들이 용기를 갖고 전면에 나설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대학에서 마르크스주의 학습이 더욱 장려되어야 한다고 자주 언급했다. 그러자 지하서클에 머물러 있던 좌파 학생들이 공개 활동으로 전환하기 시작한다. - P217

나는 베이징대학 학생들을 만나며, 베이징에서는 마오주의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마다 생각하는 마오주의가 있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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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중국공산당은 마르크스주의라는 이념의 순전무결한 원칙(과연 그런 게 존재하는지 의문스럽지만)으로 혁명을 이루지 않았다. 하지만 한때 중국공산당은 분명 평범하고 가난한 중국인들의 희망이었다. 군벌,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전쟁을 치렀고, 끔찍한 빈곤을 끝내고 인민해방을 쟁취하겠다고 약속했다. - P186

극소수의 부유층은 초호화 생활을 영위하고, 대다수의 가난한 민중은 최저빈곤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 그러면서 노동자운동을 탄압하고 마르크스주의자임을 자처하는 학생들을 마구 잡아가는 나라. 이런 나라를 사회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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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표기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언어의 인명 표기도 국내에서 통용되는 표기 내지는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르지 않는 건 마찬가지군...
저자가 이 부분에 상당한 고집이 있는 듯.

이제 저항자들은 국제연대 확장으로 행동 초점을 옮겼다. 한국에 많은 저서가 번역된 놈 촘스키, 예일대학 경제학자 존 로머 등 30여 명의 학자가 2015년과 2018년 베이징 대학에서 열린 세계마르크스주의대회의 기만을 폭로했다. 촘스키는 "전 세계의 좌파 학자들은 이 대회와 행사를 보이콧하는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로머는 "중국의 정치 리더들은 가짜 마르크스주의자" 라고 비난했다. 2010년대 초 한창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한 정치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도 이 비판 성명 대열에 섰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공식적인 교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되어버렸다"며, 마르크스주의를 국가 공식 이념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실제로 진지하게 받아들여 실천하려는 학생들을 오히려 탄압하는 행태를 비꼬았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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