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닝의 역할은 1989년 톈안먼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 이후 중국 지도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홍위병의 부활로 두려워하고 소련 해체가 중국에서 재현될 것을 우려해 정치개혁의 문을 닫으려 했을 때, 최고지도부의 이런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념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 P52

청 제국이 서구 열강의 침입에 무릎을 꿇은 이후 중국은 서구를 어떻게 배워서 근대화와 부강을 이룰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험해왔다. 중국의 전통과 서구의 과학기술을 절충하려는 ‘중체서용‘을 거쳐서 봉건을 타파하고 서구의 과학과 민주를 배우려던 신문화운동, 문화대혁명 시기의 전통 파괴와 공자 타도 운동에 이어, 1980년대부터는 서구식 근대화를 따라잡으려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제 시진핑 시대 부강해진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다가왔으니, 더 이상 서구식 모델은필요치 않다고 선언하고 있다. - P55

자오리젠 대변인은 시진핑 시대 중국 외교의 날카로운 혀다. 중국 국내에선 트위터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자오리젠이 미국과 싸우는 트위터 내용을 상세하게 중계한다. 대변인 자오리젠은 ‘이제 중국이 미국에 두려움 없이 맞설 수 있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중국인들에게 보여주는 상징이다. 자오리젠은 중국 인터넷의 영웅이며, 그의 어록은 연일 중국 인터넷의 화제다. - P57

시진핑 지도부는 외부의 적대 세력이 중국을 붕괴시키거나해를 끼칠 의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중국의 공세는 방어를 위한 것이며 중국의 내정에 다른 국가들이 참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중 공세를 강화할수록, 시진핑 지도부는 위기에 단결해야 한다는 여론을 결집시키며 국내 비판 여론을 침묵시키는 데 그것을 활용했다. 그 결과로 분출한 애국주의 여론은 당국에는 양날의 칼이었다. - P61

중국 당국은 애국주의 여론이 과도하게 끓어올라 국제사회와 충돌할 때는 검열을 통해 통제에 나서지만, 애국주의라는 중요한 충성의 원천을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 - P61

외부의 비판에 중국은 경제적 힘으로 대응한다. 대규모 구매와 투자 등 당근 외교와 함께 중국의 국익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한 국가에 대한 사정없는 채찍 외교가 빈번해졌다. - P62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이 강화되고 반부패를 내세운 숙청이 계속되면서, 관료들이 최고지도자가 듣기 원하는 보고만 올리고 비판적 의견을 말하길 주저하며 정책은 더욱 강경론 쪽으로 기울곤 한다. - P67

중국공산당은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을 막기 위해 월가를 끌어들이는 한편, 국내에서는 금융 분야의 기득권층을 겨냥한 숙청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7년 덩샤오핑의 손녀사위로 유명했던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부패 혐의로 체포된 것은 금융 부패와의 전쟁의 신호탄이었다. - P92

시진핑 지도부는 공산당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가장 심각한 기득권 세력이 금융 분야에 있고, 개혁의 최대 난제라고 본다. 하지만 이미 9년 차에 접어든 부패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라이샤오민의 천문학적 뇌물 수수가 보여주듯 부패의 깊은 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만연한 부패의 근본 원인은 공산당과 국유기업에 너무 큰 권력과 자원이 집중된 시스템 자체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감시할 시민사회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억압되고, 부패와의 전쟁은 반대파에 대반 숙청으로 변질되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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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안이 클수록 중국은 다른 한 축인 애국주의를 강화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중국 때리기‘를 강화할수록, 시진핑 주석은 미국과의 강 대 강 대립으로 애국주의를 강조하며 국내 여론 통제를 강화했다. 시진핑과 트럼프는 서로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를 형성했다. - P34

트럼프 시대는 전 세계 중국인들에게 거대한 혼란의 시기이기도 했다. 중국 국내외에서 중국공산당에 저항하는 반체제 인사들 중 상당수가 트럼프의 재선을 응원했다. 트럼프가 악당이더라도 ‘시진핑의 중국‘을 아프게 혼내줄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반체제 인사들 안에서도 큰 논쟁이 벌어졌다. - P39

소련 붕괴의 교훈, 문화대혁명의 트라우마와 함께 미국과의 대결에 대한 위기감은 시진핑 체제를 만들어낸 3대 축이라 할 수 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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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리더십은 처음부터 외부로는 강력한 자신감, 내부로는 불안감의 두 얼굴로 등장했다. 시진핑은 권력을 잡은 직후부터 공산당 지도부를 향해 현재 당이 처한 불안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강조했고, 자신이 그 위기를 돌파할 비전을 가진 위대한 지도자임을 강조하며, 시진핑 1인 체제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왔다. - P24

이렇게 단기간에 권력을 집중시킨 시진핑에 대해 공산당은공식적으로 ‘핵심‘이란 호칭을 붙였다. 마오쩌둥을 연상케 하는 인민영수, 총사령관 등의 호칭도 등장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란 말이 당헌과 헌법에 명시되었다. - P26

손인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두려움의 정치"로 설명한다. 시진핑 1인 권력의 강화는 그의 권력욕 같은 개인적 요소보다는 통치 엘리트들의 집단적 위협 의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 P27

"덩샤오핑 시대에는 광활한 중국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인민들에게 일정 정도 자유로운 공간을 보장해 인민과 지방의 적극성과 열정을 동원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에는 지도자와 당이 이미 진리를 모두 장악했으니 인민들은 당과 지도자를 신앙하며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변했다. 지방과 기층 조직들의 탐색 공간도 주어지지 않고, 언론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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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사회는 시진핑 시대 중국의 독재 체제 강화, 홍콩의 우산혁명과 반송중(중국송환 반대) 시위에 대한 억압적 태도에 실망하며 중국과의 대립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 대만을 중국 견제의 최전선으로 삼고자 하는 미국의 신냉전 전략과 대만과의 무력통일도 불사하겠다는시진핑 주석의 강경론이 맞물리면서 대만은 미-중의 가장 첨예한 전선으로 변했다. - P12

다. 민영기업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 과도한 힘을 갖는 것에 대한 공산당 지도부의 불안은 금융제국을 만들려던 마윈의 앤트그룹 기업공개를 취소시켰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이어졌다. - P13

‘중국의 힘‘은 분명한 실체다. 하지만 노동자와 농민에게 돌아갈 성장의 몫을 제대로 주지 않음으로써 축적한 거액의 자본을 국가가 대규모로 투자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중국의 발전 모델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너무나 심각한 불평등과 부패,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절망과 저항을 억눌러야 한다는 권력의 불안이 억압적 사회 통제, 첨단기술 감시와 권위주의적 정치, 그리고 애국주의 선동과 강압적 외교로 표현되고 있다. - P14

중국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낮은 임금과 열악한 복지를 감내하는 상황은 전 세계 신자유주의의 극심한 불평등을 떠받쳐온 중요한 구조물이기도 하다. 중국 노동자들이 감내하는 저임금 탓에 전 세계 노동자들은 바닥을 향한 경쟁을 강요당하거나 일자리를 잃었다. 중국의 과잉 생산과 넘치는 자금은 세계 자산 가격을 부풀려 더욱 극심한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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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폭스콘 노동자의 삶이 자사 경영진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에 의해 제약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폭스콘 노동자의 삶은 애플을 비롯한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그리고 세계를 선도하는 기타 전자제품 브랜드 회사의 제약을 받는다. - P306

아웃소싱 및 기타 형태의 하청계약을 통해 국내 고용을 적극적으로 축소한 미국 및 유럽의 굴지 기업들은 회사 규정에 명시된 것과 상관없이 현재 그들의 제품을 생산하고 조립하는 공급업체의 노동권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체계에서 구매자 중심의 경영 모델은 "산업 사슬의 최상층에 있는 기업의 수익성 상승과 하위 산업 사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노동조건 증대"를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 - P310

폭스콘의 성장은 미국과 유럽 및 동아시아의 거대기업들이 해외로 생산지를 이전해 생산과 노동을 위탁하는 세계적인 산업구조 전환으로 가능했으며, 수많은 중국의 하청 노동자와 학생 인턴들이 이를 떠받치고 있다. 그렇기에 거대 국가권력과 자본의 결탁으로 뭉친 탐욕과 소비의 욕망이 모두 ‘공동정범‘이다. - P336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은 첨단, 실험, 혁신 등 21세기의 온갖 미사여구를 독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아우라는 실리콘밸리의 디자인과 마케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새롭고 완벽한 창조물을 향한 꿈은 낡고 후진 공급 사슬을 칭칭 감고서야 가능하다. (중략) 폭스콘은 제품을 제조할 뿐 아니라, 제품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인간을 제조한다. 아이폰의 출시 리듬에 맞춰 장시간 초과노동을 강요하고, 아이폰의 비밀주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의 몸을 수색하고, 품질과 속도의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규율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방정부가 공장 설립을 주도하고, 직업학교가 저임금의 학생 인턴을 공급하면서 조력자를 자처한다. 노동자라는 ‘인간 제품‘이 태업, 시위, 자살의 형태로 ‘고장‘을 일으키자 폭스콘 CEO는 "100만 마리 동물을 관리하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인간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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