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인이 채식주의자가 될 경우 음식 분야만 놓고 보면 개인별 에너지 소비는 16퍼센트 줄어들고 온실가스 배출은 20퍼센트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분야 개인별 에너지 소비는 고작 2퍼센트 줄어들 뿐이며 ‘전체‘ 온실가스 배출 역시 4퍼센트 감소하는 데 그칠 뿐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가 내놓은 전 세계인이 비건이 되는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 역시 마찬가지다. 2050년까지 인류가 동물성 식품과 제품을 완전히 끊고 목초지를 전부 숲으로 되돌린다 해도 그 효과는 전체 탄소 배출량 가운데 10퍼센트를 절감하는 데 머물 것이다. - P267

식물 기반 식단은 육류를 포함하는 식단에 비해 저렴하다. 그 결과 사람들은 오히려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재 등에 돈을 더 많이 쓰게 된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이 현상은 흔히 ‘리바운드 효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이 채식을 하면서 아낀 돈을 소비재에 쓸 경우 그에 따른 소비가 늘어나게 되므로 순 에너지 사용량 감소는 0.07퍼센트, 순 탄소 배출량 감소는 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식품이나 토지사용 같은 분야가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 배출 절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가 가장 중요하다. 전기, 수송, 요리, 난방 같은 에너지 분야가 세계 화석 연료 소비의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 P268

아무리 강경하게 보일지언정 동물권에 대한 도덕적 논증은 ‘권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동물의 처우 개선‘에 대한 주장일 뿐이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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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기름의 수요가 높아지다 보니 사업가들은 대체품을 찾게 되었다. 그런 사업가 중 한 사람으로 새뮤얼 키어가 있었다. 1849년 키어의 아내는 의사로부터 "미국식 의료 기름을 처방받았다. 그 약의 성분은 퍼트롤리엄, 즉 석유였다. - P235

드레이크 유전이 개발되면서 석유를 정제한 케러신, 즉 등유가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등유는 미국의 조명용 액체 연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 고래기름의 자리를 빼앗았다. 그리하여 고래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고래기름이 더는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략) 펜실베이니아의 유전 하나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석유 양이나, 포경선 한 척이 3~4년에 걸친 항해 끝에 잡은 고래에서 얻는 고래기름 양이나 차이가 없었다. 석유의 에너지 밀도는 실로 대단했다. - P236

사회가 점점 더 풍요로워짐에 따라 고래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그 수요가 고래를 살렸다. 사람들이 고래를 살린 것은 더는 고래를 물건의 재료로 원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풍부하고, 저렴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대안을 찾았으니 말이다. - P241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정치다. 그리고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때로는 정치가 에너지 전환의 발목을 잡는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연료를 버리고 에너지 밀도가 낮은 연료를 택하는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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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텔은 어떤 면에서건 삼림 파괴를 불러오는 주범이라 보기 어려웠다. 일간지와 비교해 보면 마텔에서 사용하는 종이의 양은 하찮은 수준이다. 그린피스가 마텔을 표적으로 삼은 건 마텔이 종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바비 인형이 너무나 잘 알려진 브랜드기 때문이었다. 장난감 회사를 공격하는 것은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의류 공장과 다른 여러 소비재 공장이 하는 일은 멸종저항이나 그린피스가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공장은 삼림 파괴를 불러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실은 숲을 지키는 원동력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P192

도시는 인구 집중을 불러온다. 반대로 말하면 더 많은 교외지역이 야생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도시는 얼어붙지 않은 지표면 중 고작 0.5퍼센트만을 차지할 뿐이다. 지구 전체를 놓고 볼 때 포장도로와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 또한 0.5퍼센트 미만에 지나지 않는다.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초원, 숲, 야생의 영역은 넓어진다. 세계적으로 보자면 삼림 회복 속도가 느린 삼림 파괴 속도를 따라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P199

세상은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환경을 평가하는 다른 잣대를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농업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 오염 역시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몇몇 국가에서는 절대적인 지표가 개선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업 생산물당 물 사용량 역시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농부들이 더 나은 관개 시설을 건설하고 정교한 물 관리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 P201

지난 수백 년간 전 세계 젊은 여성들은 기존의 삶을 거부하고 떠나는 길을 택해 왔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해 온 것이다. 이는 도시가 지상낙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골에 비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P204

하버드대학교의 경제학 교수 벤저민 프리드먼과 스티븐 핑커 같은 학자들은 물질적 풍요 증진과 자유 증가 사이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물질적 풍요는 폭력을 감소시키고 여성, 인종, 종교적 소수자, 동성애자에 대한 관용은 더 키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 P207

에너지 생산을 집중화, 고도화하는 것은 지구 행성의 더 많은 부분을 야생 동물에게 넘겨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오늘날 지구상에 세워진 모든 수력 발전 댐과 모든 화석 연료 발전소 그리고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합쳐도 얼어붙은 땅을 제외한 전체 면적의 0.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 P217

전체 에너지 중에서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졌지만 오늘날 인류가 연료로 사용하는 나무의 양만 놓고 보자면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나무 연료의 사용을 종식시켜야 한다. 이것은 인류 보편의 복지와 환경 진보를 위해 달성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 P220

"2070년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최소화하고 싶다면 인도의 석탄 화력 발전을 더욱 늘려야 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죠. 석탄은 끔찍한 탄소 배출원이니까. 하지만 석탄을 더 많이 땐다는 것은 인도 사람들이 더 부유해진다는 말과 같아요. 더 부유해지면 아이를 덜 낳겠죠. 아이를 덜 낳으면 인구 성장이 멈추고, 인구가 줄어들면 탄소 배출량이 낮아집니다. 그럼 2070년쯤에는 사정이 훨씬 나아질 거예요."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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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와 다른 야생 동물들을 진정 위협하는 건 석유 회사나 경제성장이 아니다. 2014년 12월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가난하기 때문에 나무를 연료로 쓰는 것이 진정한 문제였다. 콩고에서는 취사용 연료의 90퍼센트 이상이 나무 또는 숯으로 충당된다. - P158

한때는 이렇게 생각했죠. ‘지구 위에서 이 생물종이 사라지게 할 수는 없어.‘ 그런데 생각을 해 봐야죠. "이렇게 큰 사회, 정치, 경제 비용을 인간 쪽에서 감당하면서까지 이 종들을 지켜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렇게 말해 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이 종을 지키고 싶어. 하지만 이 지역에서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과연 그것뿐일까?" - P175

"사람들이 정부를 상대로 복수를 할 수야 없죠. 하지만 정부에서 보호하려는 야생 동물을 상대로 분풀이하는 건 가능하잖아요. 상징적인 복수 행위가 되는 거죠. ‘이게 그렇게 대단해? 우리보다 더 소중해?‘라는 심리 상태에서 벌이는 행위예요."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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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죽은 향유고래의 배 속에는 21킬로그램의 플라스틱 튜브와 접시, 비닐봉투 등이 발견됐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소화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 향유고래의 자궁에는 "거의 완전히 부패한" 태아 고래가 들어 있었는데 역시 플라스틱 쓰레기의 영향을 받아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 P118

1980년대와 1990년대 사이 미국 각 도시에서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을 때 벌어진 일은 우리에게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쓰레기를 모으고 수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해 보니, 이전처럼 재활용을 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릴 때에 비해 쓰레기 1톤당 14배까지 비용이 늘어났던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플라스틱 수지의 가격이다. 재활용된 플라스틱에서 추출하는 것보다 원유에서 추출하는 게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 P123

캘리포니아는 비닐봉투를 금지했고 그 결과 종이봉투와 두툼한 가방인 ‘에코백‘의 사용이 늘어났다. 문제는 이런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 양이 비날봄투보다 더 많다는 데 있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버리기 전까지 44회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 P141

"사람들은 ‘바이오‘라는 말이 붙으면 그냥 더 좋은 거라고 여기곤 하죠." 피게너는 말했다. "그렇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바이오‘라는 말은 그저 원자재를 어디서 얻는지 표현하는 말일 뿐이잖아요. 사탕수수를 원재료로 썼다고 해서 그 플라스틱이 생분해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거죠." - P142

플라스틱을 둘러싼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환경을 지키고 싶다면 자연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자연물 사용을 피하려면 인공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주의자들이 추구하는 환경 보호 방식과는 정반대다. - P143

우리는 인공 소재를 천연 소재만큼이나 멋지고 훌륭한 것으로 바라보도록 우리 스스로 미감과 취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어느 정도 벌어지고 있다. 좋은 일이다. 많은선진국 소비자들은 이제 상아, 모피, 산호초, 거북 껍질 같은 천연 소재 제품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공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실로 중대한 역설을 인류는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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