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죽은 향유고래의 배 속에는 21킬로그램의 플라스틱 튜브와 접시, 비닐봉투 등이 발견됐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소화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 향유고래의 자궁에는 "거의 완전히 부패한" 태아 고래가 들어 있었는데 역시 플라스틱 쓰레기의 영향을 받아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 P118
1980년대와 1990년대 사이 미국 각 도시에서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을 때 벌어진 일은 우리에게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쓰레기를 모으고 수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해 보니, 이전처럼 재활용을 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릴 때에 비해 쓰레기 1톤당 14배까지 비용이 늘어났던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플라스틱 수지의 가격이다. 재활용된 플라스틱에서 추출하는 것보다 원유에서 추출하는 게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 P123
캘리포니아는 비닐봉투를 금지했고 그 결과 종이봉투와 두툼한 가방인 ‘에코백‘의 사용이 늘어났다. 문제는 이런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 양이 비날봄투보다 더 많다는 데 있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버리기 전까지 44회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 P141
"사람들은 ‘바이오‘라는 말이 붙으면 그냥 더 좋은 거라고 여기곤 하죠." 피게너는 말했다. "그렇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바이오‘라는 말은 그저 원자재를 어디서 얻는지 표현하는 말일 뿐이잖아요. 사탕수수를 원재료로 썼다고 해서 그 플라스틱이 생분해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거죠." - P142
플라스틱을 둘러싼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환경을 지키고 싶다면 자연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자연물 사용을 피하려면 인공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주의자들이 추구하는 환경 보호 방식과는 정반대다. - P143
우리는 인공 소재를 천연 소재만큼이나 멋지고 훌륭한 것으로 바라보도록 우리 스스로 미감과 취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어느 정도 벌어지고 있다. 좋은 일이다. 많은선진국 소비자들은 이제 상아, 모피, 산호초, 거북 껍질 같은 천연 소재 제품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공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실로 중대한 역설을 인류는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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