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란 나라를 알기 어려운 이유는 ‘덮는 문화‘ 때문인 것 같다. 겉과 속이 다르다. 그것이 배려가 될 수도 있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문화는 그다지 평균적인 일본인이 아닌 내 입장에서도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일본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단면이다. 포장할 일도 비판할 일도 아니다.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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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2023)에 섬뜩한 장면이 있었다. 아이가 선생님한테 폭력을 당했다며 항의하러 학교를 찾은 엄마에게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서 여러 교사들이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거기엔 아무 반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항의하니까 사과했다는 태도다. 엄마가 물어보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안해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했으니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장면을 보면서 뭔가 알 것 같았다. 마음이 없는 사과는 오히려 불쾌하다. 결국은 사과라는 것은 감정의 문제인것 같다. 사과를 했는지 여부를 본다면 이 선생님도, 학교측도 엄마한테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런데 보는 관객은 답답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P373

일본 국회 의원의 대부분은 중년 이상의 남성이다. 가장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낮은 성별이고, 세대다. 한국에서 보면 그들이 일본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일본 전체 분위기를 대표하는 존재는 결코 아니다. 시간이지나서 지금 젊은 층이 사회의 중심에서 활약할 시기가 오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 P380

한국 욕을 알려 달라는 일본 친구에게 자주 나오는 ‘개새끼‘의 뜻을 알려주면 "강아지면 귀여운 것 아니냐"고 한다. 욕은 뜻으로 풀면 전혀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한국 욕을 되도록 가까운 일본어로 표현하고 싶어서 일부러 일본 야쿠자 영화를 찾아서 본 적도 있지만 역시 욕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히려 말없이 가만히 있는 야쿠자가 더 무서운 것 같다. - P395

일본에서 말하는 ‘친일‘은 한국에서 말하는 ‘친일파‘와 다르다. 일본에서는 단순히 ‘일본에 우호적인‘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 한국에서 말하는 ‘친일파‘처럼 일제강점기에 식민 지배에 협력한 배신자 같은 의미는 없다. 나는 앞으로 한일 관계를 생각할 때 ‘반일‘과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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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중에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큰아버지 집 벽에 금이 갔다. 단독 주택이었는데 지진 몇 년 후에 ‘2세대 대출‘을 받아 다시 집을 지었다. 큰아버지가 정년퇴직 때까지 갚고 그다음에 이어서 장남이 갚는 대출이다. 지진으로 인해 집이 무너져서 못 살게 됐는데 대출만 남은 경우도 많았다. 나도 남편도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이 없다. 계속 월세로 살고 있는데 집을 사도 지진으로 잃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 P313

일본 입시에 관해 한국 사람한테 자주 듣는 지적이 "에스컬레이터식 진학은 불공평하지 않냐"는 것이다. 게이오처럼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입학 시험 없이 상급 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학교를 말하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뭐가 불공평한지 잘 모르겠다. 학비도 비싸고 들어가기도 어렵다. 에스컬레이터식이라고 해도 의대나 법대 같은 인기 학부에 들어가려면 당연히 경쟁해야 한다. 일본에서 에스컬레이터식 학교를 가지고 불공평하다는 이야기는 별로 못 들었는데 한국에 비해 입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 P322

한국에서는 취업할 때 학점이 영향을 미친다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공부를 열심히 한다. 학점을 정정해 달라고 교수에게 연락하는 학생도 있어서 놀랐다. 일본은 취업에 학점이 높고 낮고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는 대학 성적을 회사에 제출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면접 때 서클 활동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뭘 배웠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그 사람의 인간성을 보려고 한다. 대학에서 공부만 하면 이야깃거리가 없어서 면접 때 불리하다. 한국에서 자주 쓰는 ‘스펙‘이라는 말도 일본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 P323

이렇듯 일본은 개개인의 능력보다 ‘와(和)‘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집단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경쟁을 피하는 것은 저출산 영향으로 입시도 취업도 어렵지 않게 된 일본 국내에는 통하지만,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 P325

일본은 한국에 비해 ‘느리다‘고 느끼는 일이 많은데 국민성의 차이도 있지만 노인이 많은 것과도 상관이 있는 것같다. 특히 디지털화가 늦어져서 아날로그 방식의 절차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일이 많다. 한편 디지털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노인에게는 아날로그가 좋을 때도 있다. - P327

한국에서는 택시 운전사와 말을 나누다 보면 자신은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닌데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하고 있다는 식의 말을 듣게 될 때가 있다. 이것이 사실 내가 한국에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일하는 사람도 서비스를 받는 사람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 P339

한국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어쩌면 한국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은 변화가 빨라서 예측하기 어렵다. 일본은 천천히 쇠퇴하고 있는데 아직 중소기업은 건강한 편이다. 한국은 시작과 변화의 힘이 있고 일본은 지속의 힘이 있다. 시작과 변화는 젊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고령화 사회에서는 오히려 일본의 지속의 힘이 중요할 수도 있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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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축구만 하면서 꿈은 의사였다는 대목에서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

고등학생 시절 공부한 시간은 한국 고등학생에 비하면 아주 짧았던 것 같다. 내가 특별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 때 축구부였던 오빠는 365일 중 350일은 부활동을 했던 것 같다. 특별히 축구를 잘하는 학교도 아니었다. 그렇게 매일 축구만 하면서 꿈은 의사였다. 아니나 다를까 의대는 세 번 떨어지고 결국 치과대로 갔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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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모들은 아이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아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은 다양할 텐데 말이다. - P295

공부와 부 활동(스포츠) 둘 다 열심히 하자는 ‘문무양도‘는 일본 학교의 교육 방침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 그러면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는 청춘을 실컷 즐기자는 분위기가 있다. - P302

우연이겠지만 유토리 교육이 끝난 것은 동일본 대지진의 해였다. 동일본 대지진은 사망자와 실종자를 합쳐서 2만 2,000명을 넘는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 오염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들을 젊은 나이에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유토리 세대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위 세대에 비해 집이나 차에 대한 소유욕이 없는 것은쓰나미가 집이나 차를 쓸어 가는 것을 목도한 것과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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