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2023)에 섬뜩한 장면이 있었다. 아이가 선생님한테 폭력을 당했다며 항의하러 학교를 찾은 엄마에게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서 여러 교사들이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거기엔 아무 반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항의하니까 사과했다는 태도다. 엄마가 물어보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안해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했으니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장면을 보면서 뭔가 알 것 같았다. 마음이 없는 사과는 오히려 불쾌하다. 결국은 사과라는 것은 감정의 문제인것 같다. 사과를 했는지 여부를 본다면 이 선생님도, 학교측도 엄마한테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런데 보는 관객은 답답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P373
일본 국회 의원의 대부분은 중년 이상의 남성이다. 가장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낮은 성별이고, 세대다. 한국에서 보면 그들이 일본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일본 전체 분위기를 대표하는 존재는 결코 아니다. 시간이지나서 지금 젊은 층이 사회의 중심에서 활약할 시기가 오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 P380
한국 욕을 알려 달라는 일본 친구에게 자주 나오는 ‘개새끼‘의 뜻을 알려주면 "강아지면 귀여운 것 아니냐"고 한다. 욕은 뜻으로 풀면 전혀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한국 욕을 되도록 가까운 일본어로 표현하고 싶어서 일부러 일본 야쿠자 영화를 찾아서 본 적도 있지만 역시 욕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히려 말없이 가만히 있는 야쿠자가 더 무서운 것 같다. - P395
일본에서 말하는 ‘친일‘은 한국에서 말하는 ‘친일파‘와 다르다. 일본에서는 단순히 ‘일본에 우호적인‘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 한국에서 말하는 ‘친일파‘처럼 일제강점기에 식민 지배에 협력한 배신자 같은 의미는 없다. 나는 앞으로 한일 관계를 생각할 때 ‘반일‘과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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