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무엇보다도, 현재 중국의 문제적 상황한가운데에 놓인 시진핑이라는 인물을 똑바로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이 나라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중략) 나는 지금 중국의 극단적인 변화에는 시진핑의 세계관이 짙게 배어 있다는 관점을 갖고 있고, 그 세계관은 그가겪어온 여러 세계사적인 사건들, 또 중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 확신한다. - P11

반중 감정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퍼진 이유는 중국이 우리의 국가적인 위협으로 떠오른 게 비교적 최근이며, 중국이 한국에 시비를 걸면서 생기는 양국 간 주요 마찰 중 하나가 이들의 주 관심사인 대중문화 영역이었던 탓이 크다. 더욱이 태어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공기처럼 당연한 걸로 여기며 자란 우리 청년 세대에게 일인 독재와 대중문화 검열, 언론 탄압 같은 중국 공산당의 행태가 더욱 부정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 P22

중국에 대한 세계의 치솟는 반감과 부정적 인식에는 아마 많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근래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 사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고, 2013년 집권 후 10년 차에 접어든 시진핑 정권의 공격적이고 국수주의적 외교 정책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힐 것이다. 그리고 시진핑이 자신의 국수주의적 외교 방침을 공격적으로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중국의 거대한 국력 상승 또한 근원적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을 것이다. - P24

중국에서 통일과 분열이 반복될 때마다 그 격렬한 지정학적 지진의 여파는 예외 없이 한반도를 뒤흔들고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중원 대륙에 통일 제국이 탄생하면 동아시아 패권과 종주국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한반도 침략이 이어졌다. - P26

낙후된 중국은 당시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성공과 부유함에 더욱 큰 자부심과 우월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심리적 만족의 대상이자, 값싸고 무궁무진한 노동력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도모할 수 있는 경제적 기회의 대상이었다. 자신들의 처지에 솔직했던 당시의 중국인들에게도 한국은 경제발전의 선배로서 모범적인 벤치마킹의 나라, 또 가난하고 낙후된 중국경제에 절실히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제공해 줄수있는 선망의 국가에 가까웠다. - P29

원래 중국 공산당 정권은 악명 높은 대중문화 검열 정책으로 유명했지만 시진핑 정권이 2021년 시행한 대중문화 탄압 정책은 과거의 악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2021년 ‘중국 연예계 정풍운동‘으로 불리는 대중문화 탄압 정책은 제2의 문화대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 P34

업계 내부 인사들의 분석대로,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 보복 조치는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핑계의 성격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배터리에 관해서는 그 의도가 더더욱 확실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한한령 패키지에 하필 배터리를 포함시킨 의도는 분명하다. 배터리 산업이 미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 P41

중국의 산업 굴기는 한국 경제와 산업계가 현재 마주한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 제품이 과거의 싸구려 모방 제품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기술과 품질, 가격 모든 면에서 환골탈태하여 글로벌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키워 나간다는 경고는 우리에게 새롭지 않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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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는 교도소에서 들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그중에는 허풍이 섞인 이야기도 많았지만, 대부분 경험자에 의한 범죄학 강의였다.
범죄자는 출소한 뒤 저지를 범죄 계획을 짜고, 그 얘기를 듣는 수강생들은 앞으로의 범죄 기술을 높인다.
그런 일들이 공공연히 일어나는 장소를 ‘갱생시설‘이라고 한다니 웃음만 나왔다. 오히려 반대가 아닌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진심으로 갱생시키고 싶다면 선량한 사람들 속에 집어넣어 감화시키는 것이 이치이거늘.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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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이 주류 이데올로기를 지배한 이래로 ‘모든 악에서 음란함이 으뜸‘이라는 비이성적인 관념이 점차 사람들 마음에 스며들어 ‘성을 이야기하면 얼굴색이 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1세기가 되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러한 소재를 언급할 수 없다. - P310

한 독일 기자는 이렇게 썼다. "서방과 달리 중국에서 정부를 두는 것은 높은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이다." "중국 남성에게 정부가 있는지를 묻는 것은 그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아첨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론을 본 뒤 내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에 얼굴이 붉어졌다. 우리 중국 페미니스트들은 그토록 역겨운 현상이 중국에서 유행하게 놔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는 단호하게 그것을 비판하고, 생각 있는 사람들이 이 가증스러운 발상을 철저하게 없애야 한다. 그리고 내연녀를 둔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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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재범률이 높은 것은 교도소 동료 말고는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일 거라고 도네는 생각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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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개괄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서양에서는 종종 옳고 그름, 정상과 비정상, 선행과 죄악의 문제로 성과 관련된 논쟁이 전개된 반면 중국에서는 대단한지 보잘것없는지, 숭고한지 수치스러운지, 상류인지 하류인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서양 사회에서 성은 억압과 저항, 정상과 변태, 유죄와 무죄와 같은 대항 관계에 있다. 중국 사회에서 성은 그저 홀시의 대상이다. 성은 중요함과 중요하지 않음, 숭고함과 저속함, 올바른 기개와 사악한 기운 중에 후자에 속한다. 일찍이 많은 학자가 서양은 죄의식의 사회이고 중국은 수치심의 사회라고 설명했는데 아주 이치에 맞는 말이다. - P242

페르낭 브로델의 3단계 구분에서 중국인은 자연스럽게 단기지속 현상(정치적 사건)이 가장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기지속 현상(어떤 발전적 추세)이 그다음이고, 장기지속 현상(생활 방식)은 가장 중시할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내가 보기에 장기지속 현상에 대해 브로델이 쏟은 관심에는 역사 연구방법론적 의미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는 의미가 있다. 궁극적으로 말해, 정치투쟁과 경제발전은 도구에 불과하다. 인간의 행복과 즐거움이야말로 목적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주객을 전도시킬까? 왜 수단을 목적으로 삼고 목적이 냉대를 받도록 하는 것일까? - P247

속담에 이르기를 같은 물건이라도 어진 사람에게는 어진 것만 보이고 지혜로운 자에게는 지혜로운 것만 보인다고 했는데 한 구절을 덧붙여야겠다. 음탕한 사람에게는 음탕한 것만 보인다. 전문 사진사가 촬영한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인체 예술사진 한 장에서 보통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보지만, 마음이 어두운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음란한 것만 본다. 그들은 그래서 부끄럽고, 그래서 떳떳하지 못하고, 그래서 분노한다. 작품 자체가 고상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보는 사람이 고상하지 않고 심지어 마음이 음험하고 천박하고 왜곡되었으며 변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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