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개괄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서양에서는 종종 옳고 그름, 정상과 비정상, 선행과 죄악의 문제로 성과 관련된 논쟁이 전개된 반면 중국에서는 대단한지 보잘것없는지, 숭고한지 수치스러운지, 상류인지 하류인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서양 사회에서 성은 억압과 저항, 정상과 변태, 유죄와 무죄와 같은 대항 관계에 있다. 중국 사회에서 성은 그저 홀시의 대상이다. 성은 중요함과 중요하지 않음, 숭고함과 저속함, 올바른 기개와 사악한 기운 중에 후자에 속한다. 일찍이 많은 학자가 서양은 죄의식의 사회이고 중국은 수치심의 사회라고 설명했는데 아주 이치에 맞는 말이다. - P242

페르낭 브로델의 3단계 구분에서 중국인은 자연스럽게 단기지속 현상(정치적 사건)이 가장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기지속 현상(어떤 발전적 추세)이 그다음이고, 장기지속 현상(생활 방식)은 가장 중시할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내가 보기에 장기지속 현상에 대해 브로델이 쏟은 관심에는 역사 연구방법론적 의미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는 의미가 있다. 궁극적으로 말해, 정치투쟁과 경제발전은 도구에 불과하다. 인간의 행복과 즐거움이야말로 목적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주객을 전도시킬까? 왜 수단을 목적으로 삼고 목적이 냉대를 받도록 하는 것일까? - P247

속담에 이르기를 같은 물건이라도 어진 사람에게는 어진 것만 보이고 지혜로운 자에게는 지혜로운 것만 보인다고 했는데 한 구절을 덧붙여야겠다. 음탕한 사람에게는 음탕한 것만 보인다. 전문 사진사가 촬영한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인체 예술사진 한 장에서 보통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보지만, 마음이 어두운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음란한 것만 본다. 그들은 그래서 부끄럽고, 그래서 떳떳하지 못하고, 그래서 분노한다. 작품 자체가 고상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보는 사람이 고상하지 않고 심지어 마음이 음험하고 천박하고 왜곡되었으며 변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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