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트 앞에 오늘자 C 일보 몇개가 놓여져 있다. 요즘들어 가끔 이런 짓거리를 하곤 하는데, 아마도 일종의 판촉용이 아닐까 예측해 본다.

조선일보 (음마, 이름 나와부렀네)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이러한 판촉 전략에 콧방귀를 뀌어야 하지만 나름대로 공짜중독증이 있는 나는 싫어하건 말건 이런 기회는 놓치지 않는다. 아, 그렇다고 판촉전략이 먹혔다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조선일보를 내 돈 주고 사는 일은 없을테니.

조선일보를 싫어하지만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의 혐오주의자는 아니다. 그건 조선일보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를 화장실에서 뒷 닦는 데조차 쓰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혐오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건 적을 알아야 나를 안다는 모토로 공부하듯이 꼼꼼히 적진을 탐색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나, 그럴 만큼 투쟁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문자중독이 있어서 붕어빵 겉봉투에 쓰인 것까지 읽어야 성이 차는 내가 따끈따끈한 신문을 그냥 넘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그래도 시사저널에서 쓴 한겨레신문 관련 기사(내부 사정이 너무 어렵다는..)를 본 직후라 마음이 좋지 않았었는데, 많이 찍고도 남아돌아 이렇게 공짜로 판촉활동까지 벌이는 조선일보가 여간 얄미운 것이 아니다. 게다가 광고지는 얼마나 많은가? 집으로 배달되는 한겨레신문에 광고 전단지는 2-3일에 한번씩 끼워져 있을까 말까인데, 이 놈의 신문에 기생하는 오늘치 광고지는 자그마치 8장이다. 그나마 오늘은 화요일이라 적은 편이었을 것이다.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 전품목을 50% 세일한다는 희소식은 이런 광고 전단지가 아니었더라면 절대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며, 모 백화점에 몇만원 이상이면 사은품을 준다는 것은 한겨레만 구독한다면 알아내기 힘든 고급(한겨레 입장에서는 고급, 다른 신문 입장에서는 일상) 정보이다.  결국 신문 소비자들은 신문의 논조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면 동네 돌아가는 소식 알기 위해서라도 대형 신문사 제품을 선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미친다.

역시 인터넷 신문과 종이 신문의 차이는 확연하다. 인터넷 신문에서 그 신문의 기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종이 신문에 없는 기사가 실리기는 한다) 기사의 배치를 통해 신문이 주장하는 오늘의 포커스를 알 수 있고, 광고를 통해서 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자 조선일보 1면엔 광화문 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도발적으로 질문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정조와 노무현이 비슷하다는 발언을 했었고, 박정희가 한글로 쓴 현판을 정조의 글 짜깁기한 것으로 바꾸려는 데에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글을 1면과 5면을 통해, 그것도 모자라 사설까지 동원해서 이야기한다.

'사람들' 칸에는 하버드대에 입학한 여학생의 사진을 크게 싣고 하버드대 합격 이유를 집중 조명한다. 맛있는 공부 라는 섹션까지 발행하면서 학습지 회사의 광고 자리를 마련한다. (사실 이는 한겨레도 마찬가지다. 방향은 조금 다르겠지만)

국민의 함성이란 단체(공동대표 지만원)는 기사 아랫면에 크게 광고를 내서 '김정일 제거는 시간문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김정일은 중증 자폐증 환자입니다', '문제를 풀 줄 아는 60대와 둘러엎을 줄만 아는 40대 아이들', '노무현은 왜 시체같은 김정일만 사랑할까?'와 같은 자극적인 문장들로 가득 채웠다.

빈익빈 부익부의 시대. 한겨레는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공룡 조선일보는 후세에 대대로 번창할 것인가? 구경한번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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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1-2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 덕분에 구경 잘했습니다. 저런 뻘짓이 먹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니....하긴 전 세계가 그런 판이라 별로 쪽팔릴 것도 없고, 실천이 따르지 않으니 제 말도 공허하기만 합니다.

sooninara 2005-01-2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저도 c일보 보고 있는데..광고지는 정말 많아요.ㅠ.ㅠ

엔리꼬 2005-01-2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 가끔 구경시켜 드릴께요. 생각도 하고 말이라도 하니 다행 아닌가 라고 혼자 생각하며 위로합니다.
수니나라님 / 저번에 님의 서재에서 c 일보와 관련된 글 읽었어요... 보급소 분들 이야기.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가끔 지역에 새로 개업한 찜질방이나 통닭집 소개 찌라시라면 환영할텐데 여긴 그냥 학원이나 상가분양 광고가 많네요.... 나랑 관계가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