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겁나서 글을 못썼다.

요즘은 네이버 검색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하는데 마침 한 블로그에서 피아니스트인 손열음 관련 동영상 파일을 봤다. KBS TV 클래식 오딧세이에 지도교수인 김대진 교수와 함께 출연해 한 대의 피아노에 둘이 앉아서 운명교향곡을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중학생때부터 각종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지금은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진학하여 1학년 과정을 (아마도) 다니고 있나보다. 놀라운 것은 순수 토종 국내파라는 것. 어릴 적부터 외국으로 배우러 나가는 다른 음악신동과는 달리 무슨 이유에선지 국내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기특한 소녀였다. (한 2년쯤 뒤에 외국으로 갈 생각이란다.) 아무튼 실력도 좋고 이름도 마음에 들고 이쁘기까지 한 그녀의 연주를 들으니 기분좋았다.

그리고는 정세진 아나운서가 김대진 교수와 손열음양과 인터뷰를 한다. 김대진 교수에게 그녀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어쩌고 저쩌고 뛰어나고 어쩌고 하더니.... "나의 수제자"라고 말한다. 수제자라... 손열음양이 뛰어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나지만 얼핏 몇번 그의 이름을 들을 정도이니 말이다. 게다가 얼마전에는 뉴욕필 방한 공연때 협연까지 했다니 그 실력 자타가 공인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그의 손을 거쳤는지는 몰라도 지금 그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기쁠 것이다. 그냥 하루종일 쓰다듬으며 칭찬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그 맘 이해한다.

그런데, 전국민이 다 보는 앞에서 나의 수제자..라고 언급한다. 당연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수제자니깐.. 물론 예술계는 다른 계열과 다르고, '콩쿠르 등 순위를 매길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있잖아'라고 혼자 생각해보지만 여전히 씁쓸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우리 지도교수님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우리 전공에서 가장 공부를 뛰어나게 잘한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학생에게 "저의 수제자입니다." 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으신다면, 안그래도 열등감 느끼는 나머지 티비를 보는 우리 학생들의 마음은 어떨까? 엉뚱하게도 생각이 이런데로 번진다.

역시 수제자였구나... 그런데, 그냥 아끼는 제자라 하면 안되나? 꼭 우두머리 수 자를 붙여서 그렇게 자랑해야 하나? 우릴 소개할 때는 그냥 제자라고 부르겠구나... 수제자가 아닌 다수의 사람들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도, 마음이 쓰리다..

좋은 클래식 감상하고 이상한 생각만 한다. 내가 봐도 안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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