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정책연구원, 교육)


------------ 전략 --------------

내꺼야! 내 학교야! 확 문닫아버린다

지난 9월 19일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 9개 사학단체 대표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정부 여당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학교를 자진 폐쇄하고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 폐쇄 또한 자신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여기는 걸 보면, 여전히 학교를 '내꺼야'라고 생각하고 있나 보다. 학교를 설립할 때 조금 돈을 냈을 뿐, 이후 실제 운영이나 시설 증·개축 과정에서는 학생 등록금이나 국민의 세금이 대거 투입되고 초중등학교의 경우에는 교사의 월급마저도 국가가 지원하고 있는 마당에, 아직도 '내꺼야'라고 여기나 보다. 더구나 학교설립은 법인이 하도록 되어 있고 돈을 낸 개인과 법인은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다.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보자. "자기가 낸 돈은 조금이고, 사실상 학생의 등록금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대부분의 경비가 충당되고 있는데, 그럼 누구 겁니까? 그 사람 겁니까? 국민 겁니까? 참, 돈을 냈다고 해도 개인이기에 법인과는 다릅니다"라고. 그럼 "당연한 걸 물어보네"라고 황당한 표정을 짓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나 보다. 아니, 그보다는 퇴행 증상 중의 하나인 기억력 감퇴일 수도 있다. 자신들이 만든 사학윤리강령에 "사학을 위하여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유물같이 다루어져서는 안된다"라고 분명하게 명시하였음에도, 정신을 깜빡 다른 데 뒀나 보다.

"이건 누구꺼야?" "내꺼야"
"저건?" "내꺼야"
"그럼, 요건?" "요것도 내꺼야"
"아니야, 넌 개인이잖아. 그리고 사실상 세금으로 운영되고, 공공재산이라고 니가 그랬잖아"
"아냐. 내꺼야 내꺼. 내꺼란 말이야"
"……"
"아앙∼ 미워, 미워, 미워. 씩, 씩, 씩, 내 말 안 들어주면 확 죽을꺼야"

이번에 발의된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교원임면권, 사학비리 시정 계고기간 등의 쟁점 분야에서 교육시민단체들보다는 사학재단의 요구를 전폭 수용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교원임면권이라는 인사권을 학교법인이 행사하도록 되어 있어서 재단운영과 학교운영의 분리라는 법 개정의 기본 원칙이 퇴색되었다. 개혁이라는 용어가 무색할 정도다.
그런데도 사학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내 걸 왜 뺏어가냐'는 투로 계속 빈정되면서 만약의 경우 "학교를 폐쇄하겠다"며 정부와 국민을 대상으로 협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명색이 교육기관이란다. 그리고 교육자라고 자처한다. 그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심히 걱정될 따름이다.
사실 교육은 사회적인 과정이다. 학습 또한 사회적인 과정이다. 한국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사교육이 융성하여 공부 잘하는 것도 다 자기가 잘나서 그런 줄 알지만, 사실 혼자 힘만으로 학습이나 성장·발달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 주위 어른, 또래 친구들, 교사, 기타 환경 등 계속해서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학습은 이루어진다. 더구나 오늘날의 학교제도는 공교육체제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므로 내가 공부 잘하면 나 혼자 잘나고 잘해서 공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절반 이상은 사회적 관계의 힘이다. 마치, 생산의 사회성이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 "내가 만원을 벌면, 그 중 오천원 이상은 다른 사람의 몫"인 것과 같다. 이런 까닭에 사회성이 매우 중요하다. 공부해서 남 줘야 한다.
하지만 "내꺼야. 여의치 않으면 확 ∼"이라고 말하는 사학단체들의 소속 학교에서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까. 사회의 협력 관계와 사회에 대한 기여를 익힐까 아니면 내가 잘 난 것이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된건 말건 나 혼자 잘 살아보자를 익힐까.
자기중심적 사고는 청소년기에도 보인다. 이 때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스스로를 뭔가 특별한 존재로, 다른 이들과 다른 존재로 보는 것이다. 또한 다른 이들이 모두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로 인해 과격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시기의 자기중심적 사고 역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성장·발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그런데 사회적 관계의 한 축이 되는 학교와 재단이 "내꺼야. 내껀데 이것들이 어디서. 에이, 여의치 않으면 정말 확 해버린다"를 심심치않게 말하고 행동한다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에 선하다.

뚝! 밥 안준다


자아중심적 사고를 하는 아이를 무조건 혼내면 안된다. 정상적인 과정으로, 나이가 들면서 또는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아이들과 관계하면서 자연스럽게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슬슬 타이르거나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한다. 특히, 친구들과 되도록 많이 놀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란 신기한 존재로, 자아중심적 사고를 하는 아이들끼리 놀아도 서로가 서로를 차츰차츰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놀이의 효과 또한 한 몫 한다.
하지만 퇴행의 경우는 다르다. 이건 일종의 비정상이다. 따라서 치료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 정상적인 성장·발달을 하는 아이라면 칭찬을 주로 해야 하지만, 퇴행은 적절한 벌이 필요하다.
다 큰 성인이 자기 것이라고 계속 우기면서 여차하면 확 어떻게 해버리겠다는 식으로 땡깡부리면(죄송. 일본말을 써서. 참, '땡깡'은 일본어로 지랄병·간질병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 "뚝! 밥 안준다"라고. 그리고 정말 폐쇄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만약 실제로 폐쇄하면, 국가가 인수한 후 공립학교로 전환하면 된다. 현행 법령에서도 사학 재단들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학교를 폐쇄한 뒤 신입생을 받지 않으면, 학교 재산은 공익적 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다. 학교는 나와바리가 아니다. 성질난다고 확 뒤집어엎을 수 있는 데가 아니다. 그런데도 문 닫겠단다. 또한 학교는 구멍가게가 아니다. 장사 잘 된다고 문 열었다가 장사가 안될 것 같고 내 마음대로 못할 것 같으니까 '에라이'하면서 문 닫을 수 있는 데가 아니다. 그런데도 폐쇄하겠단다. 말인 즉슨, 학교를 교육기관으로 보지 않는다고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긴 법 개정과 관련하여 그동안 사립단체들이 표명해왔던 입장들 그 어디에도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에 대한 언급은 없고 오직 재단의 입장만이 보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정말 교육자인지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더더군다나 국가가 인수하는 편이 훨씬 낫다. 그리고 하기 싫다고 삐쳐서 하지 않는 경우엔 두 번 다시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말과 행동에 따른 책임감이 무엇인지 가르쳐줘야 한다. 그걸 '교육'이라고 부른다.

http://www.pslaw.or.kr/  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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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0-27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는 성질난다고 확 뒤집어엎을 수 있는 데가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데 서림님, '나와바리'가 뭡니까?

엔리꼬 2004-10-27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바리는 조폭 용어로 조폭 조직들이 지배하는 일정 구역을 뜻합니다.
활용 예) "느그들이 뭘 믿고 지금 우리 나와바리에서 얼쩡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