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유신의 대해부
홍윤기 지음 / 인북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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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3나라를 뽑으라면 중국, 일본, 미국일 것이다. 세계사를 배우면 중국과 미국의 경우 건국에서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알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세계사 책을 보면 일본의 경우 내용이 인도나 이집트보다도 적게 다루어져 있고 그 깊이도 빈약하다. 서가에 가도 일본역사부분을 가보면 고대역사가 한국에서 기원했다는 내용의 역사서나 섹스 등의 이상한 모습을 단편적 소개한 서적정도밖에 없다. 비교적 현재의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자료도 비교적 풍부한 근현대사부분에 대해 다룬 책은 이 책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아직도 우리에게 일본은 우리를 지배한 사악한 악의 근원 혹은 무조건 동경해야 할 절대선으로만 존재할 뿐 그들을 객관적으로 다루려는 노력은 하지않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메이지유신이라는 주제로 한 권을 책을 내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우리의 일본근현대사 역사수준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못한다. 일단 저자는 메이지유신이 일제 침략주의의 시작이므로 나쁘다는 관점을 가지고 이들을 주도한 세력들은 나쁜 놈이라는 강박관렴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는데 정신이 없다. 물론 역사책이 전적으로 객관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책은 정도가 심하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와쿠라 토모미가 분역된 막부를 타도하고 근대국가를 건설한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근대적 혁명가임에도 그가 코우메이 천왕을 죽인 비열한 인간이라는 점을 시종강조하고 책 겉표지에 커다란 글자로 박아 논 점을 보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만 든다. 또한 메이지 유신당시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후쿠자와 유키치를 "한국 침약 선동가"라는 말의 틀에서 비난만 하다가 끝낸 장면은 보면 작가가 아직도 "일본침략 외상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나마 내용이라도 풍부했으면 좀 도움이라도 될려만 책의 절반이상이 메이지 유신과는 직접 관련없는 메이지유신전 막부의 내용으로 그것도 여기저기서 인용한 글을 두세너번씩 반복하면서 장황하게 쓰고 메이지유신과 관련된 내용도 순서가 뒤죽박죽되고 같은 내용도 1장과 4장으로 나뉘어 여러번을 반복하고 그나마도 메이지유신속의 다양한 인물들을 건드리지 못한채 이와쿠마 토모미만을 살짝 건드리는 수준에서 끝나고 만다. 그러고 나서도 이런 거창한 제목을 붙이다니.

     하지만 메이지유신에 대해 다룬 볼만한 책이 그나마 이 책정도이니 이거라도 만족해야 할 듯하다. 어째건 끝까지 책을 보면 막부이후 일본의 상황을 간단히 이해할 정도는 되니깐. 언제나 일본의 모습을 제대로 다룬 대중역사서가 나올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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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 21세기 게릴라의 전설
베르트랑 데 라 그랑쥬 지음, 박정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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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산국가가 몰락된 이후 진보적인 사상들은 구시대적 유물로 취급받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빈부의 차와 환경파괴 등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그 어느때보다도 부각되고 있지만 확실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군사독재(혹은 보수정치집단)와 싸우고 진보적 사상을 배우면서 대학생활을 보냈지만 이제는 현실속에서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은 이러한 상황속에서 정신적 갈증을 느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갈증을 해소할 청량음료가 나타났다.

  그는 수십년간 정치를 독점하며 인종차별을 자행하던 맥시코 연방정부에 맞써 빈곤과 퇴폐로부터 고통받는 원주민들의 권위를 위해 봉기한 이다. 그는 공산국가들이 몰락한 1994년에 봉기를 시작했기에 과거형이 아니며 인터넷 및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전파하는 세련됨도 가졌다. 그는 알카에다처럼 무자비한 테러를 저지르지도 않으면서도 게릴라로 활약하고 스키 마스크로 자신의 정체를 가리기에 신비하면서도 혐오스럽지 않다. 그가 마르코스다.

    이러한 매력적인 존재에 열광하지 않으면 이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는 진보적 진영에 지지 혹은 동경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환타지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들은 마르코스를 비롯한 사파티스타들이 결국은 원주민들의 상황을 이용하는 또다른 권위주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고발한다. 사실 권위주의는 이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집단의 폐쇄성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과거 진보적인 집단내에서도 여성차별이 심한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은 단순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틀이 모든 것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집단들이 친일행적부터 시작되는 역사속에서 너무나도 큰 도덕적 결함을 가지고 있고 노조를 비롯한 진보진영들이 민주주의를  확립하는데 앞장서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적이 그리 크지 않아서  보수와 진보가 권위주의와 비권위주의로 이해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이들도  충분히 권위적이고 타락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나오는 관료화된 맥시코 노조집단도 그런 면에서 또 다른 권위주의 덩어리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사실을 마르코스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언론이 작동매커니즘과 이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와 현재 멕시코 정국의 이해 및 그들의 역사적 상황도 통찰할 수 있는 통찰력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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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실패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이승욱 옮김 / 동방미디어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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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소재에서 이미 흥미를 가질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재무관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게되는 블랙-숄스 모형의 기안자인 숄스와 머턴이 참여하는 세계최대의 헤지펀드이자,  "파이낸스앤지니어링"이라는 신종 기법을 이용해 주먹구구식 방식이 아닌 과학적 투자를 내세운 MIT 천재 교수들의 걸작품의 결정체이며  출범하자마자 경이적인 수익을 내며 4년간 승승장구하다가 불과 1개월만에 미국 경제 전체를 위협하며 파산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이 펀드의 탄생과 파멸의 이야기라면 금융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하다. 더욱이 저자는 치밀한 조사로 자칫 밝혀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흥미있게 이끌어내 많은 교훈을 준다.

 

 첫째 소수의 집단이 시장 전체를 이길 수 있다는 시도가 얼마나 무모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금융 시장에는 시장을 이기는 몇몇 영웅들이 있었다. 그레이엄, 피터 린치, 템플턴, 워렌버핏 등등. 하지만 이들은 투자에 대한 단순한 원칙을 가지고 이를 꾸준히 실행하려는 끈기과 실행력에서 그들의 성공을 가져왔다면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는 자신들이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비법이 있다고 확신하고 이를 위해 온갖 무모한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그들은 스스로 과학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자신들의 모델을 너무나 맹신했기에 자기자본의 30배를 차입하는 그리고 과도한 시장의 변동성은 반듯이 축소될 것이라는데 풀베팅을 하는 매우 리스크가 높은 행동을 지속했다. 그리고 그러한 확신에 반하는 내용은 모두 무시하고 자신들의 모든 사항을 철저히 비밀에 두는 패쇄성을 유지한 점도 그들의 실패의 요인이다. 

 

 둘째 첨단 기술의 맹신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여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는 첨단 물리학 및 통계적 지식을 이용해 과거의 자료에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및 하이젠베르크의 약자역학에 의해 확실성의 세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비록 미래의 변동성의 정도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예측을 가정했다는 것에서 그들이 시도는 구시대적인 것이다. 더욱이 그들이 접한 상황은 더욱더 불확실한 인간들의 집단적 심리가 작용하는 금융시장이다. 이러한 맹신은 단순히 펀드 운영자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객과 대형 기관투자자들까지도 모두 굴복했다는 데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뿌리깊은지를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경제를 파멸로까지 몰고 간 회사의 파산이라는 엄청난 실패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년 뒤 이들이 모집하는 펀드에 새로 2억 5천만달러가 모였다는 점은 첨단 기술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엄청난 유혹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금융시장에서 정책당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금융시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정책당국의 조절없이는 제대로 흘러갈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실제로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조차도 불과 최근까지 각종 구제금융에 의해 자본시장을 지탱했다. 물론 그렇다고 공산주의처럼 시장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되겠지만 적절한 감시와 규제는 필수적이다. 특히 투명한 정보의 공개와 시장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종금융상품 및 차입금에 대한 규제는 중요하다. 펀드가 파산했을 때 연준의 행동은 직접 엄청난 공적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감독기관보다는 훨씬 잘 했지만, 사전에 해지펀드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이를 제지하지 못하고 시장 참여자에게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 점은 문제로 지적받아야 한다. 더욱이 이 사건후 불과 몇 년뒤에 전 미국을 흔들었던 엔론사태의 본질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사건처럼 파생상품 및 과도한 차입거래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연준의 사후처리도 미미했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중간중간에 나오는 버핏이나 그린스펀, 소러스 같은 현재 금융계 대가들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이 책의 묘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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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
이성형 지음 /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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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행문이라는 형식이 좋은 작품이 되려면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의미있는 역사적 유물이나 장소라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그 곳이 진귀한 자연환경이나 괴이한 모습이라도 그 것을 둘러싼 사람과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이해는 피상적인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작가의 이해수준이 높다면 그 작품은 훌륭한 지역보고서이며 철학책이 될 수 있다. 마치 혜초의 왕오천춘국전이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처럼.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훌륭한 기행문이라고 생각한다. 올초 우연히 아는 사람이 보고 있는 것을 볼 때부터 국내에 몇 안되는 라틴아메리카 전문가라는 내력과 작가가 직접 쓴 서문에서 느껴지는 느낌만으로 괜찮을 것같다고 생각해서 읽어야 겠다고 결심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읽어보니 역시 대단한 책이었다. 책 중간중간에 나온 멋진 사진들만으로도 충분한 눈요기거리가 되지만 책 내용속에 묻어나는 문화순혈주의나 서구 중심적 가치관들에 대한 비판은 깊이 생각할 만하다. 또한 그러한 비판을 무게잡으면 하는 것이 아니라 기행문이라는 경쾌한 형식으로 이끌어가는 작가의 필력은  대단하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온 각 나라들의 특성들을 의미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이다. 우리시대에 공산주의가 살아남은 몇 안되는 하지만 경직되지 않은 잡종문화의 개방성과 혁명의 열기가 아직 살아있는 쿠바, 수백년전 스페인의 침략으로 인한 정신적 패배감과 대중주의적 정치속에서 고민하는 하지만 희망과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페루,  삐노체뜨 군사독재의 후유증을 '기억과 용서'라는 단계로 극복하지 못한 체 갈등하는 천의 모습을 가진 칠레, 멕시코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침탈의 역사를 극복하는 또한 다양한 아즈텍 문화와 혁명기 벽화가 인상적인 멕시코. 어쩌면 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는지.

 불연듯 라틴의 음악을 듣고 라틴박물관에 가고 아니 가방을 싸고 아바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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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션 - 우리의 투쟁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다
피델 카스트로 외 지음 / 미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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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지고 전설은 대중에 의해 쓰여진다고 한다는 이책의 어느 대목대로라면 이 책은 전설에세이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몇몇 인물들(간디, 카스트로 등)은 역사에 한자리를 차지하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우리에게는 체 게바라가 선두를 달리겠지만)은 전설이다.

   꽉 막힌 조직과 무한경쟁의 가운데에서 지쳐가는 오늘날의 소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20세기라는 투쟁의 시기에 한 시대를 자신의 열정으로 태울 수 있는 이들에게 부러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사회속에서도 사회변혁의 열정을 가진 이들에게는 새로운 용기를 줄 것이며,  특히 이들에 대한 매니아라면(이들에 대한 매니아라면 앞에서 언급한 전자나 후자 모두에도 속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우상의 지인들의 입에서 나온 언급에 흥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개인적 회상적으로 글을 이끌어가고 중반부로 가면 잘 모르는 인물들도 많아서 잘 모르는 이들이 계속 읽기에는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 흠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된 이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과거 투쟁 시대의 지나간 역사인지 아니면 진행중인 역사의 일부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들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시끄러운 보수와 진보의 논쟁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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