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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 21세기 게릴라의 전설
베르트랑 데 라 그랑쥬 지음, 박정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공산국가가 몰락된 이후 진보적인 사상들은 구시대적 유물로 취급받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빈부의 차와 환경파괴 등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그 어느때보다도 부각되고 있지만 확실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군사독재(혹은 보수정치집단)와 싸우고 진보적 사상을 배우면서 대학생활을 보냈지만 이제는 현실속에서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은 이러한 상황속에서 정신적 갈증을 느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갈증을 해소할 청량음료가 나타났다.
그는 수십년간 정치를 독점하며 인종차별을 자행하던 맥시코 연방정부에 맞써 빈곤과 퇴폐로부터 고통받는 원주민들의 권위를 위해 봉기한 이다. 그는 공산국가들이 몰락한 1994년에 봉기를 시작했기에 과거형이 아니며 인터넷 및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전파하는 세련됨도 가졌다. 그는 알카에다처럼 무자비한 테러를 저지르지도 않으면서도 게릴라로 활약하고 스키 마스크로 자신의 정체를 가리기에 신비하면서도 혐오스럽지 않다. 그가 마르코스다.
이러한 매력적인 존재에 열광하지 않으면 이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는 진보적 진영에 지지 혹은 동경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환타지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들은 마르코스를 비롯한 사파티스타들이 결국은 원주민들의 상황을 이용하는 또다른 권위주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고발한다. 사실 권위주의는 이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집단의 폐쇄성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과거 진보적인 집단내에서도 여성차별이 심한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은 단순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틀이 모든 것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집단들이 친일행적부터 시작되는 역사속에서 너무나도 큰 도덕적 결함을 가지고 있고 노조를 비롯한 진보진영들이 민주주의를 확립하는데 앞장서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적이 그리 크지 않아서 보수와 진보가 권위주의와 비권위주의로 이해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이들도 충분히 권위적이고 타락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나오는 관료화된 맥시코 노조집단도 그런 면에서 또 다른 권위주의 덩어리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사실을 마르코스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언론이 작동매커니즘과 이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와 현재 멕시코 정국의 이해 및 그들의 역사적 상황도 통찰할 수 있는 통찰력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