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 은밀한 숫자놀음
찰스 W. 멀포드, 유진 커미스키 지음, 강남규, 신동표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2003년에는 회계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대때문인지 다양한 책들이 출판되었습니다. 90년대에 몰아친 파생상품과 이로 인한 회계부정의 증대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심도있게 파해진 "전염성탐욕"과 2000년대 세계인의 머리속에 회계부정의 대명사로 각인된 엔론사태를 서술한 "탐욕의 실체" 가 출판된 때도 2003년이며, 분식회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은밀한 숫자놀음 분식회계"와 "뒤집어보는 경제 회계부정 이야기"가 출판된 것도 2003년입니다.  여기서는 2003년에 출판되고 분식회계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룬 두권의 책들인 "은밀한 숫자놀음 분식회계"와 "뒤집어보는 경제 회계부정 이야기"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책은 우리나라가 한창 분식회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기에 동일한 주제를 다룬 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면에서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일단 "분식회계"는 무척 두꺼운 하드보드 겉표지에 크기도 크고 편집상태도 거의 대학교재처럼 딱딱하고 분량도 512페이지나 됩니다. 반면 "회계부정"은 일반적인 소설책정도의 크기에 363페이지 밖에 안되고 편집도 보기좋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외형적 차이는 내용면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분식회계"는 먼저 미국에서 분식회계에 대한 분류 및 내용과 제도적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분식회계와 관련된 논쟁과 이에 대한 감독당국의 대처노력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난 뒤 재무제표상 각 항목들에 대해서 어떤 식의 분식회계가 이루어지는지를 미국의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한 뒤 이를 어떻게 포착하고 해석해야 할지를 설명하고 각 장마다 이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제시하여 실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가 미국인어서 미국의 회계기준에만 적용되는 사례들이 종종 눈에 보이지만, IMF이후 우리나라의 회계기준이 거의 미국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각각의 내용들이 유용합니다. 따라서 정말로 재무제표를 통해 분식회계의 흔적을 찾아내고 싶은 이들에게는 유용한 실무지침서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EBITDA의 회계적 조작가능성과 현금흐름표상 영업현금흐름의 개념적 모호함 및 조작가능성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한편 "회계부정"은 먼저 90년대 이후 우리의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던 대표적인 회계부정사례들을 간단히 서술하고 회계법인들이 어떤 곳인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나서 회계부정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다양한 판례 및 이와 관련된 법이론을 설명하고서 미국의 회계부정 사례들을 간단히 서술하고 회계부정을 막기 위한 집단소송제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부록으로 21페이지를 제무제표를 읽고 분식회계의 단초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회계부정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나 이로 인한 피해를 봐서 소송을 준비할 때 혹은 금융변호사에 관심있는 법학도로써 전문적 흥미를 충족하기 위한 개론서로써는 유용한 책입니다. 

  이러한 책의 차이는 책을 지은 사람들의 경력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식회계"의 저자인 찰스 W. 멀포드와 유진 E. 커미스키는 모두 공인회계사로써 조지아공대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면서 투자회사인 인베스코(Invesco)와 캘러웨이(Callaway)의 경영을 맡고 있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회계전문가들입니다. 반면 "회계부정"의 저자인 최명수는 신문학과를 나온 뒤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해 산업부 IT기자로 근무하면서 회계부정과 관련된 다양한 기사들을 써왔습니다.  

  따라서 "분식회계"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쉽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회계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반면 실제로 재무제표상 어떤 점을 주목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꼼꼼히 적고 있습니다. 반면 "회계부정"은 신문기사를 읽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는 반면에 전문성과 깊이가 떨어지므로 재무제표를 보고 분식회계의 흔적을 찾아내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얻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재무제표의 해석에 관심있는 투자자라면 다소 힘들더라도 "분식회계"를 읽기를 권유합니다. 단 회계학에 대해 전혀 공부한 적이 없다면 적어도 "회계원리"정도는 보고 이 책을 읽으시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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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5-01-16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웬스타인의 버블의 기원을 보면 미국 자본주의의 우상인 잭 웰치도 꾸준하게 분식회계를 했다고 합니다. 일명 스무딩이라는 기법으로 이익이 꾸준하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랍니다. 성공하면 영웅,실패하면 엔론처럼 역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