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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성 탐욕
프랭크 파트노이 지음, 이명재 외 옮김 / 필맥 / 2004년 1월
평점 :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발생한 금융시장의 변화와 이로 인해 발생한 금융시장의 투기를 다룬 책이다. 사실 금융시장의 투기를 다룬 책들은 꽤 여러 권들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런 다른 책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점은 단순히 몇몇 사건들의 현상에만 집중하거나 투기가 발생한 사건들을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단순히 투기는 나쁘다는 교훈적 감동에 그치지 않고, 20세기말의 다양한 금융사건들속에 내제되어있는 사회적 변화를 정확히 포착해 원인과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실제적 지식을 부여한 점에 있다. 사실 우리의 금융환경이 아직도 20세기 금융상황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때 이 책의 교훈은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하다.
1990년대말 금융시장의 변화를 일으킨 단초는 파생상품의 발달이다. 파생상품은 기존의 회계적개념에서는 속하지 않는 새로운 개념으로써 기존의 개념과 이에 의존하는 낡은 규제하에서는 감독할 수 없었다. 이러한 규제의 회피가능성으로 인해 금융산업 종사자들은 보다 파생상품에 집착을 하면서 자신들의 탐욕을 절제하지 못하고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면서 시장전체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치달았다. 그러한 가운데에는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맹신에 빠진 경제학자들과 어설픈 규제를 남발함으로써 오히려 더욱 시장을 왜곡시킨 규제당국 그리고 시장의 위험을 제대로 모른체 고수익의 광기에 빠져버린 우매한 대중들도 한 몫을 했다. 마치 처음에는 통제가능했지만 점점 커져버려 본체인 하이든의 본성을 완전히 잠식한 지킬박사처럼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최고의 금융천재들로만 구성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조차도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금융환경속에서 파멸했다.
가치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이 주는 실천적인 도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오늘날 기업들은 파생상품 및 다양한 회계적 조작으로 자산 및 수익을 과대평가하고 비용과 수익을 과소평가함으로써 투자자들을 호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순히 기업이 발표하는 매출액이나 이익에만 집중하지 말고 연차보고서의 내용을 꼼꼼히 따져읽고 그 속에 나타나지 않은 내용까지 읽어내는 혜안을 길려야 한다. 둘째는 언론이나 애널리스트 혹은 펀드매니저 등과 같은 타인의 의견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투자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제시되었듯이 오늘날 위와 같은 이들은 기업과 독립적인 위치에 있지못하다. 따라서 이들에 맹신해서 투자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다. 편하면서도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하는 펀드투자보다는 자신이 직접 여러종목의 주식에 직접 투자하라는 저자의 주장은 그런 면에서 그 사실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다시 한번 의미할 가치가 있다. 셋째 주식시장은 공매도가 제한되어 있어 실제보다 더 고가에 거래되다가 급격히 가치를 상실한다는 점이다. 이는 효율적 시장에 대한 부정으로 부화뇌동하는 투자로 인해 자칫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음을 경고하는 동시에 대중적 광기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저가에 주식을 살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 때 워렌버펫의 90년대말 투자행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당시에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알면서 그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 우리에게도 IMF로 대표되는 금융위기와 그 뒤를 이은 벤처열품으로 온 나라가 흔들렸고 아직도 그로 인한 후유증에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 가치있는 책이다. 특히 회계학이나 경제학에 관심이 있거나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강력 추천한다. 기초적인 회계적 지식이나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한권의 책으로 보기에는 다소 양이 많다는 약점이 있지만 한 번 책을 잡는다면 쉽게 놓치기 힘들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읽고나면 많은 것이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