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실패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이승욱 옮김 / 동방미디어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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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소재에서 이미 흥미를 가질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재무관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게되는 블랙-숄스 모형의 기안자인 숄스와 머턴이 참여하는 세계최대의 헤지펀드이자,  "파이낸스앤지니어링"이라는 신종 기법을 이용해 주먹구구식 방식이 아닌 과학적 투자를 내세운 MIT 천재 교수들의 걸작품의 결정체이며  출범하자마자 경이적인 수익을 내며 4년간 승승장구하다가 불과 1개월만에 미국 경제 전체를 위협하며 파산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이 펀드의 탄생과 파멸의 이야기라면 금융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하다. 더욱이 저자는 치밀한 조사로 자칫 밝혀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흥미있게 이끌어내 많은 교훈을 준다.

 

 첫째 소수의 집단이 시장 전체를 이길 수 있다는 시도가 얼마나 무모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금융 시장에는 시장을 이기는 몇몇 영웅들이 있었다. 그레이엄, 피터 린치, 템플턴, 워렌버핏 등등. 하지만 이들은 투자에 대한 단순한 원칙을 가지고 이를 꾸준히 실행하려는 끈기과 실행력에서 그들의 성공을 가져왔다면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는 자신들이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비법이 있다고 확신하고 이를 위해 온갖 무모한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그들은 스스로 과학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자신들의 모델을 너무나 맹신했기에 자기자본의 30배를 차입하는 그리고 과도한 시장의 변동성은 반듯이 축소될 것이라는데 풀베팅을 하는 매우 리스크가 높은 행동을 지속했다. 그리고 그러한 확신에 반하는 내용은 모두 무시하고 자신들의 모든 사항을 철저히 비밀에 두는 패쇄성을 유지한 점도 그들의 실패의 요인이다. 

 

 둘째 첨단 기술의 맹신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여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는 첨단 물리학 및 통계적 지식을 이용해 과거의 자료에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및 하이젠베르크의 약자역학에 의해 확실성의 세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비록 미래의 변동성의 정도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예측을 가정했다는 것에서 그들이 시도는 구시대적인 것이다. 더욱이 그들이 접한 상황은 더욱더 불확실한 인간들의 집단적 심리가 작용하는 금융시장이다. 이러한 맹신은 단순히 펀드 운영자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객과 대형 기관투자자들까지도 모두 굴복했다는 데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뿌리깊은지를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경제를 파멸로까지 몰고 간 회사의 파산이라는 엄청난 실패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년 뒤 이들이 모집하는 펀드에 새로 2억 5천만달러가 모였다는 점은 첨단 기술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엄청난 유혹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금융시장에서 정책당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금융시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정책당국의 조절없이는 제대로 흘러갈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실제로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조차도 불과 최근까지 각종 구제금융에 의해 자본시장을 지탱했다. 물론 그렇다고 공산주의처럼 시장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되겠지만 적절한 감시와 규제는 필수적이다. 특히 투명한 정보의 공개와 시장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종금융상품 및 차입금에 대한 규제는 중요하다. 펀드가 파산했을 때 연준의 행동은 직접 엄청난 공적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감독기관보다는 훨씬 잘 했지만, 사전에 해지펀드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이를 제지하지 못하고 시장 참여자에게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 점은 문제로 지적받아야 한다. 더욱이 이 사건후 불과 몇 년뒤에 전 미국을 흔들었던 엔론사태의 본질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사건처럼 파생상품 및 과도한 차입거래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연준의 사후처리도 미미했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중간중간에 나오는 버핏이나 그린스펀, 소러스 같은 현재 금융계 대가들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이 책의 묘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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