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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위기, 해결책은 없는가?
[테마칵테일 18] <디플레이션 속으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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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터지자 대한민국의 선량한 국민들은 집안에 있는 금붙이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신혼 패물부터 상으로 받은 금메달까지 모아 '귀한' 달러를 사서 망해 가는 나라를 살렸다.

그러나 지금 서민들의 삶은 나아졌는가? 미국의 금융자본들은 번듯한 빌딩, 우량 금융기관,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비싼 값에 되팔아 엄청난 차익을 챙기고 있다. 서민들이 금 모으기를 할 때 가격이 폭락한 아파트와 땅을 산 투기꾼들은 그 뒤 폭등하는 부동산을 팔아 엄청난 차익을 남겼다. 외환 위기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자유를 만끽한 재벌기업들은 사상 초유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 세계화와 그 불만
ⓒ2004 세종연구원
생존의 고통 속에서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지만, 소위 경제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전문적'인 용어와 '권위'로 치장하며 정치적 이해관계와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춤을 춘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미국과 세계경제기구들, 재벌기업과 결탁된 수구 언론,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의 아전인수 식의 목소리들은 넘쳐나지만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국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정부의 해결책은 뚜렷한 경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여러 이해집단의 목소리를 해명하기에 급급하다. 부족하지만, 최근의 나온 몇 권의 책을 통해 한국경제 위기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을 담아 보았다.

'국가-금융-재벌'의 삼각 구도를 통해 고도 성장하던 한국이 IMF를 비롯한 경제위기를 겪게 되는 배경에는 냉전시대의 해체의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의 기치를 든 선진국의 세계경제 지배전략이 있다. 90년대 초부터 국민소득의 증대에 따른 세계적인 역할의 변화와 사회의 민주화를 통해 국민 의식의 변화는 김영삼 정부의 선진금융체제를 선택하는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금융자유화, OECD가입을 밀어붙여 취약한 경제구조와 일련의 정책의 실수들은 재벌들의 방만한 사업 확장을 불러왔다. 결국 재계 7위인 기아를 비롯한 재벌의 위기에 적절한 수단마저 상실해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 10년 후, 한국
ⓒ2004 해냄
내부적인 문제와 동남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는 투기자본의 개입으로 시작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세계 금융을 지배하는 영·미 금융자본의 방관, 혹은 은밀한 개입을 통해 급속한 외화유출을 일으켜 한국이 '모라토리엄'(지급 유예)을 선언하기 직전으로 몰고 갔다. IMF라는 응급처방을 받기 위해 김대중 정부는 사활을 걸고 미 재무장관과 IMF 총재에게 로비를 하였으나, 요구 조건은 가혹했다.

금융지원의 조건으로 내건 고금리 체제 및 긴축재정, 해외투자 개방은 이전에 국가-금융-기업체제 하에서 있던 한국경제체제의 부실을 그대로 드러내게 되었다. 이로 인해 부채 비율이 높았던 기업들의 줄도산과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부실화, 담보 물건이었던 부동산 가격의 폭락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을 정부도 알았다. 하지만 대외신인도의 하락과 외평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해외부채에 시달리고 있던 정부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는 나중에 IMF에서 은근슬쩍 인정했듯이 잘못된 처방이었고 이로 인해 국내 자산의 상당 부분은 미국의 금융자본의 휘하에 놓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계은행 부총재였던 스티글리츠의 책 <세계화와 그 불만>(세종연구원)에 나오듯이 개발도상국의 고유한 발전의 원리를 무시한 채 영·미식의 선진금융체제의 구축을 강압적으로 도입한 것은 IMF가 전세계가 아닌 최대 금융 투자국 미국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기관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IMF의 또 다른 요구 중의 하나인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정리해고의 광풍을 몰고 오면서 수많은 직장인의 해고와 더불어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이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희생양이 되었다. 이후에 도입되었던 신용카드의 보급 장려와 부동산 규제완화는 유동자본의 증가를 통한 내수경기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오히려 신용불량자 양산과 부동산거품을 초래하여 경기침체 장기화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 사다리 걷어차기
ⓒ2004 부키
이러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재벌-기득권-우파의 입장은 대부분 경제적 논거를 이탈해서 정치적 이슈화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전경련과 메이저 언론, 그리고 우파경제학자들의 얘기는 하나같이 현정부의 정책이 '좌파적'이기 때문에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내거는 처방의 이면에 있는 논리들은 박정희 당시의 개발독재식 국가의 경제 개입, 신자유주의 만능주의, 산업자본에 대한 규제완화 및 정부의 지원선호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공병호 박사의 <10년 후, 한국>(해냄)은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당위와 같이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문제는 진보 진영이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대립이 강화되고, 자본 이탈이 가속화 되어가기 때문에 10년 후 한국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들의 주장은 대부분 규제 완화와 정부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편으로 보수단체들은 박정희 식의 개발독재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의 강한 통제력은 거부하는 모순적인 경제관을 가지고 있다.

학계 일부의 시각에서도 국가-금융-재벌의 삼각구도로 편성된 '대체개발'형 발전전략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부키)에서 선진국의 위선적인 세계화 전략을 비판한 장하준 교수는 신장섭 교수와 공동으로 저술한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무엇이 문제인가>(창비)에서 저개발국에서는 산업금융의 지원을 통한 정부의 지원이 선진개발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기는 재벌의 집중화와 낮은 이윤과 높은 부채 구조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냉전시대 공산국가와의 대결 구도에서 일국의 이익 중심으로 이동한 세계적인 경제체제 하에서 OECD 가입국이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에 대해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보호 장벽이 허용될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최근에 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유수기업에 대한 반덤핑 제소, 보호주의적 관세부과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사실로 봐도 그렇다.

▲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무엇이 문제인가
ⓒ2004 창비
한편으로는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다. <디플레이션 속으로: 성장신화는 끝났다>(이콘)에서는 높은 유가로 인한 위기와 중국의 거품 붕괴, 미국의 엄청난 재정적자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노령 인구의 확산과 신생아 출산율 감소, 민주화 과정에서 기득권 집단의 반발로 인해 발생한 갈등의 증폭도 한몫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반인이 몇 권의 책을 통해 국가의 경제정책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힘든 일이지만, 논의 과정에서 일반 국민의 실질적인 고통이 고려되지 않고 있음에 대해 어줍잖은 반론이나마 필요해 보인다.

먼저, 노동의 유연성으로 생산단가를 낮추려는 노력이 장기적인 기업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현대자동차가 모토로 내세우는 '도요타 따라잡기'가 힘든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모든 부분에서 기술혁신을 하는 혼연일체화된 기업문화를 들고 있다.

평생직장의 보장, 임직원 연봉이 노동자의 3배 이내로 제한하는 풍토에서 가능하다는 얘기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생산성은 시간적인 강제를 통한 낮은 생산성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의 해소를 위해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동결 등의 협력도 필요해 보인다.

▲ 디플레이션 속으로
ⓒ2004 이콘
두번째는 소수의 재벌기업 중심의 경제 편중의 해소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품 및 원천기술을 일본과 미국에서 사다 쓰고, 낮은 단가로 하청업체에 물품을 수주하는 방식의 현재의 경제 시스템은 소비층의 약화 및 고부가 가치를 생산하는 고급기술의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이 10년 동안의 경기침체에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원천 기술을 가진 부품, 가공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급기술 노동자와 세계적인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신기술벤처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재벌기업들의 계열사 편법 지원, 저가 중심의 수주에 대한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

세번째로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통한 비생산적 비용의 감소와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보인다. 9%에 달하는 물류비용의 해소를 위해서도 전국의 균형발전은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인다.

네번째로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이용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 투기자본이 소유한 금융기관, 법의 맹점을 이용하여 세금을 내지 않는 기업, 정치권에 줄대기 위해 수십억의 불법정치자금을 내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과 같은 국민의지의 표출이 필요해 보인다. 친환경기업, 공익적 활동을 강화하는 기업, 투명하고 깨끗한 기업에 대한 긍정적 국민운동이 병행된다면, 기업중심주의의 기업문화가 조금씩 바뀌어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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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글샘 > 천 년 전의 라 퐁텐느 우화집

초등학교 3학년 때 고전읽기라는 미명하에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이솝 이야기를 달달 외우던 때가 있었다. 그 때는 군사문화 시절이라 어린이들 모아놓고 고전읽기 경시대회를 했다. 난 우화를 읽으면 그 시절 생각이 난다. 더운 여름날 선생님과 오밀조밀 모여앉아 글을 읽고 선생님께서 문제를 내시면 사뭇 정신없는 이야기에서 답을 찾아 내던. 난 그 때 선생님이 예쁜 여선생님이어서 기분이 그닥 나쁘지 않았지만, 여름방학 내내 땀흘리며 대회에 나갔던 일은 지금도 기분이 별로다. 아무 생각없이 나간 부산시 대회에서 떨어진 건 당연한데, 아무 생각 없는 3학년인 내가 그 대회에 나간 것도 신기하고, 그 대회에서 상을 탄 다른 아이들도 신기하다. 어떻게 그 아이들은 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일까...

오랜만에 우화를 읽으면서 우화는 재미있는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우화는 풍자를 위하여 우의적으로 쓴 이야기라고 가르치는데, 우화의 핵심은 풍자에 있다. 지금 생각하면 노예였던 이솝이 주인에게 비꼬아댔던 풍자의 수준은 정말 대단했다. 프랑스의 라 퐁텐드의 우화는 조금 낯선 것도 있지만, 봉건시대의 지혜가 들어있다.

당나귀와 주인 ; 밭일을 하는 당나귀가 새벽이 오는 것을 보고 '수탉은 아침에 노래만 하면 되지만, 나는 늑장을 부릴 수 없어. 장에 내다 팔 야채를 싣고 가려면 언제나 새벽잠을 설쳐야 해.' 당나귀의 불평을 들은 주인은 구둣방 주인에게 당나귀를 넘겨 주었다. 무거운 가죽과 지독한 냄새는 불만투성이 당나귀에게 충격적이었다. '옛 주인이 그립구나. 머리만 돌려도 그를 따라갈 텐데. 그 곳에는 야채 같은 것은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로 지천이었는데. 이 주인은 회초리만 휘두르니.' 불쾌한 구둣방 주인은 당나귀를 숯장수에게 팔아 버렸다. 숯을 잔뜩 지고 가면서 그는 또 불평을 했다. 그러자 운명이 화를 냈다. "또 뭐야? 너 같은 불평은 유명하다는 군주들도 갖고 있어. 누구든 자기 처지에 만족하는 줄 아나. 나는 허구한 날 네 불평만 들어야 하니?"

운명이 옳다.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다. 우리는 만족하는 법이 없다. 현재를 늘 불평한다. 자신의 운명에 늘 불평하는 자는 어떤 상황이 되어도 만족하지 못한다.

늑대와 어린 양 : 어린 양이 목을 축이고 있었다. 먹을 것을 찾고 있던 배고픈 늑대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누가 내 물을 흐려 놓으라고 했지? 네 행동은 벌을 받아 마땅해." 늑대는 호통을 쳤다. "늑대님, 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저는 늑대님의 옹달샘에서 스무 발자국이나 떨어진 곳에서 목을 축였어요. 제가 늑대님의 옹달샘을 흐려 놓다니요." 어린 양은 있는 힘껏 변명을 해댔다. "시끄러, 너는 작년에도 내 샘을 흐려 놓았어." 늑대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저는 작년에 태어나지도 않았는데요. 이제 막 엄마 젖을 떼었단 말이에요." 어린 양은 계속 변명을 했다. "네가 아니었다면 네 형이 그랬겠지." 늑대는 좀처럼 믿지 않았다. "저는 형제가 없어요." "그렇다면 네 가족 중 누군가 그랬겠지. 게다가 너를 치는 목동이나 개들이 나를 얼마나 귀찮게 하는 줄 알아? 그 벌을 네가 대신 받아야겠어." 늑대는 어린 양의 설명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고 숲으로 물고 가 버렸다.

이유가 분분한 자가 이길까?

예리한 그림들과 함께 중세의 삶을, 그 팍팍하던 계급 사회를 잘 보여주는 우화들이었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 꼭지들을 되씹으면서 역사는 발전하는가, 사람의 삶은 과연 나아지고 있기나 한 걸까? 하는 생각으로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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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냐 > 시대를 초월해 아름다운 그녀


 

 `매력적인 입술을 가지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가지려면 사람들 속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라.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라.…

 

 나이를 먹으면서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두 개의 손을 갖고 있음을.

 한 손은 당신 자신을 돕기 위해, 그리고 나머지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배우 김혜자씨는 자신의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에서 오드리 헵번의 이 말로 책머리를 연다. 배우로서 젊은 날을 불태운뒤, 인류를 위한 봉사활동에 나선 `선배'가 몸으로 보여준 가르침이다.

 

 단지 사랑스런 눈과 매력적인 입술이 전부가 아니었다. 20세기의 가장 매혹적인 여인, 오드리는 살아가는 도리를 이처럼 명징하게 밝히고 있다.

 

 책은 지난 99년 오드리 헵번 탄생 70주기를 맞아 이탈리아 피렌체의 살바토레 페라가모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를 기념하며 나왔다. 단순히 한 시대의 패션 아이콘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하는 `헵번 신드롬'을 창조했던 그녀의 스타일.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다.

 

 짧은 유행과 달리 스타일이 오랜 생명력을 과시한다면, 옷을 입은 사람의 인간적인 내면과 관계가 있다. 아들 숀 헵번 페러는 "내 어머니에게 스타일은 자제의 삶, 타인을 존중하고 휴머니티를 희망하는 삶을 유지해온 내적인 미의 확장이었다"고 전한다.

 


 

 특히 `로마의 휴일'(1953년)은 여성의 스타일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였다. 공주의 환상이 아니었다. 짧은 헤어스타일, 그리고 일상복이 태풍의 중심에 있었다. 1960년대에 비로소 `일상복'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니, 사실상 첫 역할 모델은 오드리였다.

 

 오페라의 여왕 마리아 칼라스는 `헵번 신드롬'을 심하게 겪은 경우. 그녀는 `로마의 휴일'을 촬영할 때 오드리가 사인해준 사진을 늘 지니고 다니거나 드레스룸 거울에 꽂아두었다. 큰 체격에서 소리를 뿜어내던 칼라스는 당시 1년만에 36㎏을 감량, 목소리까지 변한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단다. 그녀의 헤어스타일과 눈 화장 등은 오드리의 그것을 그대로 모방했다.

 

 `유행을 따르지 말고 취향을 따르라'는 오드리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평생 이어졌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와의 관계도 흥미롭다. 프랑스의 평론가 롤랑 바르트는 "오드리는 지방시의 옷을 전 세계적으로 칭송받게 했고, 지방시는 이를 통해 자신의 천재성을 숭배받았다"고 평가했다.

 

 스타일만으로도 오드리는 신화다. 하지만, 주름이 자글자글한 눈으로 미소짓던 노년의 오드리는 훨씬 더 아름다웠다. 88년 유니세프 특별대사로 임명된 그녀는 "행동, 그리고 행동.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웅변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다"라고 외쳤다.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돌보던 그녀는 "집단 죄의식은 믿지 않으나 집단 책임은 믿는다"며 스스로 동정은 빈말이 아니며 친절은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육, 경제, 정치학, 종교, 전통과 문화의 전문가가 되는 편이 좋을 것"이라면서 "나는 이중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는 어머니다"라고 말한 오드리는 당당하게 지구촌 아이들 곁을 지켰다.

 

 영국 등 유럽 왕실의 여인들과 교류했던 한 기자는 "진정한 프린세스는 오드리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네덜란드 귀족의 핏줄로 태어나 너무 커버린 키(173㎝) 때문에 발레리나의 꿈을 포기했던 그녀. 하지만 세상에 대한 열정은 그녀를 `만인의 연인'으로 이끌었고, 고통받는 이들을 지키는 `수호천사'로 삶을 마감하게 했다. 1993년 63세의 이른 죽음은 `행동하는 양심'에 밀려 제때 진단받지 못한 암이 원인이 됐다.

 

 사실 글보다는 그녀의 매혹적 사진에 한숨 짓고 장면 하나하나의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는게 흥미로운 책. 오드리의 옷장을 차지하던 의상과 구두, 가방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색다르다. 4만5000원의 책값이 좀 비싼게 아니냐 했더니, 원서는 유럽에서 약 7만2000원에 팔렸단다.

 



 

(사실상 오드리의 사진집입니다. 서양인들 특유의 '그녀의 영혼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특별했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았다..는 식의 회고담 등 글 내용은 그리 풍성하다 하기 어렵구요. 하지만, 워낙 의미있는 '여신' 이라, 어쩌다보니 리뷰까지 하게됐슴다. 

 

새삼, 그녀의 우아한 매력에 눈을 떼지 못했죠. 또 아름다운 삶과 마무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스타'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 그저 존재함으로써 대중에게 안겨주는 즐거움 등도 오드리의 경우는 특별한 사례로 기억될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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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냐 > 이제라도 보니 좋더라.

`천지왕, 대별왕, 당금애기, 강림도령, 바리, 한락궁이, 궤네깃또, 오늘이, 내일이….'

첫머리에 저자는 묻는다. 이 이름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고. 미리 고백해두자. 소싯적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줄줄 읊었다. 이집트 신화나 중국 신화도 곁눈질해봤다. 요즘에야 제우스나 아프로디테를 모르는 이가 드물지만, 일찌감치 신화에 관심이 있노라고 떠들었다. 그런데 제대로 몰랐다. 놀랍고 벅찬 우리 신화를. `머나먼 시간부터 우리 속에 강물처럼 흘려내려온, 이땅의 설운 민중들이 적을 글자도 없어 입에서 입으로 전하며 가슴마다 성스럽게 새겨온' 그 신성한 이야기를.

우리 민담, 구비문학을 꾸준히 연구해온 저자는 나같은 독자의 `신화 편식', `신화 사대주의'를 부드럽게 나무란다. 그리고 경이로운 상상과 가슴 저린 사연으로 가득찬 우리 신화를 들려준다. 78명의 신들이 펼쳐내는 25편의 이야기가 묶였다.

창세신화부터 그들의 것과 다르다. 유에서 무를 창조했노라 잘난척 하지 않는다.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닌 혼돈의 상태에서 세상 어딘가에 생긴 작은 틈. 거구의 신은 그것을 벌리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카오스로부터 코스모스로 우주의 새로운 질서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대단한 신에게 물과 불의 근본을 가르치는 건 생쥐였으니, 우리네 유머감각도 장난이 아니다.

강하고 올곧은 여신들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헤라나 아프로디테, 심지어 현명한 아테네까지 미모를 뽐내거나 질투로 일을 그르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어미 몸에 아기를 불어넣어주는 생불왕 삼승할망이 없어 적막하던 시절, 옥황상제는 인간세상 명진국의 공덕높은 따님애기에게 이 임무를 맡긴다. 그녀가 하늘땅에 가니 상제가 그 됨됨이를 떠보고자 "머리 땋은 처녀가 어찌 대청 한가운데로 들어오느냐?"라고 호통친다. 이에 "그렇다면 하늘과 땅이 엄연히 다른 세상인데 시집도 못간 처녀를 부모와 갈라놓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당차게 대답하던 그녀는 현명한 생불왕이 된다.
들판에서 학이 키운 소녀 오늘이도 부모를 만나기 위해 모험에 나서면서 여행길에서 만난 모든 이들, 글읽는 청년부터 큰 뱀과 연꽃나무, 선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이타적 인물이다.

바리공주도 새삼 심금을 울린다. 아들 기다리던 오구대왕은 일곱째 딸을 버린다. 하지만 십오년만에 부모와 상봉한 바리는 병든 아비를 위해 저승의 약수를 구하러 나선다. 온갖 역경을 바른 마음으로 뚫는 바리에게 오딧세우스식의 영악함은 없다. 그녀는 결국 죽은지 3년, 뼈만 남은 아비를 부활시킨다. 또 부귀영화를 누리는 대신 저승의 영혼들을 인도하는 `오구신'이 된다.

물론 전형적 영웅 이야기가 빠질쏘냐. 저승사자를 단숨에 때려눕히고 염라대왕을 제압한 강림도령, 불칼 휘두르는 흑룡과 싸워 백두산 천지를 만들어낸 백장군, 해를 삼켜버린 용과 싸워 세상을 구한뒤 영원히 해를 지키기 위해 별(삼태성)이 된 삼형제, 용왕의 딸을 아내로 맞고 용왕국을 헤집어놓았으며 천자의 절을 받고 오랑캐를 물리쳐 대륙을 평정, 땅과 바다를 아울렀던 궤네깃또 등 헤라클레스나 아킬레스 부럽지 않은 장부들이다.

화려하기보다 소박한, 기괴하기보다 자연스러운, 공포스럽기보다 친근함이 두드러진 우리네 신들. 이야기 하나마다 이런저런 해석을 풀어주는 저자의 글이 스스로 감격하고 흥분하는 것도 이해된다....

(솔직히 신화가 유행하는 시대. 우리 신화 이야기도 여럿 있을텐데, 아쉽게도 처음 접한 책이다. 대체 비교할 도리가 없는게 아쉬웠다. 우리 신화는 기대 이상 흥미있었다. 저자의 '벅찬 흥분이 묻어나는 해설'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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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냐 > 아이들에게 암울하지 않은 미래를...

"책을 읽기에 앞서 편안한 의자에 앉은 다음 넥타이나 셔츠 단추를 느슨하게 풀고, 안정제나 우울증 약을 복용하길 바란다."

책은 이같은 `안전수칙'을 전하면서 시작된다. 거짓보다 훨씬 더 나쁜 진실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경고다. 미국 정부의 실제 채무는 공식 발표보다 12배나 많고, 물려받을 빚더미에다 과도한 부양의무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는데 `경제적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고령화 사회가 문제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수명이 늘었다. 100년전 아동 인구는 노인 인구의 3배였다지만 이제는 거의 1대 1이다. 인구통계학상 듣도 보도 못할 변화란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30년 후엔 거의 2배. 1950년에는 노인 1명을 16명의 노동자가 부양했지만 2030년에는 고작 2명이 부양하게 된다. 허리가 휘지 않고 버텨낼 도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고민'은 내 몫이 아니길 바라는게 우리네 심리. 미국인들도 은퇴때 급격히 증가할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지금부터 저축하라거나 세금을 더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정치인을 고용하고 그 정치인들은 더욱더 깊은 구덩이로 그들을 몰아넣는다는게 저자의 지적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 가능한 이유와 관련, 저자는 "미국 정부가 미래비용에 대한 정보를 공식적으로 조작하는 방법이 거의 예술의 경지까지 발전했다"고 비꼰다. 도깨비 예산 놀음을 살펴보자. 미 당국은 2000년 대선 직전 2002~2011년 10년간 6조8000억달러(약 7800조원)의 흑자를 기록할 거라 했지만 대선 후에는 말을 바꿔 4조6000억달러(약 5300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미국인 1인당 공식부채는 1만4300달러(약 1600만원)지만 비공식부채를 더하면 미국인 각자가 당장 갚아야 할 돈이 15만9000달러(약 1억8300만원)로 불어난다.

진실을 듣게 되면 정치인들은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다음 선거를 염려한다. 그들은 "그 모든 빚을 하루아침에 갚을 필요가 어디 있나? 점차적으로 갚아나가면 된다. 그것은 우리 세대나 우리 아이들 세대에게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닉슨은 베트남 전쟁자금 마련을 위해 국채를 찍어내 사실상 빚을 후손에게 떠넘겼으며 레이건은 부채 대 국내총생산(GDP) 비율을 33%나 증가시켰단다. 아버지 부시는 교묘한 회계조작으로 적자를 감췄으며 클린턴은 미래세대가 보기에는 완전 실패작인 경제정책을 펼쳤다. 무엇보다 아들 부시는 감세정책에 매달려 재정적자를 더욱 부풀리면서 미국을 재앙으로 빠뜨리는데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벼랑끝까지 몰리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정치인의 속성을 비웃는 저자는 "그래서 미친 소리 같지만 경제가 `임계상황'까지 치닫기를 바란다"고도 한다.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순세금을 2배나 많이 납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다음 세대의 실질소득은 현재보다 40%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도망칠 수는 있지만 숨을 수는 없는 상황. 현 세대가 즉각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고 `숨겨진 고통'을 나눠갖지 않을 경우, 결국 정부는 파산할테고 우리 아이들은 등골이 휠 것이다.

공동저술에 나선 경제학자와 경제기자는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려고 애썼다. 비록 숫자와 계산이 가끔 읽기를 방해할지라도 도저히 눈감고 귀닫을 수 없는 경고다.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중인 나라에 사는 터라 이런저런 고민에 조급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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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인 저자의 문체는 발랄하다. 어려운 책을 재미있는 사례 등으로 꾸미는 재주가 탁월하다. 시니컬한 유머도 괜찮다. 어쨌든 그는 소개한다. ‘책은 미국의 인구통계학적, 재정적 현실을 점검할 것이다. 그것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당연한 얘기지만 스티븐 킹 소설류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 책의 2/3를 읽고 난 다음에는, 공포에 떨고 분노하며 안전한 곳을 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중도에 그만 두지 말고 끝까지 읽기 바란다. 마지막 부분에 최악의 시나리오로부터 미국을 구할 새로운 정책과 개인금융 솔루션 형태의 위기탈출법이 나와있기 때문이다.’ 라고.

책의 핵심은 1)미국 재정이 고령화와 맞물려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국가 재정이 파산할 경우 국민들의 고통이 어떻게 늘어날지 등에 대한 설명과 2)어떻게 위기에서 탈출할 것인지로 나뉜다. 각론은 꽤나 전문적이라 부득이하게 하룻밤새 이 책을 읽어야 했던 나로서는 설렁설렁 넘어간 부분이 적지 않다. 2)의 경우야 말로 저자가 하고 싶은 요지라 하겠는데...

저자의 해법은 일단 ‘개인사회보장제도’를 제안한다. 뭐, 설명은 다소 복잡하다만..결국 현재의 은퇴자들이 노령보험 연금혜택을 계속 받더라도, 더 이상 추가적인 혜택은 주지 않는. 미국이 현재의 부채를 갚겠지만 그걸로 끝. 추가부채는 한푼도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방식이다. 또 ‘판매세’ 도입을 주장한다. 역시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 가난한 근로자 세금은 낮추고 중산층과 부유한 노년층의 세부담을 늘리는 일이 된다. 또 65세 이상 의료지원 프로그램인 메디케어 수술방안 등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또 극빈자층 의료서비스 메디케이드 개혁, 부시의 감세정책 폐지(이걸로 9조달러가 절약된단다), 연방정부의 재량지출 제한 등을 요구한다. 이 대목은 역시 상당한 전문적 관심을 요구한다.

미국을 위한, 딴 나라도 제 코가 석자일테니..우리 잘해보자는 저자의 촉구이지만...이 책이 현 시점에서 유의미한 것은 미국을 금과옥조로 배우는 우리나라도 같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탓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최근 주장한 감세안과 관련, 경기를 살려 재정을 다시 튼튼하게 하면 되니까 일단 세금부터 줄이고 보자는게, 대부분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이같은 감세안이 얼마나 위험한지..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중간부터는 꼼꼼하게 읽지 못했다. 언젠가 다시 읽어봐야겠다 싶지만...사실 그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이 책을 다시 정독한다면, 그건 우리나라 상황이 악화돼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졌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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