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렌초의시종 > 미야자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첫 공개~~!!!-[2004 베니스영화제] '센과 치히로 … ' 명성 이을까-중앙일보

[2004 베니스영화제] '센과 치히로 … ' 명성 이을까

●미야자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첫 공개
 
 "노인을 위한 애니메이션은 있을 수 없을까."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63) 감독의 고민 중 하나다. 제61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4일 오후 세계 최초로 공개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이에 대한 감독 나름의 '해답'이다. '하울의…'는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애니메이션. 2년여의 제작기간 동안 내용 또한 철저하게 감춰졌었다.

 '하울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2002년 베를린 영화제의 황금곰상, 2003년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감독의 이름값을 확인케 했다. 마법사 하울과 마법에 걸린 '90살 소녀'의 사랑이 베네치아(영어명 베니스)를 따뜻하게 물들였다.

 이번 작품은 1986년 영국에서 출간된 다이아나 윈 존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모자 가게에서 일하는 18세 소녀 소피는 길을 가자 우연히 매력적인 마법사 하울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하울을 짝사랑하던 '쓰레기 마녀'가 소피를 하울의 여자친구로 오해, 소피를 90살 먹은 할머니로 둔갑시킨다. 가게를 나와 방황하던 소피. '움직이는 성'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실제로는 18세지만 겉으로는 90살 노파로 나오는 소피와 마법사 청년의 '팬터지'가 펼쳐진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반전(反戰) 등 그 특유의 사회적 메시지를 바탕에 깔고 사랑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하는 듯했다. 굳이 '노년의 사랑'을 강조하진 않지만 '사랑은 젊음의 전유물' 같은 편견을 허물어뜨리는 것.

 등장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주인공인 하울과 소피는 물론 '쓰레기 마녀''부르이 악마''허수아비', 그리고 움직이는 성 등이 긴장감 있게 어울렸다. 손으로 그린 그림을 애용해왔던 미야자키 감독은 이번에 전작과 달리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차가운 느낌을 주지 않는 건 인간에 대한 감독의 애정 때문일 것이다. 베네치아=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2004.09.05 17:12 입력 / 2004.09.05 17:15 수정 

http://news.joins.com/et/200409/05/200409051712575601a000a300a3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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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외 지음, 정재곤 옮김 / 세상사람들의책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도권 금융에서는 무시되고 있는 가난한 이들에게 자립자금을 빌려주어서 빈곤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방글라데시 그리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의 자서전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빈곤 퇴치라는 사회운동의 성공사례로써만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자세히 보면 멕킨지 금융보고서에서 제시된 수익성극대화를 위한 소매금융의 모범사례로써 읽여질 수도 있고, 성공적인 투자를 꿈꾸는 가치투자서로도 읽여질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접근해보기로 하겠다.

   그리민 은행의 성과는 단순히 기업실적측면에서만 봐도 놀랍다.  방글라데시 전역에 1,175개의 지점을 두고 240만 명에 1,600억 타카(약 3조 3,600억원)을 융자해주는 직원 수 1만 2,000여명의 대형 은행이면서도 대출상환률 98%라는 경이적인 기록에 우수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의 극빈층만을 대상으로 대출을 한 결과라는 점에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몇년전 수익성 높은 소매금융에 뛰어든다고 했다가 대규모의 부실을 발생해 아직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형금융기관들이 존재하는 우리로써는 그 비결이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출방식은 보증이나 담보없이 가난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가난한 사람임을 증명하고, 비슷한 환경의 사람 4명이 한 그룹을 이루면 소액 대출을 해준다. 그들은 제도금융권에서는 신용도가 낮아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경쟁자들이 없이 대출을 하 수 있다. 그리고 한 개개인들에게는 대출되는 금액이 적기때문에 특정인의 파산이 은행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없다. 그러면 문제는 개개인들이 대출상환을 성실히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일 것이다.

   여기서 그리민 은행의 위대함이 나타난다. 그들은 4명의 대출자가 한 그룹을 이루어 서로가 격려를 하면서 상환의지를 독돋우게 했다. 또한 여성의 지위가 낮은 이슬람 국가임에도 생존의지가 강한 기혼여성을 주요 대출자로 한 점도 상환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대출자들에게 단지 대출만 한 것이 아니라 대출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컨설팅하며 그룹의 핵심적 역활을 해 대출자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대출을 실시한 점이다. 또한 그들은 단순히 대출을 받으러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오지를 헤매며 자신들의 대출수요조차 인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대출을 설명하며 대출을 권했다. 더욱이 당사는 호화로운 건물지점들 가지지도 않았고 고임금의 임금을 지불하는 은행원들도 없었기 때문에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핵심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업계의 관행에 반하지만 자신들의 업무수행에 적절한 체재를 완벽히 갖춘 것이다.

   또한 그리민 은행은 낮은 대우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충성하는 조직원들을 가지고 있으며 한번 이용한 고객들도 높은 충성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그리민 은행이 "가난한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제한다"는 뚜렷하면서도 윤리적인 목표를 가지고 대내외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표가 명확하고 추진력있게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은 많은 경영학 서적들에서 제시되지만 윤리성은 그리 강조되지 않고 있지만 이는 그리민 은행 성공의 핵심요소이다.

   그리민 은행의 대출방식은 가치투자자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리민 은행의 대출을 가치투자자의 투자와 비교해 보면 성공적인 가치투자자라는 워렌 버펫이나 피터 린치와 비슷한 점이 있다. 시장의 관행과 무관한 자신의 투자관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대출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며 대출자에 대한 신뢰도를 중시여기며 장기투자를 하며 대출자 사업의 동반자가 되려고 한 점에서는 버펫과 유사하며, 소규모이나 다양한 대출들의 가치를 미리 파악해 독려한 점은 피터린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리민 은행의 대출자는 그리민 은행을 만나기 전에는 신용도 낮은 불량 거래자였다는 점을 볼 때, 이미 성공의 조짐이 보였던 기업에만 투자했던 가치투자자들보다 우월하다. 이러한 우월함은 역시 앞에서도 제시한 윤리성이 기반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시되고 있다. 사회주의가 몰락 후 더이상의 대안이 없어보이는 자본주의는 어쩌면 이미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본주의 선봉장에 있는 기업은 그 어느때보다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노사간의 갈등, 시민단체들의 부각, 통제할 수 없는 복잡계 세계의 강화 등의 거시적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법은 자발적인 윤리성의 회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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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렌초의시종 > 이 징그러운 세상


 

토마스 만의 소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은 요한 부덴부로크 영사(領事)는 사위인 그륀리히의 부채를 떠맡지 않기 위해서, 딸의 마음을 조심스레 떠보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진의(眞意)를 알지 못했던 그의 딸, 토니 부덴부로크는 남편에 대한 애정을 아버지에게 말한다. 실상 그녀의 마음 속에 부부간의 사랑이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당시 시민 사회의 윤리에 충실한 정숙한 부인상을 아버지에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런 그녀에게서 인내심의 가면을 벗겨버린 것은 결국 그의 아버지가 입에 올린 '파산'이라는 단어였다. 그녀의 남편이자 자신의 사위인 그륀리히의 채무를 변제해주었다가는 그녀의 친정이 파산할 지도 모른다는 그 한 마디에 그녀는 결국 남편에 대해 남았던 일말의 애정마저 깨끗이 털어버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에게 맺혀있던 온갖 감정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긍지 높은 상인 가문의 여성으로써, 역시 건실하다고 생각되었던 상인에게 시집 온 그녀에게 '파산'이란 단어는 그만큼이나 놀랍고, 당혹스러우며 무엇보다도 수치스러운 것이었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친정에 대해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애초에 겉도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남편으로 인해 부덴부로크 가가 파산할 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말에, 그와의 얼마 남지 않은 정을 완전히 떼어버린다.  

 그렇다. '파산'이란 단어는 그런 것이다. 그것은 가장 근본적인 자존심의 문제다. 또한 그런 자존심은 비단 유서깊은 상류 상인 가문의 후예인 토니 부덴부로크만의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부덴부로크의 시대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안락함을 누리고,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그런 이들 중에서도 현대 사회에 들어서 급속히 성장한 '중산층'들은 비록 그들이 과거의 부덴부로크 가와 같은 사회적 영향력과 명망은 누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사회를 이뤄나가는 중요한 계층이라는 자부심을 항상 지니고 살아간다. 그들은 비록 한 조직의 우두머리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다수의 사람들이 속해있는 사회와 조직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그 발전의 과정에서 과거에 비해서 보다 전문화된 방대한 인력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고, 괄목할 만한 대중의 의식적 성장은 그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역량 개발에 나서게 만들었다. 결국 사회의 발전과 그들 중산층의 성장은 그 선후를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상호간의 진보와 확대를 이끌어나갔다. 이런 그들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오늘날의 부덴부로크라고 할 만한 명예와 권력을 누리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말하듯이 그네들이 지니고 있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현대의 중산층들에게는 애초에 결핍돼 있다거나, 나날이 쇠퇴하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러한 주장에는 궁극적으로 그 모든 미덕이 사회의 흐름을 선도해 온 사회지도층 자신들만의 전유물이며,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부덴부로크의 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자신들보다 무절제하고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아니, 어쩌면 나를 포함한 중산층들조차도 실제로는 주위의 여러 사람들 중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여전히 그러하다는 생각을 의식의 밑바탕에 남겨두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 제시되는 뚜렷한 증거나 수많은 당사자들에 대한 인터뷰 없이 중산층의 붕괴의 절대 다수가 무분별한 과소비에 기인한다고 믿거나(과소비 신화)-물론 나 역시도 절대 그런 이들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대다수 중산층 채무자들이 파산에 있어서 아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악덕 채무자 신화) 비단 사회 지도층 인사들만이 아닌 대다수 우리 중산층들도 생각하고 또 주장한다.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나 역시도 그런 이들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전체 중산층 대비, 과소비로 인한 파산자나 악덕 채무자의 비율은 한국이 더 높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중산층들이 지닌 그들의 자부심이란 것은 그들로 하여금 사회에서 자신의 맡은 바 직무에서 충실하며 그를 통해 계층의 상승을 희망하도록 하는 원동력인 동시에, 그 자부심으로 말미암아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된 나머지 그 자신을 파멸시킬 소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한 때 좁은 정읍 시내에서도 수많은 아줌마들로 하여금 거리에 파라솔을 치게 만들었던 신용카드 발급 열풍이나, 일각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방송되면서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했던-비록 그 카드의 발급자들이 실제로 그렇게 살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명품 브랜드 의상과 자전거와 배낭으로 수수한 척 꾸미고 아내와의 사랑을 즐기던 정우성의 삼성카드 CF나 재벌의 본부인도 아닌 정부(情婦)쯤이나 되어야 저렇게 살 수 있으리라는 이영애의 LG카드 CF의 열풍을 바라보면서 이미 그런 생각을 가진지는 오래되었다. 그리고 이미 1∼2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중산층들은 하나둘씩 바로 그 카드로 말미암아 결국은 돌려 막고 막다가 지친 끝에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에서 그들의 빚이 어디에 소모되었는지를 밝힌 내용들을 읽어보면 대부분은 주식 투자라던가, 사업의 실패, 가계(家計)의 어려움, 명품에 대한 소비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외에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다른 사례들을 살펴보면 한국 중산층의 파산에 대한 내 생각이 바뀔 여지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이 책으로부터 배웠음은 분명하다. 분명 그들 책임의 일정 부분은 그들만의 것이 아닌 정부와 사회의 것이며, 사회의 빼놓을 수 없는 구성원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한다고 배워왔고 또 그렇게 실천해온 그들로써는 파산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든 고통과 수모였을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 그들이 꿈꿔온 모든 것의 붕괴를 의미하며, 타인들로 하여금 그가 헛된 이상을 가지고 방종하게 살아왔으며, 이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이 미국의 과소비 신화와 악덕 채무자 신화를 논박하는 데 있어서 미국 중산층 가정들의 숨겨진 재정 소모 요인 중 가장 큰 것으로 지적한 주택에 대한 입찰 전쟁과 부모의 맞벌이로 인한 가정의 안전망 부재 중에서 주택에 대한 입찰 전쟁 같은 경우는 아직 한국에서는 막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저자들이 말하는 대로 둘이 버는 경우에 해고 확률 역시 두 배라고 할 지라도, 입찰 전쟁으로 말미암아 주택에 대한 과다한 고정 지출이 없는 상황에서 그 수입의 상당수가 저축 또는 의식주에서의 추가적인 지출이나 문화 생활 및 자녀의 대학 등록금 등으로 소비되고 있기에 해고는 파산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일상 생활에서의 절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의 맞벌이 중산층이 우선적으로 신경써야 할 문제는 엄마의 직장 생활로 말미암은 가정에서의 다목적 안전망 부재에 따른 문제뿐이다.

 그런 까닭에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는 오히려 한국에서는 그 과소비 신화나 악덕 채무자 신화가 맞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미국에서와 같은 막대한 금액의 주택에 대한 고정 지출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한국 중산층의 파산은 정부나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책임져야할 것이라기보다는 각 중산층 가정에서의 지출 합리화로 개선될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미국과 같이 신용사회의 전통이 오랫동안 뿌리내리지 못한 현실에서 우리에게 신용의 접근성은 너무도 급속도로 향상되었다. 지난 수 세대 동안 은행에서의 엄격한 대출 자격 심사를 겪는 조부모, 부모 세대를 보고 자랐으며, 그 자신도 그런 심사를 겪었을지 모를 미국인들의 신용 생활은 분명 우리의 그것보다 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주택에 막대한 금액을 소모하기로 작정한 것은 비단 중산층 가정의 꿈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기보다는 중산층이라는 사회 계층이 본질적으로 품고 있는 신분의 유지와 상승의 동시 추구라는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서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교육이 주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대다수 중산층들이 맞벌이를 통해서 '두 배로 확보된 실탄'을 일시에 그에 쏟아 부은 것이 미국의 중산층 위기의 본질이다. 그에 반해서 은행의 신용 대출이 일시에 개방되어 버린 한국에서는 과거 얼마동안 존재했던 엄격한 신용 대출은 단지 힘없는 중산층들에 대한 은행의 횡포 탓에 겪은 수모 정도로 인식되었을 뿐, 그들의 경제 생활에 있어서 '남의 돈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데는 실패했다. 그 결과 맞벌이 여부에 관계없이 우리는 절대적인 소비 요인 없이도 절대적인 액수의 소비를 했으며, 그 결과 대다수 중산층들은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다. 내가 한국 중산층들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단순히 내수 진작을 위해 신용 대출을 활성화시킨 정부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데는 바로 그들이 경제 생활에 있어서 미숙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급기야 현재는 자신들이 쓴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인터넷 상에서 채권추심을 피하기 위한 노하우까지 공유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이들이 있어서 오늘날 돈이 필요한 다른 중산층들은 더욱 높은 이자를 물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장기주택저당대출(모기지)의 판매는 분명 우려할 만한 것이다. 아직 자세한 약관은 모르지만 미국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그 대출은 보다 광범위한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올 소지가 충분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 사회는 중산층들이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그 대출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을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 중산층의 맞벌이는 단순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사회 추세와 의식의 성장에 따른 성질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그 두 배로 확보된 실탄이 곧바로 교육을 위한 입찰 전쟁으로는 소모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맞벌이 소득의 상당액이 일시적인 사교육비로 소모되기는 했어도, 그것은 장기적으로 주택에 재정을 소모해야하는 대출의 성격이 아니었다. 한국의 교육 현실이 미국보다 모든 지역에서 균질함을 유지했다거나, 한국 부모들이 미국 부모들에 비해 교육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단지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이 혼재된 한국의 교육 현실, 다수가 넉넉히 살지 못했던 시대의 경험을 통해 합리화된 부모의 경제적 능력 및 사회적 지위와 자녀 교육의 무관(無關)함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교육에 있어서의 부모의 관심, 자녀의 정신력 등 비물질적인 요인의 강조,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치안 상황 등으로 인해서 그동안 한국에서 교육과 경제력, 거주 지역 및 주택간의 관계는 그리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에 촉발된 대표적인 평준화 지역인 서울에서부터 시작된 강남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좋은 교육구에 대한 입찰 경쟁, 신분의 세습 및 상승의 수단으로써 새삼 강조되는 가운데 나날이 치솟는 교육에 대한 관심-특히 물질적 지원의 측면에서-, 최근 급류를 타고 있는 충청권으로의 행정 수도 이전 등의 이슈는 이제 부동산, 그 중에서도 특히 주택이 그동안보다도 더더욱 재산으로써 각광받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동안도 때때로 분당, 일산 등의 신도시 건설과 여러 대규모 개발 사업 등으로 말미암아 일시적인 주택 가격의 대폭 상승이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주택의 재산 가치가 과대평가된 편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그동안 주택이 적정한 재산 가치를 가지는 국가로 예를 들었던 미국 역시도 실상은 여러 가지 요인, 그 중에서도 자녀 교육을 위한 좋은 교육구에 자리한 주택들을 중심으로 그 가치에 지나친 거품이 존재한지가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 드러났다. 그리고 이 사실로 미루어보아 주거 지역이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의 수준에 대한 문제야말로 일시적인 신도시 건설이나 대규모 토목 공사와 같은 요인보다 훨씬 강하고 지속적인 주택 가격의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주택 가격의 상승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중산층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온갖 대출 회사들의 배를 불려주는 기능 밖에 하지 못한다. 어느 누구도 그 집을 통해서 이익을 볼 수가 없다. 애초에 그들은 두 배의 소득을 배경으로 한 치열한 입찰 경쟁을 통해서 막대한 액수의 대출을 받아 그 집을 매입했으며, 은행의 교묘한 술수와 나날이 불안해지는 고용사정 및 가정의 안전망 부재로 인해 은행의 대출금을 다 갚고, 나날이 오르는 그 집을 잘 팔아서 이익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몇 배는 더 어렵다.  

 이 부분에서 저자가 지적한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이 모든 현상은 은행의 배를 불려주는 것이며, 또한 은행은 그들의 배를 더 불리기 위해 갖은 술수를 부린다는 것이다. 이미 교육 제도 자체의 모순과 중산층 가정의 맞벌이로 인해서 극대화된 '입찰 전쟁'에 편승해서 은행은 이미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고리대 놀이를 벌이고 있었다. 신용 기록이 양호해서 충분히 저리로 대출 받을 수 있는 가정에도 교묘하게 고리 대출 상품을 떠 안기고, 유색인종들에게는 동일한 재정 상황의 백인 가정들보다도 무조건 고리를 물리고, 겉으로 보기에 다소 순박해보이거나 고령자인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고리 대출 상품을 추천하는 등, 그야말로 이런 이야기가 과연 미국의 그것이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또한 파산 신청 이후에 벌어지는, 법을 기꺼이 무시하는 온갖 치졸한 행태들에 대해서는 말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다. 기본적으로 이런 상황의 뒤에는 은행 업계의 로비와 신용의 접근권 보장에 대한 지극히 단순한 이해로 말미암아 이자율과 대출 자격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포기해버린 정부의 무책임함이 있다. 이렇듯이 모든 상황이 자신들의 뜻대로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끊임없이 중산층의 파산을 부추기기 위한 계획을 실행한다. 그들의 표적은 이제 단순히 고리를 통해 원금과 이자를 거두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중산층들이 그들의 돈으로 매입한 주택, 그 자체가 되고 말았다. 하긴 그 얼마나 매력적인 담보인가.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끊임없이 값이 오르고, 게다가 그 담보를 사기 위해서 또 누군가가 자신에게 고리를 마다 않고 기꺼이 돈을 빌려서 또 사고. 게다가 그 중산층들은 비싸디 비싼 이자로 원금을 다 갚을 때쯤이면 어김없이 한 명이 해고를 당하거나, 가족 중 누가 아프거나 해서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해서 2차, 3차 모기지를 받고 종국에는 그네들에게 헐값에 그 집을 도로 넘기고 어디론가 떠난다. 그들에게 그 비싼 이자를 물고 그 많은 돈을 빌려서 산 그 집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보장해 주지 못했다. 단지 은행의 영속적인 번영의 증거물이었을 뿐이다.

 어떤가? 끔찍하지 않은가? 나는 정말 끔찍했다. 그렇다, 분명 은행의 관점에서 볼 때 안정적으로 이자와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중산층은 매력적인 고객이다. 그런 그들에게 은행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소 꼼수를 피우는 것은 이해한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다. 지금의 그들은 완전히 중산층의 완전한 파산 그 자체를 바라고 있는 행태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그들은 지금 있는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때로는 무시하면서 끊임없이 중산층들의 몰락을 부채질한다. 과거 로마의 티베리우스 황제는 속주민들의 세금인상을 추진하는 원로원 의원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 "양을 키워서 털을 깎는 용도로 생각해야지 아예 잡아먹어서는 안된다." 과연 지금의 정부는 은행을 비롯한 대출 회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들은 오늘의 중산층은 아무리 잡아먹어도 어디선가 끊임없이 새로운 중산층들이 '매에~'하고 자신들을 찾아오리라고 기대하는 걸까? 그들의 이러한 예상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라 해도 아마 그들이 잡아먹는 중산층들의 수가 새로 중산층에 편입되는 이들의 수보다 월등히 많으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제시한 대책들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공감했음을 말하고자 한다. 일단 이 책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우리가 우리의 생각에 가려서 보지 못하고, 또 국민의 반발을 우려한 은행권의 로비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수많은 자료들을 근거로 하고 있음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무엇보다도 정부에 의한 지속적이고 엄밀한 이자율 규제와 대출 자격에 대한 엄격한 심사의 부활이야말로 중산층들이 더 이상 털을 깎이는 것이 아니라 잡아먹히는 이 상황을 막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그들이 원하는 집을 사고,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 그들을 도태시키는 매몰찬 짓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그것이야말로 정부가 단기적인 내수 진작과 금융업계의 집요한 로비에서 벗어나 중산층들을 보다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정부가 필요한 이유는 중산층들이 보다 쉽게 많은 돈을 꿔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돈을 꿀 수밖에 없는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주도록 노력하는데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제시한 교육 제도에 있어서의 해결책은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바우처'라는 교육 서비스 이용권을 통해서 거주지와 학교의 연계성을 약화시키려는 생각은 이 책 한 권만을 읽은 내가 동의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것 같다. 물론 미국적 현실을 이 책으로부터 배운 후에 그것이 미국에 적합하다는 데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해결책을, 역시 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에 적용하자고 말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근본적으로 미국과 달리 여전히 평준화와 비평준화가 맞붙고 있는 한국에서 난 평준화론자다. 물론 바우처를 통해 학교의 재정에 대해 학부모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학교의 교육 수준을 높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학교를 향해서 가정들이 경쟁하던 체제를, 가정을 위해 학교가 경쟁하는 체제로 바꾼다면 당장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결국은 그 경쟁에서 도태되는 학교가 생기고, 또 그런 학교를 다녀야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찌할 셈인가? 물론 그런 학교를 폐교시키고 좋은 학교에 모든 아이들을 다니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문제가 있고 한 학교에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받아들였다가는 교육 수준이 도로 낮아질 위험성도 상존한다. 내가 표피만 보고 논하는 것이란 두려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궁극적으로는 전액 무상 교육으로 운영되는 프랑스식의 평준화 교육이 옳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데 있어서만큼은 다른 여타의 고민 없이 본인의 실력만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도록 시설과 커리큘럼면에서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이 있어야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정부 개입에 의한 전국적인 교사 대우의 향상이다. 단순한 보수의 균등화가 아니라 오히려 근무 지역의 여건에 따른 보수의 차등화와 인사 제도의 개선이 있어야한다. 교육이 단순한 경쟁이 아닌 미래의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라는 긴 안목에 입각한 범정부적 지원으로 교육 문제의 극복 가능성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중산층은 그네들이 지닌 상식성과 건실함으로 말미암아 사회와 정부 모두에게 일종의 사각지대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알아서 제 앞가림을 아이는 부모가 다소 느슨하게 키우는 경향이 있듯이. 그러나 부모는 아이가 그렇게 똘똘하다고 해서 그 아이를 마구잡이로 착취하거나 부모의 책무를 대신 떠 안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이는 어디까지나 아이이며, 잘 성장해서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부모는 이끌어준다. 반면에 우리의 정부와 사회는 알아서 제 앞가림을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중산층에게 자신들의 책임을 모두 방기하고 있다. 시대는 끊임없이 변해서 이미 대다수 중산층은 맞벌이의 대열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과거의 중산층이 그랬듯이, 그에 따르는 모든 어려움을 중산층 스스로 해결하라고 내버려둔다. 세금만 두 배로 받아내고 나머지는 똘똘한 아이들에게 다 내맡겨둔 셈이다. 게다가 정부와 사회는 중산층들이 필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계층 상승 욕구도 제대로 소화해주지 않았다. '그런 것쯤은 알아서 하렴'이라고 말하듯이. 그 결과는 현재와 같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대학교 등록금-위 글에서 특별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끊임없는 등록금 인상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정말이지 훌륭했다-과 밑도 끝도 없는 입찰 전쟁이라는 비상식적인 상황이다. 분명 맞벌이의 함정은 대다수 중산층들이 필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유의 자부심으로 말미암은 허영심과 끊임없이 추구하는 계층상승에의 욕구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욱 커다랗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함정은 그렇게 그들이 위를 바라보는 동안 정부와 금융권이 파놓은 제도와 대출이라는 이름의 그것이다. 아직 우리의 현실과 본격적으로 맞아떨어지지는 않는 점도 눈에 띄었지만, 그렇다면 이 책은 오히려 예언서라고 불려야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추세로 볼 때 이 상황은 우리에게도 머지 않은 미래일 테니 말이다. 부디 그런 미래에서 빠져나오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한번쯤 권하고 싶다. 다행히 사회과학-그 중에서도 경제학- 도서치고는 어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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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펫의 완벽투자기법 - 완전 개정판
로버트 해그스트롬 지음, 구본성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도 코스닥에서는 온갖 편법들로 투기판이 난무하고 아무리 미래가능성이 있다고 자본잠식이 된 LG카드가 개인들이 몰려드는 돈으로 상한가를 치는 등 우리의 주식시장의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투기판으로 보고 있을 때, 2003년 3월부터 우리의 우량주식을 독식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을 좌우하는 큰 손이 되었다. 물론 외국계 투자자들 중에도 투기적 자본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상당수의 장기투자자본들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가치투자라는 무기로 한국시장을 공략하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한 가치투자의 성공사례 중 하나로 워렌 버펫이라는 인물을 만난다.

 

이 책은 워렌 버펫에 관한 글을 계속 써오던 로버트 해그스트롬의 책들 중 가장 오래전에 씌여진 책이다.  사실 앙그레 코스톨라니나 피터 린치는 자기 자신이 직접 너무나 멋진 문체로 글을 썼기에 그들의 투자기법을 배우려면 직접 쓴 책을 보면 되지만 워렌 버펫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이들이 쓴 책들이 난무한 편이다. 그러한 책들 중에서 이 책은 내가 워렌 버펫에 대해서  접하는 첫번째 책인데 지은이가 스스로 사업을 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버펫의 투자를 알기쉽게 설명하면서도 지나친 우상화에 빠지지 않은 점이 무척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피터 린치의 글을 서문에서 접하게 된 점이 하나의 큰 기쁨이었다.

 

이 책에서 제시된 워렌 버펫의 투자방식에서의 장점은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아직 가치투자에 익숙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가치투자의 개념을 쉽게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에게 주식투자는 주가의 변동에 일희일비하는 게임이 아니라 좋은 기업과 동반자가 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그는 일반인들은 생각하기조차 힘든 영구보유주식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평생을 같이 할 기업을 만나는 작업을 위해 그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고 경영자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기업들을 찾는다. 그렇기에 그가 하는 주식투자의 시작은 기업의 주가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연구한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단기적 주가의 변동에 연연하지 않고 군중심리의 광기에 휘둘려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지 않고 터무니 없이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은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다.

 

두번째는 실전 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 투자기법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는 투자의사 결정시 4가지 분야(기업요소, 경영 요소, 재무 요소, 시장 요소)에서 12가지 요소를 살펴본다.  

1. 회사의 활동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가?(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만 투자한다.)  

 2.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높은 수익은 내는 기업들은 급격한 변화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 이 점은 개인적으로 다소 동의하지 힘든 점이 있다.)  

3. 향후 전망은 밝은가? 즉 꼭 필요한 제품을 생산하고 다른 대안이 없으면서도 정부의 규제가 없는가?(부언에서 볼 수 있듯이 그가 말하는 전망은 우리 흔히 말하는 유망업종이나 신사업과는 다르다.)

4. 경영자는 합리적인가?(경영자는 회사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투자할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느가? / 재투자시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내면 내부유보해 재투자를 하고 평균 이하의 수익을 내면 주주즐에게 이익을 배당한다. 한보 그룹처럼 자기자본수익률도 못 올리면서 투자를 하는 비합리적인 기업은 꽝이다.)

5. 경영자는 솔직한가? 즉 자신의 업적뿐만 아니라 실수도 공개적으로 겸허하게 인정할 수 있는가?(윤리경영은 배부른 기업은 PR수단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 요소이다.) 

6. 경영자는 업체의 관행에 도전할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다른 회사를 모방하는 것으로 자신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믿고 실패해도 도망갈 구멍을 만드는 경영자인가? / 이 점은 피터 린치가 일반적 애널리스트들의 문제점으로 제시한 점과 동일하다.)

7. 기업의 주당이익보다는 자기자본 수익률을 중시여겨라. 기업의 주당이익은 자기자본비율의 증감에 의해 그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 이 때 유가증권을 시가로 평가하고, 자기자본 수익률을 높히기 위해 부채비율을 높이거나 특별손익의 영향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8. 기업의 순이익이 아닌 주주 이익을 고려하는가? 여기서 주주이익은 순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하고 자본지출을 뺀 금액이로 감가상각비와 자본지출액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순이익으로 봐도 무난하다.

9. 매출액 수익률이 높은가? 매출액 수익률을 강조한다는 것은 동일 매출액에 대한 비용을 줄인다는 뜻이므로 비용절감에 앞장서는 기업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10. 사내 유보금의 수익성은 높은가? 자금의 효율적 사용을 강조한다.

11. 내재가치는 얼마인가? 기업의 내재가치는 기업의 예상되는 주주이익(를 무위험수익률로 현가계산하되 상황에 따라 성장률을 할인율에 반영한다.

12. 주식을 내재가치 이하로 매입할 수 있는가? 아무리 좋은 기업도 비싸게 사면 꽝이다. 주식투자의 대부분은 매입시에 결정된다.

이상의 법칙들은 하나하나 살펴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것은 아무나 하기 힘든 일이며, 그러한 원칙의 준수가 세계적 부자를 만든 것이다.  

 

사실 워렌 버펫의 스타일은 나의 투자방식과 바로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의 스타일은 오랜 역사를 가진 업종대표 전통기업 몇몇에만 투자하는 내가 보기에는 다소 보수적인 방식이다. 이는 내가 좋아하는 피터 린치가 생활속의 아이디어 속에서 찾는  다수의 유망한 소기업들에 선행 투자하고 적절한 순간에 이익을 실현하는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둘 다 기업자체의 연구에 집중하며 시장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과감한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에는 첨단 투자기업이나 현란한 투자기법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과욕과 조급함이 아닌 상식적인 투자만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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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금융보고서
맥킨지 금융팀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금융업은 어느 산업보다도 역동적이고 다양한 산업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이해를 위한 적절한 자료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좀 심도 깊은 내용이다 싶으면 우리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외국 상황이거나 과거의 내용이고,  현재 우리 상황을 다룬 내용이다 싶으면 깊이가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협소한 주제만을 다룬다.

특히 최근 우리의 금융업은 상당히 복잡하다. IMF 이후 서구의 금융제도가 급격히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최고 금융기관들의 국내진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나 급격한 성장과 업종별 파괴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미 어느정도 정체된 서구의 금융상황의 기준으로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얼마전 중국의 금융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우리 증시의 예나 국내은행들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이 증가하는 상황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시아권의 금융상황에 따라 우리시장이 크게 변하므로 아시아 금융에 대한 통시적 이해도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증시의 외국인 비중에서도 짐작하듯이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서구자본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복잡한 수요를 완벽하게 포착한 책이 있으니 바로 "맥킨지 금융보고서"이다. 이 책은 세계 최고의 컨설팅업체인 멕킨지 그룹의 아시아 지역 금융전문가들이 모여서 아시아의 총체적 금융상황 및 국가별  금융상황과 선도 금융업체들을 분석해 현지 및 외국계 은행들의 포지션 및 핵심전략을 소개한다. 이 책은 멕킨지라는 최고의 컨설팅 그룹이 쓴 데다가 지난 98년에 나온 <맥킨지 금융보고서:기득권의 종말>에 이어서 2003년에 씌여진 제2판인지라 내용의 심도와 현실 적응도에서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면서도 컨설팅 업체 근무자들이 씌여졌기에 현학적이지 않아서 일반인들이 읽는데도 큰 부담이 없다.

이 책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금융업체들의 해외진출방식 및 향후 방향 및 우리 업체의 미래를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서구 자본은 아시아 금융업을 어떻게 보는가? 아직 위험성이 다소 있으나 최근들어 외국자본의 개방이 증가하고 금융효율이 급속히 좋아지고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특히 작년 3월이후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온 나라를 뒤엎을 때 엄청난 외국자본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온 배경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시한다. 이때 외국의 최고 금융기관들이 몰려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현지 금융업체에게는 심각한 도전이 된다. 이를 위해 현지 업체들은 이 책의 부제인 '수익성 중심의 사고방식 구축(Acquiring a Profit Mindset)'이 필요하다. 동시에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 및 M&A 등을 통한 규모화 같은 적절한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 책을 앞으로의 금융은 업종별 분화가 아닌 고객층별 분화가 일어날 것임을 제시한다. 최근 금융지주회사의 등장이나 매물로 나온 3대 증권업체들에 대한 금융업계의 경쟁, 전업 카드사의 쇠락과 대조되는 은행권 카드업체의 부상 등의 현상은 이러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암시한다. 또한 몇몇 선도 대형 은행들은 월마트같은 금융상품 유통업자로 소규모 금융기관은 특화된 상품 제조 및 개발자로 변신하며 그동안 취약했던 소매금융 및 중소기업 지원역량을 갖추는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우리의 금융업체들도 외국 금융업체의 국내진출 속에도 충분히 성장해 다른 아시아 국가로까지 진출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컨설팅 업계의 문제점인 상황에 대한 지나친 도식화나 자신감이 종종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우리의 금융산업에 대해 이 정도로 잘 지적한 책은 드문 것같다. 우리의 금융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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