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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금융보고서
맥킨지 금융팀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금융업은 어느 산업보다도 역동적이고 다양한 산업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이해를 위한 적절한 자료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좀 심도 깊은 내용이다 싶으면 우리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외국 상황이거나 과거의 내용이고, 현재 우리 상황을 다룬 내용이다 싶으면 깊이가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협소한 주제만을 다룬다.
특히 최근 우리의 금융업은 상당히 복잡하다. IMF 이후 서구의 금융제도가 급격히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최고 금융기관들의 국내진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나 급격한 성장과 업종별 파괴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미 어느정도 정체된 서구의 금융상황의 기준으로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얼마전 중국의 금융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우리 증시의 예나 국내은행들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이 증가하는 상황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시아권의 금융상황에 따라 우리시장이 크게 변하므로 아시아 금융에 대한 통시적 이해도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증시의 외국인 비중에서도 짐작하듯이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서구자본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복잡한 수요를 완벽하게 포착한 책이 있으니 바로 "맥킨지 금융보고서"이다. 이 책은 세계 최고의 컨설팅업체인 멕킨지 그룹의 아시아 지역 금융전문가들이 모여서 아시아의 총체적 금융상황 및 국가별 금융상황과 선도 금융업체들을 분석해 현지 및 외국계 은행들의 포지션 및 핵심전략을 소개한다. 이 책은 멕킨지라는 최고의 컨설팅 그룹이 쓴 데다가 지난 98년에 나온 <맥킨지 금융보고서:기득권의 종말>에 이어서 2003년에 씌여진 제2판인지라 내용의 심도와 현실 적응도에서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면서도 컨설팅 업체 근무자들이 씌여졌기에 현학적이지 않아서 일반인들이 읽는데도 큰 부담이 없다.
이 책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금융업체들의 해외진출방식 및 향후 방향 및 우리 업체의 미래를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서구 자본은 아시아 금융업을 어떻게 보는가? 아직 위험성이 다소 있으나 최근들어 외국자본의 개방이 증가하고 금융효율이 급속히 좋아지고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특히 작년 3월이후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온 나라를 뒤엎을 때 엄청난 외국자본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온 배경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시한다. 이때 외국의 최고 금융기관들이 몰려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현지 금융업체에게는 심각한 도전이 된다. 이를 위해 현지 업체들은 이 책의 부제인 '수익성 중심의 사고방식 구축(Acquiring a Profit Mindset)'이 필요하다. 동시에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 및 M&A 등을 통한 규모화 같은 적절한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 책을 앞으로의 금융은 업종별 분화가 아닌 고객층별 분화가 일어날 것임을 제시한다. 최근 금융지주회사의 등장이나 매물로 나온 3대 증권업체들에 대한 금융업계의 경쟁, 전업 카드사의 쇠락과 대조되는 은행권 카드업체의 부상 등의 현상은 이러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암시한다. 또한 몇몇 선도 대형 은행들은 월마트같은 금융상품 유통업자로 소규모 금융기관은 특화된 상품 제조 및 개발자로 변신하며 그동안 취약했던 소매금융 및 중소기업 지원역량을 갖추는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우리의 금융업체들도 외국 금융업체의 국내진출 속에도 충분히 성장해 다른 아시아 국가로까지 진출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컨설팅 업계의 문제점인 상황에 대한 지나친 도식화나 자신감이 종종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우리의 금융산업에 대해 이 정도로 잘 지적한 책은 드문 것같다. 우리의 금융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