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외 지음, 정재곤 옮김 / 세상사람들의책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도권 금융에서는 무시되고 있는 가난한 이들에게 자립자금을 빌려주어서 빈곤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방글라데시 그리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의 자서전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빈곤 퇴치라는 사회운동의 성공사례로써만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자세히 보면 멕킨지 금융보고서에서 제시된 수익성극대화를 위한 소매금융의 모범사례로써 읽여질 수도 있고, 성공적인 투자를 꿈꾸는 가치투자서로도 읽여질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접근해보기로 하겠다.

   그리민 은행의 성과는 단순히 기업실적측면에서만 봐도 놀랍다.  방글라데시 전역에 1,175개의 지점을 두고 240만 명에 1,600억 타카(약 3조 3,600억원)을 융자해주는 직원 수 1만 2,000여명의 대형 은행이면서도 대출상환률 98%라는 경이적인 기록에 우수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의 극빈층만을 대상으로 대출을 한 결과라는 점에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몇년전 수익성 높은 소매금융에 뛰어든다고 했다가 대규모의 부실을 발생해 아직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형금융기관들이 존재하는 우리로써는 그 비결이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출방식은 보증이나 담보없이 가난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가난한 사람임을 증명하고, 비슷한 환경의 사람 4명이 한 그룹을 이루면 소액 대출을 해준다. 그들은 제도금융권에서는 신용도가 낮아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경쟁자들이 없이 대출을 하 수 있다. 그리고 한 개개인들에게는 대출되는 금액이 적기때문에 특정인의 파산이 은행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없다. 그러면 문제는 개개인들이 대출상환을 성실히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일 것이다.

   여기서 그리민 은행의 위대함이 나타난다. 그들은 4명의 대출자가 한 그룹을 이루어 서로가 격려를 하면서 상환의지를 독돋우게 했다. 또한 여성의 지위가 낮은 이슬람 국가임에도 생존의지가 강한 기혼여성을 주요 대출자로 한 점도 상환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대출자들에게 단지 대출만 한 것이 아니라 대출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컨설팅하며 그룹의 핵심적 역활을 해 대출자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대출을 실시한 점이다. 또한 그들은 단순히 대출을 받으러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오지를 헤매며 자신들의 대출수요조차 인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대출을 설명하며 대출을 권했다. 더욱이 당사는 호화로운 건물지점들 가지지도 않았고 고임금의 임금을 지불하는 은행원들도 없었기 때문에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핵심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업계의 관행에 반하지만 자신들의 업무수행에 적절한 체재를 완벽히 갖춘 것이다.

   또한 그리민 은행은 낮은 대우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충성하는 조직원들을 가지고 있으며 한번 이용한 고객들도 높은 충성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그리민 은행이 "가난한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제한다"는 뚜렷하면서도 윤리적인 목표를 가지고 대내외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표가 명확하고 추진력있게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은 많은 경영학 서적들에서 제시되지만 윤리성은 그리 강조되지 않고 있지만 이는 그리민 은행 성공의 핵심요소이다.

   그리민 은행의 대출방식은 가치투자자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리민 은행의 대출을 가치투자자의 투자와 비교해 보면 성공적인 가치투자자라는 워렌 버펫이나 피터 린치와 비슷한 점이 있다. 시장의 관행과 무관한 자신의 투자관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대출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며 대출자에 대한 신뢰도를 중시여기며 장기투자를 하며 대출자 사업의 동반자가 되려고 한 점에서는 버펫과 유사하며, 소규모이나 다양한 대출들의 가치를 미리 파악해 독려한 점은 피터린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리민 은행의 대출자는 그리민 은행을 만나기 전에는 신용도 낮은 불량 거래자였다는 점을 볼 때, 이미 성공의 조짐이 보였던 기업에만 투자했던 가치투자자들보다 우월하다. 이러한 우월함은 역시 앞에서도 제시한 윤리성이 기반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시되고 있다. 사회주의가 몰락 후 더이상의 대안이 없어보이는 자본주의는 어쩌면 이미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본주의 선봉장에 있는 기업은 그 어느때보다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노사간의 갈등, 시민단체들의 부각, 통제할 수 없는 복잡계 세계의 강화 등의 거시적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법은 자발적인 윤리성의 회복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