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과 3월에 걸쳐서 자아란 무엇인가? 그 질문 하나로 가보기로. 찰스 테일러 책만 덜렁 놓고 가기가 그래서 오늘 산 책들을 함께 올려놓고 간다. 입춘이다. 봄에 들어선다. 암에 걸린 친구가 가슴 하나를 통으로 도려냈다. 한 시간이 넘도록 같이 수다를 떠는 동안 몇 번이고 숨이 넘어갈 뻔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해, 라면서 친구는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이 시대에 자아는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해답이 없는 상태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가보기로. 친구 하나가 나를 보며 맨날 하는 소리가 사랑이 넘쳐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전혜린이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이 언니야말로 사랑이 너무 넘쳤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곧잘 한다. 그 표현 방식이 과격하고 감성적이어 주변인들과 잘 어우러지지 못했던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영혼을 어떤 식으로든 보다듬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 한 사람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싶기도 하다. 시대는 어떤 식으로든 그 모습을 바꾸면서 흘러갈 것이다. 이 지상에서 이 무너져내려가는 육체를 갖고 무슨 일을 하든. 이솔의 문장들을 친구에게 읽어주는데 친구가 잔뜩 들떠 이야기했다. 나 말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일을 해볼래. 애 셋 키우느라 그걸 깜박하고 살았어. 막내 스무살 되면 시작하려고 했는데 지금 그걸 시작해볼래, 라고. 친구 대답을 듣고 덩달아 나도 들떴다. 겨울이 끝났다. 봄이 시작된 거니 딱 옳은 타이밍이야, 라고 친구에게도 말했다. 욕망이 많고 그 드글거리는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영혼들도 있으니 그들에게도 이 봄을 허락하소서, 라고 속삭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