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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들아, 봄날은 봄날이구나.
다들 가볍게 옷을 걸치고 호르몬의 흐름대로 몸을 맡기고 싶어하는 걸 보니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우리들은 모두 열일곱이 되어버리는구나.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서 수술 날짜를 잡고 약을 처방받으러 약국에 다녀오는 길,
병원 마당 한켠에 벚꽃나무에서 벚꽃들이 빼꼼 얼굴을 내미는 광경을 바라보며
곧 여든이 되는 할머니와 곧 쉰이 되는 아줌마는 금세 얼굴에 웃음꽃이 펴
맙소사, 봄이로구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음향을 밝은 햇살 아래에서 듣는 동안
봄꽃이 환하게 온 거리를 물들 무렵이면 아마도 당신 앞에 설 수 있을 거야,
그 목소리가 들려서 또 나도 모르게 무릎이 꺾일 것만 같아서 두 다리에 단단하게
힘을 주면서 심장아 나대지 마라, 곧 님이 오시니 정갈하게 몸과 마음을 닦도록 하자,
그러는 동안 곧 여든이 되는 할머니가 봄은 사랑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계절 같다, 수연아
초여름, 엄마 수술 날짜 잡아갖고 돌아오는 길,
전공의 파업이 그 전까지는 끝나기를 간절히 또 기도하고.
봄처녀와 봄아줌마와 봄과부와 봄소녀와 봄이혼녀,
모두 다 봄바람에 정신을 못 차리고 꽃잎 휘날리는 풍경을 가만히 마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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