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루티 글을 읽으면서 영어공부를 좀 하고 싶어서 마리 루티가 쓴 라캉 찾다가 우연히 작년 여름에 마리 루티가 예순의 나이에 암으로 오래 고생을 하다가 영면하였다는 걸 알게 됐다. 겨우 나보다 몇 살 많은 언니고 한창 쓸 시기니까 학교에서 교수직을 은퇴할 무렵이면 더 활발하게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어 은근 기대하고 있었다. 라캉 관련서로 40만원 정도 지출을 하고나니 정신을 차려야지 싶어 마리 루티 언니가 쓴 라캉 관련서를 끝으로 이제 갖고 있는 거 위주로 읽되 한 권씩 천천히_라고 했다가 마리 루티의 죽음을 알고난 후 문득_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읽고 쓰고 사랑하고_ 이게 전부일 텐데 그래도 무관한가 물어보니 그래서 더 좋아_라는 대답을 듣고난 후 읽고 쓰고 사랑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면 그렇게 태어나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다면 그렇게 살아볼래 대답하고난 후 파도처럼 밀려드는 것들. 그러니 나도 언젠가는 필멸한다는. 내 시간도 언니 시간처럼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영면하소서,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당신을 읽고 당신을 메모하고 생각하며 다시 당신을 읽는 게 전부이지만 그리 해드리리, 라고 나 혼자 마음 속으로 말했다. 당신의 문장이 나를 살리기도 했으니 당신을 읽음으로써 당신을 다시 살게 하고 싶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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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순응적으로 잘 살아오다가 갑자기 그렇게 사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마리 루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