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은 다 이거 읽었네 싶어서 라캉은 정신분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_를 펼쳐서 읽고 있다가 그만 빠져들었다. 물론 저는 라캉 잘 모릅니다. 알고자 해본 적도 없고_ 근데 정확히 여기에서 갑자기 도끼가 내 머리를 후려치는 거 같아서리 잠깐 아득해졌습니다. 내가 '사는 방식'을 바꾸려고 이혼을 했구나, 살고 싶은대로 좀 살아보겠노라고 이혼을 하고 연애를 하는구나, 라고 깨달았습니다. 연애하고 싶어서 이혼 좀 해도_ 라고 말했더니 전남편이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이라니. 너는 연애 많이 했잖아, 나랑 살면서. 그런데 나는 결혼이랑 연애랑 같이 안돼, 그러니까 나 연애하고 싶거들랑, 그러니 이혼 좀 해도! 말했더니 전남편은 무슨 열일곱 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미친듯 웃었습니다. 이렇게는 더 이상 살기 싫다구! 버럭 소리를 지르니 전남편은 아 이게 진심이구나, 라는 눈으로 저를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라캉은 정신분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_가 워낙 재밌어서 아무 생각 없이 쭉쭉 읽어대다가 결국 좀 알아야겠네_라는 모드로 변환되었습니다. '사는 방식'을 바꾸겠노라고 말했더니 엄마는 다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지, 뭘 방식을 바꾼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느냐고 하지만 엄마, 난 엄마처럼 안 살래,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엄마도 허, 저 년이, 기어코 하는구나! 했지만. 그래서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다가 라캉 좀 읽어보려구, 했다가 라캉 같이 읽자! 로. 그렇게 해서 라캉이 땡기는 불토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연말이기도 하고 또 새해도 다가오고 그러니까 라캉 좀 읽어볼까나 라는 읽기 욕망 간만에 불타올라 기분이 좋습니다. 내년 1월에는 그래서 라캉을 질릴 때까지 읽어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