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 - 수의사 헤리엇이 만난 사람과 동물 이야기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말 "가지고 있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책"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점점 남은 분량이 줄어들때, 너무너무 아쉬운 마음이 드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야기을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와 깔깔대며 잠깐 책을 놓는 책이 있습니다.

사랑과 감동, 사람사는 맛이 헤리엇의 책에 있습니다.

너무 책을 재미있게 읽고나면 책의 저자는 물론이고 옮긴이에게도 큰 관심이 가게 되는데요.

저는 이책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옮긴이인 "김석희"씨에게도 너무 감사했고

또  이분이 옮긴 책이라면 다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상당한 책을 읽기도 하였습니다.

이책을 읽다보면 마치 일일연속극?을 보는 착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책속에서 1년이 흐르면 나 역시 헤리엇과 1년을 같이 보낸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책 제목을 보면 < 아름다운 이야기 > ...다소 평이하고 감흥없고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책이야말로 눈물나게밌다는 한가지 이유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책입니다. 

인간미넘치고 따뜻하고 자상하며 재밌고 또 재밌는 헤리엇 할아버지..

<아름다운 이야기>는 헤리엇이 군생활을 하면서 잠깐잠깐 옛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가 펼쳐지고

다시 군생활로 돌아왔다 추억에 잠겼다 하는 구조입니다.

시골 농장에서 일어나는 그의 일상들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아마도  동물을 치료하는 의사나,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나 모두 생명에 대한 사랑이

 필요한 일이라 그런가 봅니다.

 헤리엇의 책들은 전세계 20개국으로 수천만부가 팔린 책이며 영국의 bbc방송에서

 총 90회나 되는 시리즈로 방송까지 했습니다.

시골 보건소에서 일하는 여러분들께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반세기에 걸친 소박한 시골 수의사생활의 낭만과 고생, 보람들이 잘나온 이책은 정말이지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혹 나는 동물에 관심이 없어... 이책이 별로 않당기는구먼...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동물을 매개로 해서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 에피소드의 재미가 유머의 극치를를 만들어 냅니다. 

엄지손가락을 세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읽으면 생기가 넘치게 될것입니다.

헤리엇책이 많은것은 아닙니다. 몇권않되는 책 모두가 국내에도 출간되길 간절히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

"동물은 영혼이 없대요"

 

"누가 그래요?"

 

"어디선가 읽었어요. 목사님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아직도 내 손을 움켜잡고 있는 손을 토닥였다.

 

"영혼을 갖는다는게 사랑과 헌신과 감사를 느낄 수 있는 뜻이라면, 동물이 인간보다

 

훨씬 낫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안녕하세요, 오늘은 류시화님의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류시화님을 알지만 그가 100억대의 자산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역시 많을 것같습니다. ^^;

그야말로 수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그 사이사이 스스로 책과 시를 쓰시니 우주가 그 열정에 감응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 어떤 때는 새책이 나와 그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사이에 또다른 새책이 출간되고 또 출간되고... 그런 것 같습니다. ^^  대단한 정열과 정력을 갖고 계신듯 합니다. 사실 저절로 글이 써지지 않으면 힘든 일이라 생각하구요. 내면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시인 류시화님이 이번에는 인도 여행기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이책이 나온지는 좀 되었습니다. 저도 사놓고 못보고 있었는데, 어느날 문득 손이 가서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류시화님의 매니아층은 상당합니다. 저도 무조건 사서 보는 편입니다. 새책이 나올수록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죠.

유쾌하고 재미있고 평화롭고 그러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탁월한 글솜씨...

무엇보다 국내 뉴에이지분야, 명상분야를 개척한 그 손끝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매력적입니다.

각설하고요...^^

인도는 세계인구 2위, 나라크기로는 7위,  197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10억이 넘으니 세계인구 6명중 1명이 인도사람입니다.  천축이라고 하는 곳이 바로 인도를 말하는 것이며,  부처님의고향입니다.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이며 불교신자는 극히 적다고 합니다.  인도는 영국 식민지였던 덕분에?

영어가 제2모국어로 인도사람들이 영어 잘하는 것은 정평이 나있는데...한국사람들은 못알아듣는

데 미국사람들은 알아듣는 그런 영어라고 합니다. ^^

(1998년 통계로 인도의 힌두교는 83%, 이슬람교는 11%, 크리스트교는 2%, 기타가 4% 이라는군요)

이런것들을 염두에 두면서 류시화님의 이책을 읽어가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하루에 에피소드 2-3개씩 보며 지내면 일상생활의 청량제같은 역할을 합니다.

인도, 인도, 인도.... 많은 사람들이 인도병에 걸려 인도를 가고 싶어하는데...거기엔 다 이유가 있나봅니다.

류시화님의 인도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그곳은 아직도 먹고 살기 힘들고 생활이 지극히 불편한

나라임이 틀림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적인 삶을 추구하고 ,

또 각자의 삶은 충실하게 살려는 노력이 뚜렷한 그런 나라인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못입고 못먹고 못살지만 마음이 배부른 나라..인것 같았습니다.

 류시화님의 책은 어떤 책이든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

<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올립니다. > 

잠시 맛을 보시면 어떤 책인지 감이 오겠지요.

사막을 횡단하는 장거리 버스 안에서의 일이다. 내 앞에 앉은 <힌두스탄 타임스>의 젊은 기자를 제외하고는 승객들 모두 힌터번을 두른 남루한 차림의 사막 유목민들이었다. 1년에 한 차례씩 열리는 낙타 축제에 가는 사람들이었다.

그 신문기자 역시 축제를 취재하러 가는 길이었다. 수만 마리의 낙타들과 낙타상들이 운집하고, 더불어 수십만명의 순례자들과 거리의 가수들, 전 세계의 사진작가들과 영화 촬영팀까지 몰려드는 지상최대의 낙타 축제였다. 

자연히 신문기자와 나는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영어가 유창한 그는 자신이 힌두어와 구자라트어, 펀자비어, 회교도들이 사용하는 우르드어까지 할 줄 안다고 말했다. 인도는 공식적인 언어만 18가지이고, 방언이 16000가지에 이른 나라다. 방언들은 단어와 문법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아 그중 몇가지라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인도에서 최초로 문자를 발명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그 문자를 가르쳐 주고자 했으나 마땅한 종이도 없고 책도 없었기 때문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문자를 빨랫줄처럼 생긴 긴줄에 매달아 놓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문자를 배우면서 빨래줄까지 포함해서 받아적게 되었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사실이기라도 하듯, 오늘날 인도의 문자들은 모두 빨랫줄에 걸린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신문기자는 뭄바이 주의 공용어인 마라티어뿐만 아니라 불어와 포르투갈어도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자신의 할머니가 포르투칼 식민지였던 서인도 고아 지방출신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거만한 말투로 내게 물었다.

 "당신은 몇개의 언어를 할줄 알죠? 여러나라를 여행하려면 당연히 두세개의 언어는 필수일텐데. 지금

이 버스에 탄 사람들이 사용하는 토착어를 웬만큼은 이해하나요?"

 물론 나는 힌두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그 고장의 언어를 기본적인 단어 몇개말고는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 고도 근시 신문기자에게 무시당할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다른 인종을 업신여기기 좋아하는 아리안 족의 후손인 그를 물리치기 위해 나는 일본어와 네팔어는 물론 印度를 한자로 써보이기까지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리의 대화는 어느덧  봉주르, 그라치아스가 난무하고, 마침내는 고대 산스크리트어와 한국어의 상관관계까지 등장했다. "프라트 칼레 슈엠 브라흐마..."하고 내가 거의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산스크리트어 기도문을 외자 우리의 대화는 그야말로 절정에 이르렀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 자신의 외국어 실력을 과장하고 있을때, 내 옆자리에는 색바랜 터번을 두른 한 노인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 노인도 다른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낙타를 키우는 전통적인 사막의 농부였다. 나는 평생을 사막에서 보낸 그가 과연 어떤 언어들을 할 줄 아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노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실례지만, 당신은 몇개의 언어를 할 줄 아십니까?"

 물론 그 농부는 이 간단한 영어조차도 알아듣지 못했다. 신문기자가 옆에서 잘난채하며 그말을 마르와리어로 통역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인에게 우리 두사람이 얼마나 많은 외국어를 할줄 아는가를 자랑하듯이 설명했다.  

귀밑수염과 콧수염까지 은회색으로 변한 노인은 신문기자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난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한마디로 말했다.

" 난 내고장어인 마르와리어와 내가 기르는 낙타들의 언어, 그리고 신과의 대화를 나누는 영혼의 언어를 이해할 줄 안다오, 뒤의 두가지는 아마 당신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일것이오. "

 신문기자와 내가 침을 꼴깍 삼키는 사이, 노인이 덧붙였다.

"당신들이 아무리 외국어 실력이 유창하다 해도, 신과 대화를 나눌줄 모른다면 그 모든 것은 쓸모없는 일일 것이오.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혜덕화 2004-12-2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었었는데, 다시 보니 감동이 새롭네요.
 

안녕하세요, 기억 나시는지요? 방망이 깎던 노인... 옛날 생각하면서 잠시 읽어보시면 좋으실것 같아 올립니다.  물론 퍼온것입니다. ^^  수필을 참좋아하는 분들이 많죠. 아마 이런 맛이 있기때문이 아닐런지요.  바로 사람 사는 맛 말입니다.

 

방망이 깎던 노인

                   윤오영(尹五榮)

 

 벌써 40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방망이를 한 벌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방망이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타야 할 차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방망이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방망이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商道德)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동대문 지붕 추녀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집에 와서 방망이를 내놨더니 아내는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니, 배가 너무 부르면 옷감을 다듬다가 치기를 잘 하고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가 너무 안 부르면 다듬잇살이 펴지지 않고 손에 해먹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엣날부터 내려오는 죽기(竹器)는 혹 대쪽이 떨어지면 쪽을 대고 물수건으로 겉을 씻고 곧 뜨거운 인두로 다리면 다시 붙어서 좀체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새 죽기는 대쪽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죽기에 대를 붙일 때, 질 좋은 부레를 잘 녹여서 흠뻑 칠한 뒤에 볕에 쪼여 말린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 한 뒤에 비로소 붙인다. 이것을 소라 붙인다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접착제를 써서 직접 붙인다. 금방 붙는다. 그러나 견고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 남이 보지도 않는 것을 며칠씩 걸려 가며 소라 붙일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약재(藥材)만 해도 그러다. 옛날에는 숙지황(熟地黃)을 사면 보통 것은 얼마, 윗질은 얼마, 값으로 구별했고, 구증구포(九蒸九 )한 것은 세 배 이상 비싸다, 구증구포란 아홉 번 쪄내고 말린 것이다. 눈으로 보아서는 다섯 번을 쪘는지 열 번을 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말을 믿고 사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남이 보지도 않는데 아홉 번씩 찔 이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세 배씩 값을 줄 사람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물건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공예 미술품을 만들어 냈다.

 

 이 방망이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물건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추탕에 탁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상경하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동대문의 지붕 추녀를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추녀 끝으로 흰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저 구름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방망이를 깎다가 유연히 추녀 끝에 구름을 바라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 도연명(陶淵明)의 시구가 새어 나왔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며느리가 북어 자반을 뜯고 있었다. 전에 더덕, 북어를 방망이로 쿵쿵 두들겨서 먹던 생각이 난다. 방망이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다듬이질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만호도의성(萬戶 衣聲)이니 위군추야도의성(爲君秋夜 衣聲)이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40년 전 방망이 깎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핵심정리>

갈래 : 현대수필(서사적 성격), 경수필

문체 : 우유체, 간결체,

성격: 교훈적, 신변잡기적, 회고적, 서사적(하나의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 형식)

표현

  * 적절한 예와 속담 등을 통해 지은이의 개성을 잘 드러냄

  * 비교, 은유, 인용 등의 표현 기교와 간결한 문체를 통해 경험담을 솔직하게 표현함

주제 : 장인정신의 고귀함

 

<작가소개>

윤오영(尹五榮 1907-1976) 수필가. 교육자. 서울 출생. 호는 치옹(痴翁). 서울 보성고등학교 교사 역임. 주로 토속적인 제재를 사용하여 동양적인 인생관의 가치를, 고전의 세계와 조응되는 한국적 정신을 바탕으로 많은 작품을 썼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이되다 2004-12-2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핵심정리, 갈래, 문체, 성격, 표현, 주제.... 얼마만에 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웃음이 나와 올렸답니다. ^^

혜덕화 2004-12-2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아름답지만, 핵심정리를 보는 순간 웃음이 쿡 터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반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즘 자주 들어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할말이 자꾸 생각나서요. ^^



평생 사람이 먹는 양을 계산해보니 한끼에 500g으로 생각할때 100년을 산다고 하면 55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이 된다고 합니다. 식후 4시간정도가 되야 위가 음식물을 밀어내며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12시간이나 걸립니다.  놀랍지 않는지요?  위장뿐만아니라 소장, 대장, 십이지장등등 소화관은


하루종일 쉴새없이 움직입니다.  감사하다고 나직히 말해봅니다.  너무감사하다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비단 소화관뿐이 아닙니다. 심장도 그렇고 폐도 그렇고 온몸에 셀수조차 없이 많은 세포들이 열심히 내몸뚱아리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 우주에서 살고 있듯이 말입니다.


60조의 세포라하면 셀수 있는 수입니까? 셀수없이 많은 세포들이 전부 내 한생각에 영향을 받고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바로 내 몸뚱아리나라에서는 내가 대통령이요, 선장인 것입니다.  흥미로운 근운동역학이라는 분야가 소개된지는 한참 되었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진지는 최근일입니다.  데이빗 홉킨스 박사의 팔운동을 통한 영적인 수치측정도 그 한가지 예입니다만 쉽게 말해 o-ring 테스트와 같이 내 한생각에 따라 몸의 근육힘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합니다.  한생각에 따라 근력이 달라질정도로 사람의 몸이란 섬세하고 정확한 것입니다. 아..또 딴데로 새었는데요 ^^; 


음... 하루 한끼, 즉 아침을 거르면 지난밤 저녁6시에 밥을 먹고 다음날 점심을 12시에 먹는다고 할때


18시간동안 위장이 쉴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생각해서요. 별것 아닌것 처럼보여도 여기에는 대단한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하루 1끼를 줄이면 일년이면 365끼를 줄일수 있습니다. 약 182킬로의 음식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한것입니다. 일년의 1/3을 단식하는 것과 맞먹습니다. 위장은 아무리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는 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여기서 잠깐, 아침불식에 대한 좋다 나쁘다는 이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과 환자분들의 경험,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수많은 의인들이 모두 최고의 건강법으로 아침불식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아침불식에 관한 연구가 많으며 건강법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늦게 일어나 입맛이 없을 때,  어젯밤 과식으로 아침밥생각이 없을 때, 피곤할때 등등 몸에서 밥을 원하지 않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습관상, 또는 몸생각한다고 밥을 입에 넣습니다.  그것은 가장 큰 폐해요, 질병을 만드는 지름길이요, 죄입니다. 저의 경우 첫 일주일만 조금 피로감,공복감을 느꼈을 뿐, 2년넘게 아침을 먹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제 건강법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침불식을 하면 절대로 살이 찌지 않습니다. 물론 아침불식후 오후 4식같이 더 많이 먹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구요.


운동은 일주일에 2-3번이 적당합니다. 괜히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몸과 마음을 모두 혹사 시키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히 헬스장 다니시는 분들 일주일에 2번만 나가도 스스로에게 칭찬해주세요. 당연한 것이고 그정도로 충분합니다.  운동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것은 걷기입니다. 걷기만 하루 1시간해도 잔병치레가 없어집니다.  아...다시 먹는 얘기로 돌아와서요 .. 하루 한끼를 줄이게 되며는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의 질이 됩니다. 아주 중요 합니다. 인스턴트나 밀가루는 안돼고요. 반드시 현미잡곡을 드셔야 합니다. 현미 50%이상 콩30%정도 잡곡20%를 배합하셔서 꼭꼭 씹어서 먹습니다. 이것이 인간이 태초부터 해온 식습관이요. 자연스런 식사법이며 지금 서구에서 난리가 나 연구하고 있는 동양식사법입니다.


속이 비면 정신이 맑고 또렷해 집니다. 경험해보면 압니다. 머리가 너무 맑고 투명해 오전이 너무 즐거워집니다. 이때 책을 읽으면 책장이 불나게 넘어갑니다. 그만큼 집중상태가 되는 것이죠. 사람이 하루3끼를 먹은 것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짧은 기간입니다. 요즘 많은 환자들이 영양과잉상태이며 위장질환이 많습니다. 


밥을 먹는 것은 아궁이에 뗄감을 떼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밥을 연소(소화)시켜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뗄감이 들어가면 연소가 잘 않되고 연기만 많이 생깁니다. 소화가 않되면 흡수도 잘 못합니다. 왜냐하면 작업량이 많기 때문에 대충대충 소화를 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적게 먹게 되면 사람몸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즉 쉰만큼 소화력이 세어지고 적게 먹으니 흡수력도 좋아집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고 적어도 한달은 해보셔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도 먹는 것에 무지합니다.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올바르게 먹는것에 대한 책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스님들과 수행자들은 적게 먹습니다.  많이 먹어야 할 이유가 하등없기때문입니다.  많이 먹어봐야 많이 싸기밖에 더하겠습니까 ^^;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은 정말 놀랍습니다.  3일에 한끼를 먹으면서도 생활하는데 아무지장없는 분입니다.  수도자도 아니고 일반인입니다.  그것도 여성이지요.  멀쩡하고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체질이 특수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와 똑같은 일반인이 차츰 노력해서 그렇게 된것이지요. 얼굴은 너무도 빛이나고 살도 빠짝 마르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인간의 몸은 불가사의하며 무한한 능력을 가졌으며 어떤 상황에도 적응합니다.  



뜬금없이 오늘은 먹는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기도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수의 기도
작자미상, 오강남 옮김 / 대한기독교서회 / 200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책을 러시아판 연금술사라고 부른다. 절대 연금술사에 비해 손색이 없으리라. 


이 책에서는 사도 바울의 "쉬지말고 기도하라"라는 뜻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길을 떠나는 한 순례자의 감동적인 여행담이 펼쳐진다. 이책에 쉽게 몰입되는 이유는 신심이 깊고, 마음이 착하며, 신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질줄 아는 한 젊은이에게서 읽는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에 와닿으며 책으로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여정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코엘료의 "연금술사"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책은 단순히 재미나 감동만을 느끼고 끝나는 책이 아니다.  너무도 소중하게 이책을 주변에 선물하고 알렸던 큰 이유는 바로 기독교 범위내에서도 이렇게 뛰어난 수행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책의 끝부분에 역자도 말하듯이 하루 3000번으로 시작하여 6000번 12000번으로 늘려가며 하는 예수 자비의 기도는 다른 종교권, 특히 불교권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수행방법중의 하나이다.  염불, 만트라라고 하는 끊임없이 간절하게 되뇌이는 이 기도법은 마음의 찌꺼기을 정화시키며 일념으로 통일시켜 불교에서 말하는 정혜쌍수에서 정을 닦아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정이 깊어지고 닦이면 지혜는 저절로 나오게 된다.  천주교에서는 화살기도라는 것이 있는데 그방법은 만트라, 염불, 예수의 기도와 똑같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등 종교는 달라도 현재 지금 이순간에 똑같은 수행법이 존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각설하고...

내가 이책을 추천하는 이유도 바로 읽는 분들께 이 수행법을 권하고 싶기때문이다. 물론 이 수행법으로 오랜기간을 보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 그렇지만, 분명한것은 단시일안에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책을 보고난뒤 2주가량을 행주좌와 예수의 기도로 생활해본적이 있다. 먹고 자고 싸고 눈감고 눈뜰때 항상 이기도를 놓치지 않는 2주였다. 그때의 체험과 정의 힘으로 그뒤 화두수행, 염불수행등을 할때에 큰 도움을 받았고 내가 상상치도 못할 세계로 나를 이끌어주었다.  예수의 기도가 모든 것을 만들어 준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큰 발단이 되고 계기가 되었음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이나 명상공부를 하는 친구들에게 많이 이 기도법을 권하게 되었다.  적어도 2주간 9000-12000번의 예수의 기도 수행을 정성껏 하고나서 그후의 수행법은 자신의 판단과 인연에 따라 바꾸어도 좋으며 또 계속해도 좋다. 이 기도법은 염불과 만트라와 방법은 비슷하지만 초심자들에게 더욱 적합하다. 아무 뜻도 모르고 진언이나 만트라를 외우고 또 외우다보면 정성이 담기지 않고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되는데 이것은 무익하다.  그런면에서 예수의 기도는 짧으면서도 외울때마다 정성을 담을수 있기 수월하다. 정성을 담는다는 것은 마음을 오롯이 하나로 한다는 뜻이며 간절하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깨어있음이다.  수행에 불이 붙어 하루9000번이 넘어가서 예수의 기도가 익숙해지면 禪의 방법을 응용해서 마음속을 들여다 보되 기도가 일어나는 곳이 어디인가를 놓치지 말고 계속 관하면 더욱 수승한 공부방법이 된다. 신심이 깊고 예전에 공부했던 사람들이라면 빨리 이 기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수행법을 통해 마음의 중심을 잡고, 정혜가 밝아진후에 대행스님의 주인공공부를 하면 더 좋을 것이다.

예수자비의 기도는 간단하고 쉬우나,  몸소 실천하고 만행을 통해 깨달아가는 한 순례자는 독자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하고 발심을 일으키게 한다.  책의 뒷편에 있는 역자후기에도 배울것이 많다. 한때 구하기 힘들었던 이책은 다시 새롭게 출판되었는데 이것을 보면서 역시 뛰어난 책은 사람들의 곁에 오래남아 있는다..하며, 웃음을 지었다. 끝으로 이 수행을 할때 재미와 발심을 같이 만들어 주는 것은 숫자를 세는 카운터기이다. 이것을 구해서 한손에 들고 다니면 늘 기도를 자각할 수 있고 소위 깨어있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저녁무렵에 얼마나 했나하고 보면 놀랄때가 있을 것이다. 물론 숙달되면 필요없지만 초심자들에게 유용한 도구이니 그것도 같이 추천한다. 대만것보다는 일본것이 더 좋다. 전자식보다는 찰칵찰칵소리나는 기계식이 좋다. ^^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leinsusun 2004-12-2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읽고 <기도>를 읽었어요.

그리고 기도를 하고 있어요.

자꾸 딴생각이 나는데 다시 마음을 모으고 모으고....

"염불수행"을 해본 적은 있는데, 기독교에 이런 수행법이 있는지는 정말 몰랐어요.

님 덕분에 소중한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감사합니다.



근데...카운터기는 어디서 팔아요?

바람이되다 2004-12-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카운터기는 대형문구점에 가야 있습니다. 가격은 1-2만원사이입니다. 기도과정에서

자꾸 딴생각이 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자꾸자꾸 딴생각이 날때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아차린다는 것은 다시 기도로 내 생각을 돌리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작심하고 한생각을 일으키기를 "예수의 기도"를 하고자 했는데 그마음은 어디로 가고 자꾸 딴생각이 "저절로" 납니다. 그것만 보더라도 우리는 스스로 원하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고 수시로 망념과 잡념들에 의해 자꾸 끄달리게 된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그럴때 마다 기도로 마음을 돌리시면 됩니다. 자꾸 돌리는 것 자체가 훌륭한 수행과정입니다. 돌리는 자체가 목적입니다. 그럼 정진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