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안녕하세요, 오늘은 류시화님의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류시화님을 알지만 그가 100억대의 자산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역시 많을 것같습니다. ^^;

그야말로 수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그 사이사이 스스로 책과 시를 쓰시니 우주가 그 열정에 감응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 어떤 때는 새책이 나와 그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사이에 또다른 새책이 출간되고 또 출간되고... 그런 것 같습니다. ^^  대단한 정열과 정력을 갖고 계신듯 합니다. 사실 저절로 글이 써지지 않으면 힘든 일이라 생각하구요. 내면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시인 류시화님이 이번에는 인도 여행기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이책이 나온지는 좀 되었습니다. 저도 사놓고 못보고 있었는데, 어느날 문득 손이 가서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류시화님의 매니아층은 상당합니다. 저도 무조건 사서 보는 편입니다. 새책이 나올수록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죠.

유쾌하고 재미있고 평화롭고 그러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탁월한 글솜씨...

무엇보다 국내 뉴에이지분야, 명상분야를 개척한 그 손끝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매력적입니다.

각설하고요...^^

인도는 세계인구 2위, 나라크기로는 7위,  197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10억이 넘으니 세계인구 6명중 1명이 인도사람입니다.  천축이라고 하는 곳이 바로 인도를 말하는 것이며,  부처님의고향입니다.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이며 불교신자는 극히 적다고 합니다.  인도는 영국 식민지였던 덕분에?

영어가 제2모국어로 인도사람들이 영어 잘하는 것은 정평이 나있는데...한국사람들은 못알아듣는

데 미국사람들은 알아듣는 그런 영어라고 합니다. ^^

(1998년 통계로 인도의 힌두교는 83%, 이슬람교는 11%, 크리스트교는 2%, 기타가 4% 이라는군요)

이런것들을 염두에 두면서 류시화님의 이책을 읽어가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하루에 에피소드 2-3개씩 보며 지내면 일상생활의 청량제같은 역할을 합니다.

인도, 인도, 인도.... 많은 사람들이 인도병에 걸려 인도를 가고 싶어하는데...거기엔 다 이유가 있나봅니다.

류시화님의 인도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그곳은 아직도 먹고 살기 힘들고 생활이 지극히 불편한

나라임이 틀림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적인 삶을 추구하고 ,

또 각자의 삶은 충실하게 살려는 노력이 뚜렷한 그런 나라인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못입고 못먹고 못살지만 마음이 배부른 나라..인것 같았습니다.

 류시화님의 책은 어떤 책이든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

<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올립니다. > 

잠시 맛을 보시면 어떤 책인지 감이 오겠지요.

사막을 횡단하는 장거리 버스 안에서의 일이다. 내 앞에 앉은 <힌두스탄 타임스>의 젊은 기자를 제외하고는 승객들 모두 힌터번을 두른 남루한 차림의 사막 유목민들이었다. 1년에 한 차례씩 열리는 낙타 축제에 가는 사람들이었다.

그 신문기자 역시 축제를 취재하러 가는 길이었다. 수만 마리의 낙타들과 낙타상들이 운집하고, 더불어 수십만명의 순례자들과 거리의 가수들, 전 세계의 사진작가들과 영화 촬영팀까지 몰려드는 지상최대의 낙타 축제였다. 

자연히 신문기자와 나는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영어가 유창한 그는 자신이 힌두어와 구자라트어, 펀자비어, 회교도들이 사용하는 우르드어까지 할 줄 안다고 말했다. 인도는 공식적인 언어만 18가지이고, 방언이 16000가지에 이른 나라다. 방언들은 단어와 문법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아 그중 몇가지라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인도에서 최초로 문자를 발명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그 문자를 가르쳐 주고자 했으나 마땅한 종이도 없고 책도 없었기 때문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문자를 빨랫줄처럼 생긴 긴줄에 매달아 놓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문자를 배우면서 빨래줄까지 포함해서 받아적게 되었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사실이기라도 하듯, 오늘날 인도의 문자들은 모두 빨랫줄에 걸린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신문기자는 뭄바이 주의 공용어인 마라티어뿐만 아니라 불어와 포르투갈어도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자신의 할머니가 포르투칼 식민지였던 서인도 고아 지방출신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거만한 말투로 내게 물었다.

 "당신은 몇개의 언어를 할줄 알죠? 여러나라를 여행하려면 당연히 두세개의 언어는 필수일텐데. 지금

이 버스에 탄 사람들이 사용하는 토착어를 웬만큼은 이해하나요?"

 물론 나는 힌두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그 고장의 언어를 기본적인 단어 몇개말고는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 고도 근시 신문기자에게 무시당할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다른 인종을 업신여기기 좋아하는 아리안 족의 후손인 그를 물리치기 위해 나는 일본어와 네팔어는 물론 印度를 한자로 써보이기까지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리의 대화는 어느덧  봉주르, 그라치아스가 난무하고, 마침내는 고대 산스크리트어와 한국어의 상관관계까지 등장했다. "프라트 칼레 슈엠 브라흐마..."하고 내가 거의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산스크리트어 기도문을 외자 우리의 대화는 그야말로 절정에 이르렀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 자신의 외국어 실력을 과장하고 있을때, 내 옆자리에는 색바랜 터번을 두른 한 노인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 노인도 다른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낙타를 키우는 전통적인 사막의 농부였다. 나는 평생을 사막에서 보낸 그가 과연 어떤 언어들을 할 줄 아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노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실례지만, 당신은 몇개의 언어를 할 줄 아십니까?"

 물론 그 농부는 이 간단한 영어조차도 알아듣지 못했다. 신문기자가 옆에서 잘난채하며 그말을 마르와리어로 통역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인에게 우리 두사람이 얼마나 많은 외국어를 할줄 아는가를 자랑하듯이 설명했다.  

귀밑수염과 콧수염까지 은회색으로 변한 노인은 신문기자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난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한마디로 말했다.

" 난 내고장어인 마르와리어와 내가 기르는 낙타들의 언어, 그리고 신과의 대화를 나누는 영혼의 언어를 이해할 줄 안다오, 뒤의 두가지는 아마 당신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일것이오. "

 신문기자와 내가 침을 꼴깍 삼키는 사이, 노인이 덧붙였다.

"당신들이 아무리 외국어 실력이 유창하다 해도, 신과 대화를 나눌줄 모른다면 그 모든 것은 쓸모없는 일일 것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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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4-12-2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었었는데, 다시 보니 감동이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