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책의 초반부를 읽기 시작하면서 이책은 화장실용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화장실용이라함은 사람들이 말하는 심심풀이 내지는 가볍게 읽는 눈요기용이라는 뜻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내 배변습관은 책에 의해 길들여졌었다. 그로인해 치질의 고통을 감수해야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고쳐지지않고 정해진 책들만을 가지고 화장실로 간다. 그 정해진 책중에는 내감정 그대로
혼자만의 공간에서 보고 싶은 책들도 있었고, 집중을 요하는 책들도 있었다. 이책은 전자의 경우에 속해서 이번에 나의 화장실용 책으로 선정된 것이다.

책바깥의 세상은 책 속의 상황과는 늘 다르게 움직인다. 결정적인 부분에서 책바깥의 세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결정적인 부분은 대개의 경우 책속 세상의 결말에 해당된다. 아무리 궁금해도 한번도 책의 결말을 먼저  훔쳐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책의 경우는 쉽사리 예상되지않는 결말때문에, 결말을 알고 읽어야 이해를 못해서 두번 읽으며 나의 중요한 부분에 상처를 덧나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결말부분을 먼저 읽었기때문에 나는 순차적으로 읽어서 결말을 본 사람들의 이게 뭐야..하는 식의 탄식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말을 먼저 알았기 때문에 그들의 대화속에 온전히 빠질 수가 있었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나고 죽고 한다. 사람에게서 죽임을 당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내부 기관들의 범상치않은 오류로 인해서 죽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서있는 누군가의 앞에서 바닥을 기는 모욕이나 아주 단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역겨운 광경을 보는 것과는 대비가 안될 만큼의 처절한 응징을 받는 것일까? 사랑했던 기억들을 무수한 단어들로 포장해서 덮어두고 때로는 끄집어 내어 까발려보며 내 기억들로 만들었다. 그런데, 한순간 생면부지의 사람으로 인해 내 기억들은 조각이 나고, 엎치락 뒤치락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다. 겨우 수습을 한다. 사랑은 반복되어지는 학습이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학습되어진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모르고 있을 뿐일지도..

사랑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길, 내 기억을 습작으로 만들지 않길 그렇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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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4-09-0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반복되어지는 학습이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학습되어진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모르고 있을 뿐일지도..>

사랑이 반복되어지는 학습일지라도 열심히 학습을 하고 싶습니다.ㅎㅎ
아멜리 노통의 책은 꽤 많이 읽었는데 아직 이 책은 안 읽어 봤어요. 이 작가의 작품을 맨 처음 접한 것이 '반박'이었어요. 그 글에 반해서 여러 권을 읽었지요. 꼭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추천 한 방 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