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아저씨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4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4
레이먼드 브릭스 그림 / 마루벌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12월 24일 

아침에 눈을 뜨니 창문밖이 환하다. 지난 밤에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다. '얼른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어야지.' 하며 나는 옷을 갈아 입었다. 모자를 신고 장갑을 끼고.. 할머니께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어도 되냐고 허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동글동글 눈을 굴려 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눈사람의 머리부분을 동그랗게 눈을 굴려 만들어 놨다. 몸통을 만들 차례다. 삽을 가져와 조금씩 쌓았다. '영차 영차..' 눈사람의 몸통은 예전의 아빠처럼 크게 만들다보니 내 키만큼 커져 버렸다. '아가..'할머니가 부르셨다. 아침을 먹고 다시 하기로 했다.  눈사람 머리를 올리려고 꼬마의자를 가지고 와서 올라갔다.  '와! 다 됐네..'  멀찌기 서서 완성된 눈사람을 보았는데 뭔가 허전해보였다. 할머니께 가서 눈사람이 추울것 같으니 털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주어야겠다고 했다.  '앗..코도 빠졌네..'할머니가 내가 감기 들었다고 사다 놓으신 식탁위의 귤을 한개 가져와 코를 만들었다.  난로를 지피느라 쌓아두었던 조개탄도 조금 가지고 와서 단추를 달았다. 눈도 만들고 코도 만들고 입도 그렸다. 다 그리고 나니 눈사람 아저씨가 되었다. 너무너무 맘에 쏙 드는 아저씨다. 내 친구가 될 것 같았다.

그날 밤, 2층 내 방으로 와 잠자리에 들기전에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눈사람 아저씨가 밖에서 웃고 있었다.  잠을 자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잠이 오질 않았다.  눈사람 아저씨가 추운 바깥에서 감기가 걸릴까봐 잠옷에 겉옷을 걸치고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가 눈사람 아저씨를 만나러 갔다.

내가 문을 열자, 눈사람 아저씨가 멋지게 내게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아저씨! 그곳에 있다가는 감기에 걸려요. 우리 같이 집에 들어 가요.'

눈사람 아저씨와 나는 집으로 들어와 아저씨께 우리집을 소개했다. 아저씨는 너무너무 궁금한게 많으셨나보다.  재미난 시간들을 보내고 이번에는 아저씨가 눈이 날리는 멋진 구경을 시켜주신다고 해서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아저씨와 손을 잡고 하늘을 나니 마치 꿈속인것 같았다.

한참 눈사람 아저씨와 재밌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저쪽 하늘 멀리서 붉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하셨다. 나는 아쉬웠지만 아저씨와 다시한번 손을 잡고 하늘을 날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저씨..정말 재밌었어요.' 하자 아저씨는 '얘야..나야말로 행복한 시간이었구나.'하시며 나를 꼭 안아 주셨다.  2층방으로 들어와 창밖을 내다보니 아저씨가 등을 보이며 서 계셨다. '아저씨가 나와 헤어지는게 슬퍼서 울고 계시는구나..' 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침대로 돌아가 눈을 감고 아저씨와의 멋진 여행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아가..일어나렴. 밥 먹어야지.'

할머니의 목소리가 까무룩 잠이 든 나를 깨웠다. 허겁지겁 일어나 눈사람 아저씨를 보러 뛰어갔다.

밖에는...

눈사람 아저씨가, 어젯밤에 나와 재밌게 놀아주시던 아저씨가 아침 햇살에 스르르 녹아버렸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셨나보다.  '아저씨! 내년에도 꼭 와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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