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종일 우울한 날, 왜 우울할까 생각해보니 너무 날이 흐리다. 

처음 내가 만났던 이책의 인상은 딱히 친절할 것 같지않은,(남의 나라말이므로) 도도한 모습,(양장본은 늘 차갑게 느껴지므로) 그러나, 꽤 예쁜 (옆 표지의 딱 그 책이다.) 그런 모습으로 만났다.

두가지 시선으로 이 책을 보려한다.  앉아 있는 시선과 서있는 시선.(일어판과 한글판) 

우선은 앉아 있는 시선이다. 더듬더듬 읽었지만 그다지 내용의 흐름이 끊어지거나 흥미진진해서 더 읽고 싶다거나 하진 않았다. 다행히도. 첫 문장부터 만만치않다. 그랬었다.(이제까지 읽었던 책 중에 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읽은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 그 당시  나는 반쯤 올라가다 중간쯤에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야할 만큼 눈앞이 캄캄하게 가파른 오르막길 하나와 브레이크가 고장나면 죽을 것 같은 까마득한 내리막길 하나를 지나야만 하는 아찔한 길을 자전거로 반복하던 일상속에 있었다. 어느날 나는 그 오르막길을 오르고나서 갑자기 모든 일을 다 집어치우고 싶어졌다.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자전거는 그 내리막길을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캄캄한 밤이었다. 자전거는 다행히 넘어지지않았지만 내 앞에 '진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버티고 있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진입금지구역을 내려다보니 그곳은 정말 낭떠러지다. 그래서, 난 그날 살았다.

그날 저녁 라디오부분을 읽었다. 무심했던 DJ는 항구가 보이는 병원에서, 바람속을 거닐지 못하는 소녀의 편지를 읽고 그 항구를 찾아갔다. 누군가의 불빛인지는 모르나 모두 다양한 삶들을 살고 있고,내가 사는 세상속에 사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여러분을 좋.아.한.다.고 말할 만큼. 그순간 알았다. 나도 집으로 돌아가자고..내 불빛을 보지않고도 느낄 수 있는 사람들 곁으로. 그리고 얼마후 나는 돌아왔다.

차갑던 첫인상과 같이 무라카미씨가  마지막까지 치밀하게 자신이 만든 가상인물 하트필드의 포장점검까지 꼼꼼하게 한 덕에 난 오랫동안 이 인물이 실재한다고 생각해왔었다. 지금이라면 인터넷만 뒤지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었겠지만.아무튼.

두번째 서있는 시선.

엉터리로 읽어서 냉큼 감정만 뽑아들인 스트로우에선 담배찌꺼기 맛이 났다. 좋은 소설을 나를 위해 쓰는 쥐. 모르는 것을 쓰는 소설가 하트필드. 강한 인간따위는 없고 강한 척 할수 있는 인간만 있을 뿐이라는 말에 휘청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숫자를 외며 읽기엔 난 너무 숫자치여서 지친다.
내가 너무 커버린 것인가.. 다시 되돌리지말았어야했다.

오늘 이 책을 다시읽고 나가부치츠요시의 런을 계속 불렀다. 속이 참 쓰리다.  
 

사실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읽고 리뷰를 쓰려다가 그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다시 읽고 만것이다. 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