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와당의 표정
정민 엮고 지음 / 열림원 / 2017년 1월
평점 :
와당? 어디서 들어본거 같기도 하고 낯이 익은 단어였다. 와당이란 옛날 집을 지을때 목조에 지붕을 기와로 했는데 그 끝을 말하는것이다. 모양과 쓰임새에 따라서 암막새, 수막새, 모서리암막새, 곱새기와 등등이 있다고 하는데 그냥 기와지붕의 끝에 어떤 모양을 한 기와 부분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꺼 같다. 기와를 막음 처리한 부분을 말하는것이다.
그런데 이 와당은 그냥 아무렇게나 지붕을 잇고 집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와당에 하나의 그림을 그려놓는데 그것이 당대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녹여내는것이다. 그래서 와당의 무늬만 봐도 어느시대의 것인가를 알수가 있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수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와당의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는것이 아니다. 바로 이 와당의 무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그림을 통해서 그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것이 어떠했는지 그 속으로 우리가 들어가는것이다. 어찌보면 와당의 표정을 통해서 당시를 내려다보는 일종의 타임머신의 역할일수도 있겠다.
책은 중국의 와당을 모았는데 고대 전국시대가 열리는 기원전 400년전쯤부터 당나라시대까지 천년의 세월동안 있어온 와당중에서 특별히 아름답고 의미있는것을 소개하고 있다. 와당의 그림을 하나 소개하고 간단하게 인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림들이 퍽 소박하면서도 질박하고 어찌보면 현대적인 디자인같이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 태양 무늬가 나온다. 지은이는 투사의 머리 위에 얹힌 투구인지 뿔 네 개가 솟아있다고 표현한다. 태양은 이글거리고 그 옆에는 별로 보이는 자취가 보인다고 하는데 찬찬히 그림을 살펴보면 과연 그런거 같다. 뿔처럼 솟아있는건 아마 강한 햇살을 말하는것이리라. 가운데에 S자를 눕혀 놓았는데 설마 서양 알파벳 SUN의 그 S는 아니겠지..아마 구름을 말하는것 같다. 옛날 그림에 구름을 그런식으로 많이들 표현했으니깐. 어린 아이의 장난같은 그림 같기도 하면서 간단한 표현속에 강렬함이 깃든것이 이채롭게 느껴졌다. 전국시대 제나라 와당인데 천년전에 이런 생각으로 표현을 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나라때 사람 얼굴 그림이 있는 와당을 보면 언뜻봐서 고양이그림 같기도 했다. 눈 코 입이 잘 표현되어있는데 중간에 있는 몇올의 수염이 고양이처럼 보이게 한거 같다. 과연 어떤 사람을 배경으로 그렸을까. 익살스러우면서도 현실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무늬였다.
전체를 4부분으로 나눠서 반원형, 동물과 인간, 구름 꽃 무늬, 길상문으로 나누었는데 다들 그림들이 디자인적으로 뛰어나고 현대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와당을 선별했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동물과 인간편이 제일 알아보기도 좋았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무늬가 많았다. 현대에 응용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잘 포착했는데 이것을 만든 사람들이 지금 동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수백년의 시간전에 사람들이라니 참 미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림 하나에 짧은 단상으로 이루어진 책인데 그 속의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이 와당의 무늬들을 통해서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이 생각하고 꿈꿔왔던 마음들이 잘 담아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시공을 통과하여 수백년 후의 우리가 옛사람과 만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옆에 지은이가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그 설명을 보지 않고 그림만 보면 또다르게 해석이 될듯도 하다. 간단하고 소박한 무늬같지만 사람마다 다른 많은 표정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이책은 와당의 무늬를 오랫동안 봐야한다. 그래야 그 속의 사람들이 보인다. 별거 아닌거 같은 그 무늬를 통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웃음을, 생각을, 마음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