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란트 - 처음과 마지막
아돌프 갈란트 지음, 성동현 옮김 / 길찾기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름이 아돌프고 콧수염이 있는것이 누구랑 닮았다. 바로 아돌프 히틀러 말이다. 그런데 이름과 특정 신체 부위가 비슷하다고 해서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그는 뛰어난 공군이었지만 히틀러처럼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

 

아돌프 갈란트. 독일 공군사상 최고의 파일럿 또는 지휘관중의 한명으로 이름이 나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으로 아주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전쟁이나 군사학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여러번 언급이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갈란트는 총 104기의 비행기를 격추시킨 파일럿이기도 하고 2차 세계 대전에서는 독일 공군을 이끈 유능한 장군이기도 하다. 실전과 행정 모든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할수 있다. 그런데 그는 단순히 전쟁광이나 상관의 지시에 순종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상대의 전투기를 끝까지 쫓아가서 박살내지도 않았고 나치에 찬동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인으로써 국가에 충성하고 또 나름의 기사같은 철학을 갖고 전투에 임한 사람이었다. 물론 나치에 동조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히틀러에게 반기를 든것은 아니니 전적으로 멋지다라고 할수는 없기는 하다.

 

이 책은 그런 갈란트가 임관해서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에서 활약을 하면서 2차 세계 대전에도 참전하고 독일 공군을 통솔하는 총감의 직위에 오르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수기다. 뭐 본격 자서전이라고 하기는 약하고 비교적 담백한 체험담이라고 하면 맞지 않을까 싶다.

 

갈란트는 전투기 조종사를 되고 싶어한 많은 지망생중에 한명이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여러가지 불리한 조건을 딛고 결국 조종사가 된다. 그리고 공군 내부의 여러가지 부조리에도 저항한다. 아마 스타일이 대쪽같아서 안되면 안되는거라는 고집이 있었던거 같다. 그랬기에 세계 대전중에 공군 장병들의 많은 신뢰를 받았던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갈란트의 면모를 느낄수 있었다.

 

책에서는 전투기 조종사로 임관해서 여러 지역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점점 지위가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단순히 지위만 올라간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위에서 불합리한것을 개선할려고 노력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꽉 막힌 곳이 있는듯이 그 당시 독일 공군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독일 공군을 재건한 괴링은 한편으론 능력있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공은 공군을 '재건'했다는것에 그쳤고 더 발전시킬수는 없었다. 그 괴링에 막혀서 독일 공군은, 또 갈란트는 더 높이 날수가 없었을것이다. 책에서는 그런 괴링에 대한 비난이 자주 보이는데 그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것이다. 아마 그는 괴링이 아니었다면 독일 공군이 더 발전할수 있었을텐데 하는 회한이 있지 않았을까.

 

사실 이 책은 제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절대악인 히틀러의 전쟁을 수행한 한 장군의 이야기다. 말하자면 패전국이자 전쟁 당사자의 이야기라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 뛰어난 장군이면서 히틀러에게 반기를 든 롬멜같은 사람과는 또 다르다. 나치를 반대하고 어느 정도는 적을 신사적으로 대하긴 했지만 결국 히틀러의 명에 순순히 따른 군인이라는 점에서 영웅으로 봐야하는가하는 평도 있을수 있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자신을 미화하지도 않았고 또 히틀러나 나치가 잘했다고 하지도 않았고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편하게 볼수 있다.

 

 

독일 공군의 한 유명한 비행사가 자신이 겪은 일을 그대로 서술한 것이어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당시의 공군과 관련된 시대상을 알수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라고 할수 있다. 자화자찬하거나 시대를 미화했다면 이렇게까지 번역본이 나오지도 않았을것이다. 단순한 수치로 볼수 없는, 실제로 복무한 한 공군 비행사의 이야기라서 역사의 뒷면에 숨은 본모습을 제대로 보게 하는 것이다.

 

책은 500쪽이 넘는 많은 분량이지만 글이 어렵지 않게 쓰여져있고 번역도 비교적 잘 되어 있어서 술술 진도가 잘 나간다. 옮긴이가 여러가지 각주를 통해서 내용의 오류나 추가설명도 잘 해놔서 더 읽기 좋다. 독일 공군에 관심이었던 사람이라면 더 흡입력있게 읽을수 있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고 다 읽고 나면 이 갈란트라는 사람에 대한 매력이 생길것이다.

비록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의 군인이긴 했지만 그는 천상 공군과 비행기를 사랑했던 한 '비행인'이었다.

부제 '처음과 마지막' 처럼 처음부터 파일럿이 되고 싶었고 마지막까지 비행기와 함께 있고 싶었던 비행기에 미친, 위대한 조종사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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