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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의 영혼 - 경이로운 의식의 세계로 떠나는 희한한 탐험
사이 몽고메리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6월
평점 :
문어는 일상에서 다른 어패류등과 함께 '머리나쁜'이란 뜻으로 놀림을 당하는 존재다. 문어머리라고 하면 크기만 크고 든건 없다고 할때 쓰곤 한다. 하지만 문어가 사실은 그렇게 머리가 나쁜 존재는 아니란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다르게 본다면 머리가 좋다고도 볼수 있는? 나름 고등생물이다.
놀릴때 쓰거나 아니면 맛있는 먹을꺼리로만 인식되는 문어. 그러나 문어가 단순한 그런 연체동물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책이 나왔는데 바로 이 책 문어의 영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문어를 귀한 동물로 여겼고 또한 귀한 진상품이었다. 서양에서는 그 생김새때문에 부정적인 대상으로 많이 쓰였다. 많은 작품속에서 무서운 괴물로 등장했던 것이다. 물론 이때 문어는 거대하고 포악한 존재여서 사실과는 다른점이 있지만 아무튼 그리 이쁘게 보지는 않았던거 같다.
지은이는 우연히 문어와 접하게 되면서 문어에도 영혼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큰 아쿠아리움에서 4마리의 문어와 공존하면서 그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관찰위에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들과 종합해서 문어의 진면목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어의 대체적인 모습을 이야기하자면 심장이 3개고 푸른피가 흐른다. 여덟개의 다리를 가졌는데 사실 이 다리가 위협적이다. 머리에서 구체적으로 명령을 내리지않아도 각기 독자적으로 움직일수 있다고 한다. 바닷속에서 큰 문어와 마주하게 되었을때는 잡을려고 하지말고 그냥 도망가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 다리다.
우리가 문어를 보고 머리라고 하는 부위는 사실은 배라고 한다. 머리에 해당하는 부위는 몸통과 발의 연결부에 있으며 그 속에 뇌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뇌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지능이 높은데 간단한 계산을 할수 있다고 하니 평소에 문어머리라고 놀리면 안되겠다.
이런 간단한 지식 위에서 이 책을 읽으면 더 좋은게 단순히 문어를 소개하고 문어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지은이가 말 그대로 문어와 생활하면서 이들 문어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알려주는, 말하자면 일종의 교감을 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기때문에 사전 지식이 있으면 이해하기가 쉽다.
지은이는 4마리의 문어를 접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그놈이 그놈이었을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 문어를 구분할수 있었을것이고(이름도 다 지었다 아테나, 옥타비아, 칼리, 카르마) 각 문어의 특성을 느끼게 되었을것이다. 책에서는 문어가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기억하고 다르게 대하고 장난도 치고 느긋하기도 하면서 예민하기도 하단다. 참 놀라운 일이지 않는가? 문어가 사람을 알아보고 장난도 친다니. 몇년전 월드컵에서 승리팀을 맞추던 문어가 생각난다. 물론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아무튼 영리한 동물이란말이겠다.
지능이 높다는것은 신경세포수가 많은걸로 알수있는데 인간의 신경세포수는 1000억개라고 한다. 개구리가 1600만개인데 비해서 문어는 3억개라고 한다. 인간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한 수다. 그러나 그 신경세포가 있어야할곳이 뇌인데 문어는 뇌가 아니라 대부분 팔에 있다고 한다. 그러니 그렇게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아마 뇌에 있었으면 서양 문학 작품에 나오는 그 괴물이 실제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책은 참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놀림의 대상아니면 맛난 음식으로 알았던 문어가 이렇게나 영리하고 매력적인 동물일줄은 몰랐는데 새로운 것을 알게 된 느낌이다. 문어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나열한게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여러 과학적 진실들을 중간중간에 소개하면서 실제적으로 관찰한 여러 문어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어느새 그 문어들과 친해지는 느낌이었다.
언젠가는 문어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누가 알겠는가. 아쉬운건 문어의 수명이 4년정도라서 오래 못 키운다는 것. 집에 돌아왔을때 반갑다고 팔을 쭉 뻗는 문어를 상상하니 웃음이 나온다. 문어, 이제는 나름 의식이 있는 매력적인 동물로 기억이 될듯하다.